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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44> 부처님의 새아버지 나꿀라삐따장자 ④“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12.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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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에 눈을 뜬 
밝은 지혜를 갖춘 제자들은 
오온으로 뭉쳐놓은 몸을 
‘나’라거나 ‘나의 것’이라고 
생각도 집착도 하지 않기에 

몸이 무너지거나 변해도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않고 
온갖 번민으로 
마음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존자의 법문은 제자에게 
최상의 치료약이 됐습니다” 

장자는 앞으로 병이 생겨도 
‘내가 왜 아파야 하는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마음까지 병들지 않게 됐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꾸 몸에 병이 생기자 나꿀라삐따장자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병에서 회복되자마자 아픈 몸을 이끌고 힘겹게 부처님을 뵈러 갔다. 그리고 늙고 병들어가는 몸에 대한 서글픔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하소연하며 법문을 청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몸이란 결국 무너지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비록 몸이 아프더라도 마음은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챙기고, 마음이 약해질 때 이를 잘 알아차리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법문을 들은 나꿀라삐따장자는 막연했던 마음의 고통이 사라졌고 즐거운 얼굴로 돌아가던 중 사리불 존자를 만났다. 나꿀라삐따장자의 환한 표정을 본 사리불 존자가 그 연유를 묻자 장자는 부처님께서 들려주신 법문을 이야기했다. 이에 사리불 존자는 지금이야말로 나꿀라삐따장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음을 알았다. 

사리불 존자에게 가르침을 청하다

사리불 존자는 나꿀라삐따장자에게 ‘몸과 마음이 아픈 모습과 아프지 않은 모습’의 차이에 대해 부처님께 여쭤보았는지 물었다. 존자의 질문은 섬세했고 목소리는 다정했으며 행동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았다. 자신이 깨달은 경지를 뽐내려는 의도로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꿀라삐따장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사리불 존자의 따뜻한 마음은 장자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사라불 존자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자 나꿀라삐타장자는 존자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사리불 존자님, 제자는 미처 그것까지 여쭤볼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존자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그 차이를 말씀해주십시오. 제자가 잘 듣겠습니다.”

“예, 장자님. 그리하겠습니다. 제가 천천히 말씀을 드릴 것이니 장자님께서는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주십시오.”

나꿀라삐따장자와 그의 아내 나꿀라마다가 법문을 청하자 사리불 존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법문을 설하는 사리불 존자의 얼굴과 법문을 듣는 나꿀라삐다장자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몸은 아파도 마음은 아프지 않는 법

“장자님,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후 진리와 지혜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세상을 넓게 밝혀주고 있지만 아직도 어떤 이들은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혜가 밝지 못한 사람들은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 이 다섯 가지에 묶여있는 몸을 ‘나’라고 생각하거나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집착하고, 이 몸을 붙들어 놓으려고 집착합니다. 이러한 생각과 집착 때문에 언젠가 오온에 묶여있는 몸이 아프고 병들어 무너져 내리면 근심하고 걱정하며 통곡하고 한탄합니다. 근심과 걱정이 너무 많아 슬픔이 쌓이면 온갖 번민으로 인해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이것이 바로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모습입니다.”

사리불 존자의 법문을 듣는 동안 마냥 싱글벙글하던 나꿀라삐따장자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리불 존자는 계속해서 법을 설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을 뜬, 밝은 지혜를 갖춘 제자들은 오온으로 뭉쳐놓은 몸을 ‘나’라거나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 몸을 붙들어 놓기 위해 집착하지 않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나꿀라삐따장자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집착하며 붙들지 않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거나 변해도 슬퍼하거나 근심하지 않고 온갖 번민으로 마음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몸은 아프지만 마음은 아프지 않은 모습입니다. 나라는 집착, 나의 것이라는 집착으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아픔은 집착을 끊어내면 원인이 소멸되어 사라집니다. 물론 마음의 병에서 벗어났다 하여도 늙고 약해져가는 몸의 병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의 병이 마음을 의지하여 생겨난 것처럼 마음의 병을 없애는 것 역시 마음으로 할 수 있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말을 마치자 나꿀라삐따장자는 주저 없이 존자의 두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를 올린 뒤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 사리불 존자여! 존자께서는 참으로 지혜로우십니다. 존자의 법문은 제자에게 최상의 치료약이 되었습니다. 존자의 법문을 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몸에 병이 오더라도 ‘내가 왜 아파야 하는가?’ ‘너무나 힘들고 괴롭구나.’ ‘죽음이 찾아올까 두렵다’는 생각으로 마음까지 병들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다가오자 

부처님을 처음 만났을 때 나꿀라삐따장자 부부는 나이가 많았고, 함께한지 50년이 넘은 사이였다. 자식들은 다 장성하여 그들 곁을 떠나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등이 굽고 머리가 하얗게 센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지냈다.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의 육체를 갈망하고 욕망하던 시기는 모두 지나갔고 가족으로서, 인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아끼고 보살폈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의 다른 모습일 뿐 사랑의 크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다정한 오누이처럼 항상 손을 맞잡고 모든 일상을 함께하던 두 사람은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후 작은 깨달음도 성취했다. 어떠한 의심도 없는 완벽한 믿음의 마음이 굳건했고 서로에게 진실했기에 나꿀라삐따장자 부부는 곧바로 깨끗하고 바른 견해를 얻었다. 병이 났을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이 약해져 잠시 고통 받기도 했으나 부처님과 사리불 존자의 법문을 듣고 나서는 그조차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부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함께 늙어가면서 때로는 병이 들고 점점 쇠약해지겠지만 그것 때문에 마음이 아파서 괴로워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아니 지나친 오만이었다. 

어느 날 나꿀라삐따장자는 또 다시 병이 났고 자리에 누워 지내게 되었다. 파도처럼 밀려왔다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통증을 견디고 견디며 그는 마음을 잘 챙기려 노력했다. 나꿀라마다는 남편이 식은땀을 흘리면 깨끗한 수건으로 그의 몸을 닦아주었고 이부자리도 자주 갈아주었으며 환자에게 좋은 음식도 손수 만들어 먹이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했다. 나꿀라삐따장자의 몸에 좀처럼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의사도 불렀다. 

그러나 유명하다는 의사들이 아무리 열심히 치료를 해도 차도가 없었다. 이미 몸이 너무나 늙고 약해졌기 때문에 약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치료를 받고 나면 나꿀라삐따장자의 얼굴은 더 창백해졌고 몸은 축 늘어져 눈을 감고 뜨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나꿀라마다의 간청에 장자를 상태를 살펴보러 온 의사들도 이제는 정말로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리에 누워있는 나꿀라삐따장자는 그야말로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시체처럼 보였다. 하루하루 죽음의 그림자를 이불삼아 온몸에 덮고 있는 것 같았다. 

아내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리고

나꿀라삐따장자의 상태가 계속 나빠지자 아내는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식들을 불렀다. 멀리 사는 자식과 가까이 사는 자식들이 오랜만에 한집에 모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지만 자식들을 맞는 나꿀라마다의 얼굴에는 반갑고 기쁜 표정이 아닌 무겁고 슬픈 분위기가 가득했다. 자식들은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자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차마 나꿀라삐따장자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방에서 나오자마자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기도 했다.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던 자식들은 당황하고 슬퍼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나꿀라마다는 그 슬픔에 휘둘리지 않았고 그저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했다. 이윽고 나꿀라삐따장자를 치료하던 의사가 진료가방을 챙겨들고 방에서 나왔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였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치료입니다. 여기서 더 위독해진다 하여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없습니다. 어쩌면 내일은 제가 올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나꿀라마다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의사를 배웅했다. 당부의 말을 마친 의사가 대문을 나서자 그때서야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슬픔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가냘픈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남편의 병 앞에서도 의연한 척 마음을 챙겼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남편이 더 이상 곁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나꿀라마다는 자신이 그동안 남편을 얼마나 의지해왔고,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때서야 분명히 알았다.

[불교신문3351호/2017년12월6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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