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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정해놓지 말고 마음소리에 귀 기울여봐”광주 정광고 ‘마음찾기 북콘서트’ 현장
  • 광주=하정은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 승인 2017.11.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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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아본 친구’, ‘공부만 한 친구’, ‘친구가 필요한 친구’…. 다양한 군상의 아이들이 미리 적어낸 고민을 안고 불교심리상담사 임인구씨 앞에 앉아 모처럼 마음을 털어놨다.


“태어나 제일 가슴 뜨거운 청춘인데 왜 연애고민이 1도 없죠?” 광주 정광고 1,2학년 100여명 고민쪽지를 미리 받아본 임인구(38) 불교심리상담사가 물었다. “교내 연애 금지령이요!”, “연애하면 벌점 받아요”, “비밀연애 하다 걸렸어요”….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아이들 볼멘소리에 임 박사는 멋쩍은 듯 답했다. “제가 또 여러분 아픈 곳을 찔렀군요. 흐흐” 

지난 9일 광주 정광고(교장 임형칠) 중강당 ‘녹야원’. 남녀 고등학생 200여명이 7,8교시 체험활동 일환으로 열리는 ‘마음찾기 북콘서트’에 입장했다. 조계종 포교원과 불교신문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지난 7월 남양주 광동고에 이어 종립학교에서 두 번째 개최하는 북콘서트다. 올여름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불교심리상담서 <내 마음 어디까지 알고 있니?(불교신문刊)>의 저자 임인구씨가 넉달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고 아이들 앞에 섰다. 이번엔 자기 마음(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십우도에서, 소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친근한 고양이로 탈바꿈한 이른바 ‘십묘도’를 들고 왔다.  

“우리는 뭔가 찾으러 날마다 길을 나섭니다. 발자국과 울음소리 같은 자취를 좇다 마침내 고양이를 얻어요. 고양이를 길들이고 친해지지만 어느 순간 고양이를 잊어버리고 다시 고양이를 추억하고 그리워합니다. 내 안에 본래 있었던 고양이는 내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할지라도 외면하면 곤란하죠.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알수만 있다면 내 갈등과 아픔도 다소 명확해지고….” 자칫 난해한 선(禪)적 경지를 고양이에 빗대자 아이들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졌다. 고양이의 애절한 울음소리와 같은 솔직한 자기 마음과 충분한 시간을 가져보라는 말에선 눈빛마다 자신감이 묻어났다. “여러분 고민은 대부분 같아요.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돈도 잘 벌고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는 것이죠. 대학도 최소한 어디어디까지는 가야 인간대접을 받을 거라고 함부로 단정하고. 내 마음에 있는 고양이는 망각한채 단순히 남들 보기에 좋은 것만 얻으면 내 삶이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을 거라며 꿈을 좇으며 살죠. 그러다 결국엔 길을 잃고 헤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임인구 씨는 아이들이 적어낸 종이뭉치 중 하나를 꺼내 읽었다.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이 짧은 고민이 힘겹게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하는 마음이자, 어쩌면 수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심정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부처님도 그 좋은 부귀영화를 버리고 집을 나올 때 이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왕이 될 몸인데 무엇이 아쉬워서 길을 떠났을까요. 내 마음이 내는 소리, 나의 고양이를 찾기 위함입니다. 저 역시 참담하고 불우한 개인사를 딛고 일어선 계기는 내 안에 꾹꾹 감춰놓은 외로움을 당당하게 꺼내어 세상과 조우하는 순간입니다.”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에게 큰아빠 큰엄마 할머니 삼촌 친척들이 하는 말, ‘우리가 있으니 너는 외로운 아이가 아니다’, ‘너는 외롭지 않다’, ‘결코 외로워선 안된다’…. 임 씨는 “내 마음은 결코 타인에 의해 규정돼서는 안된다”며 “여러분이 자주 쓰는 신조어 ‘답정너’의 삶은 이제 졸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인구 불교심리상담사가 아이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십우도 변형 십묘도로 ‘친근’
타인에 규정된 삶 벗어나
내 마음 속 고양이 찾아야


‘답정너’로 살기엔 아까운 청춘
불교상담가 임인구씨에 공감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 신조어>

실제로 정광고 학생들이 제출한 고민쪽지 대부분은 삶의 정답이 정해져 있다. “취업이 잘되는 진로를 선택해야 한는데”, “잠을 줄여야 하는데”, “살을 빼야 하는데”, “목표가 뚜렷해야 하는데”…. 모두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다’는 고민들이다. 임 씨는 이 지점에서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제발 알고 있다는 착각을 버리세요. 내가 모르고 있는 그 자체가 답이라면 답입니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정답이 아니었음을 아는 것에서 시작합시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를 사례로 들었다. 누구는 북극성을 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장담하고, 누구는 물소리에 귀를 쫑긋하면서 계곡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자신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누구도 장담하거나 자신할 수 없다. 또한 산정상을 올라가든 하산을 하든 중간에 멈춰서 산세를 느끼든 내 마음대로 하면 그만이다. “내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다리는 시간은 게임 발매일을 기다리는 시간만큼 값지고 설레고 즐겁습니다. 지루하다, 외롭다, 무섭다, 가슴아프다, 질투난다… 이 모든 마음도 귀하고 아름다운 우리 고양이들의 이름입니다. 여러분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나침반이자 이정표입니다. 우리에게 경험되는 어떤 마음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마세요. 여러분 삶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요 길잡이니까요.”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는 아직 제 마음의 고양이를 찾지 못한 것 같은데 어쩌나요?”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무시하신 것 아닐까요? 아마도 마음은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을 겁니다. 듣고자 마음 먹으면 금방 들립니다. 내 진로 내 미래는 마법처럼 뚝딱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미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생각하고 움직였던 그 일이 바로 내 적성이고 내 마음입니다.” 용민이(가명)는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마음에 여유가 없습니다. 이제 대입이 코앞인데 마냥 마음에 귀기울이고 있을 순 없잖아요.” “뭔가 해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세요. 할 일 없으면 청소라도 하라는 말을 어른들이 곧잘 하시죠. 생산적인 일, 성실한 삶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쉬는 시간이 엄청 중요합니다. 밤에 잠을 안자고 공부하는 것이 과연 유익한 일일까요. 반대로 하루종일 잠을 자도 되는 현실이라면 하루종일 잠을 잘 건가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과거에 ‘좀 놀았던’ 지만(가명)이가 용기를 냈다. “이제 마음은 잡았지만, 지금도 옛날처럼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어쩌죠?” “친구들과 뭘하고 놀았길래 그렇게 놀고도 또 놀고 싶을까요?” “그냥 뭐 이런저런 거. 친구들이랑 놀면 뭘 하든 다 재밌고 좋아요.” 지만이의 용감한 질문에 공감한 친구들도 환호했다. “친구들과 논다는 것은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입니다. 모든 게임과 놀이의 규칙은 소통의 방법론을 갖고 있어요. 노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소통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지만이는 그 누구보다 색안경을 덜 끼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가진 편견없는 사람이죠. 상담사들조차 노력해도 어려운 부분을 지만이는 잘 하는 겁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일부 아이들은 남아서 기념촬영에 임했다. 앞줄 가운데 이동배 교법사(왼쪽)와 임인구 박사.

누가봐도 모범생 현미(가명)가 마지막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까지 혼자서 죽도록 공부만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갖고 싶어요. 친구들과 놀러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비밀얘기도 하고 싶고…. 그런데 친구들이 저를 피하는 것 같고 저 역시 다가가기 힘들어요.” 울먹이는 현미에게 다시 물었다. “무작정 친구가 필요한데 내뜻대로 안된다 아파하지만 말고 다시 한번 현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외로운 마음을 감추지 말고 꺼내요. 우선 가장 가까운 엄마 아빠에게 현미가 많이 외롭다고 말해 보세요. 남에 의해 주어진 답을 잠시 멈춰놓고 내 고양이가 뭐라고 지금 울고 있는지 그 느낌을 찾아보면 어떨까.”

  주어진 2시간은 예상대로 태부족이었다. 종립학교 정광고 모교 출신의 이동배 교법사는 시종일관 아이들 곁을 지키면서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끌었다. “법사님이 지난날을 돌이켜보니까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로 남더라. 오늘 너희들이 가장 솔직한 시간을 갖고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다.” 수능 일주일 앞두고 예민하고 민감한 시기에 마음을 울리는 훈훈한 무대를 만들어준 이 교법사는 북콘서트 전에 아이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광주=하정은 기자 사진=신재호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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