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어가는 지혜

최혜자 지음/ 운주사

“나는 매일같이 할 일에 싸여 있다. 눈뜨면 부처님을 그리고 공부해 가는 글을 써야 하고, 지치면 누워서 한잠 자고, 깨어나면 또 공부하고,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지만 외롭다고 아프다고 징징거릴 새가 없는 듯이 지내다보니까, 어느새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지혜> 저자 최혜자 씨는 자신이 병마를 이기며 살아온 80년 세월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30대 후반, 이름 모를 불치병에 걸려 항상 죽음을 바라보면서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아들과 버둥거려야 했던 지난날, 저자는 그동안 매달리던 성경공부 대신 우연히 불교교리와 만난다.

태국에서 프랑스로, 낯설고 물선 나라에서도 불교공부를 이어가던 저자를 20년 넘게 지켜보던 아들은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하고 나서야 컴퓨터를 선물하며 말한다. “변해가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저도 나이가 더 들면 그 공부를 해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저히 어머니처럼 이 많은 책을 다 읽어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저를 위해 매일 조금씩 쉽게 풀어 적어주실 순 없나요?”

전작 <아들에게 남기는 어머니의 마음공부>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서양식 교육을 받아 동양 종교나 문화, 사상에 익숙하지 않은 아들에게 팔십 노모는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묵가, 노자, 장자 등을 소개하며 스스로를 냉철히 살피고 마음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세세히 일러준다. “이 모든 것을 몽땅 싸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준 길이 바로 노장이나 공맹보다 여러 백 년 앞서 태어나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불교는 구원의 빛과도 같다. 책은 단순히 동양 사상이나 불교교리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칸트, 니체, 세계적 철학가들의 사상 속에도 십이연기설이 있고, <법구경>이 스며있다. 운신도 부자유스러운 병든 몸, 먼저 떠난 남편과 어린 아들,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 타국, 녹록치 않은 80년을 온전히 지탱해 준 데는 부처님 가르침이 있었다.

저자는 길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 지치고 두려워 그 자리에서 그냥 두 손을 놓고 주저앉아 ‘아이고, 나는 이제 죽었구나’하고 울기만 하는 것은 곧 ‘방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럴수록 마음챙김을 번듯이 하고 ‘다시 한 번 더’하며 나아갈 수 있는 그 마음이 주인이고, 때에 따라서는 신보다 더 큰 역할도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하고 응원한다. 정신적 유산,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불교의 가르침 밖에 남겨줄 것 없다고 말하는 팔순의 인생 선배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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