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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해인사 김장
  • 묘장스님 논설위원·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 승인 2017.12.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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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공동체의 
실천 덕목 중 하나인 
보시행은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해인사 김장김치의 일화에서 
진정한 동사섭의 실천은 
뼈저린 자기희생을 통해서 
대중의 고락과 화복을 
함께 나눌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절에서는 찬바람이 불면 월동(越冬) 준비를 한다. 법당과 요사에 문풍지를 바르고, 나무 땔감을 마련하고, 부각, 장아찌 등 찬거리를 만들고, 대중 운력을 통해서 김장을 담근다. 대중이 많으면 김장을 넉넉히 담가야 겨울 한 철 양식 걱정을 않고 지낼 수 있다.

김장을 담그기 가장 좋은 김장철은 입동 무렵이다. 입동(立冬)의 사전적 의미는 ‘겨울에 들어선다’이다. 이 무렵에 김장을 담그는 이유는 입동이 지나면 배추나 무가 어는 등 싱싱한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세시풍속(歲時風俗) 중 하나인 김장은 두레와 품앗이로 대표되는 민족 공동체 문화의 한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의 구성원들이 한 데 어울려 김장을 담그고, 그 김장을 나눠감으로써 연대감을 키워온 것이다. 유네스코가 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이러한 공동체 문화의 특징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네스코는 “김장은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 전 세대에 걸쳐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장철이 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해인사 대중의 일원으로서 직접 농사지은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갔던 기억이다. 대중이 많은 총림이다 보니 김장의 양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배추를 절이는 게 김장을 담그는 과정 중 가장 힘이 드는데, 이 일은 스님들의 운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해인사의 김장 김치는 예부터 짜기로 유명했다. 그러다보니 너나할 것 없이 김치를 양껏 먹을 수가 없었다. 당시 해인사 대중은 김장 김치를 짜지 않고 맛있게 담그자고 뜻을 모았다. 배추를 절일 때 소금물에 담그는 시간을 줄였고, 김치 속의 양념을 버무릴 때도 소금을 적게 넣었다. 김장을 마치고 먹은 김치의 맛은 참으로 맛있었다. 혀끝에 절로 군침이 돌 정도로 감칠맛이 났던 것이다.

소복하게 눈이 내리고 며칠 지난 뒤 우리가 담근 김장 김치가 상에 올라왔다. 직접 담그고, 직접 맛 본 김장김치이기에 너나할 것 없이 김치를 몇 조각씩 발우에 담아갔다. 그런데 밥을 푼 숟가락에 김치 한쪽을 얹어 먹어보니, 짜도 너무 짰다. 급하게 밥을 몇 숟가락 떠먹을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다른 스님들도 당황한 기색을 하면서 밥을 떠드시고 계셨다. 공양이 끝난 뒤 원주 스님은 대중으로부터 원망의 눈빛을 받아야 했다. 원주 스님도 이유를 모르는지 난감해하면서 김치가 짜진 내막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며칠 뒤 원주 스님으로부터 그 내막을 들을 수 있었다. 김장을 독에 넣은 밤, 해인사 극락전에 주석하시는 노스님 한 분이 독마다 소금을 한 바가지씩 넣으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옆방의 노스님도, 그 옆방의 노스님도 소금을 장독마다 부으셨다는 것이다. 내막을 듣고 나서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살림도 어렵고, 절 살림도 어려웠던 시절, 선지식들이 처마마다 고드름이 맺히는 차디찬 겨울날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짜디짠 김장김치 덕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들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아끼고 아낀 재원을 구휼미도 지원하고 독립자금도 전달했던 것이다. 수행공동체의 실천 덕목 중 하나인 보시행은 검소한 생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해인사 김장김치의 일화에서 진정한 동사섭(同事攝)의 실천은 뼈저린 자기희생을 통해서 대중의 고락(苦樂)과 화복(禍福)을 함께 나눌 때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불교신문3351호/2017년12월6일자]

묘장스님 논설위원·조계종사회복지재단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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