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불교는 자비로운 종교라는데 불교가 말하는 자비로움이 뭐예요?

목숨 있는 모두를 가엾이 여겨
기쁨도 슬픔도 함께한다는 뜻 
불교의 핵심…부처 되는 길이지 

누리 물음이 점점 불교 핵심을 파고드는구나. 불교는 ‘부처님 가르침’이면서 ‘부처를 이루는 길’이기도 하다는데 있어. 다른 종교 가르침에는 교조, 가르침을 펼친 어른을 섬기고 따를 뿐이지, 스스로 갈고 닦아 그 분과 같아질 수 있는 없어. 

석가모니 부처님이 가르친 고갱이는 ‘자비’ 곧 사랑이야. 부처님은 자비로워야 한다는 당신 말씀처럼 한평생을 자비롭게 살다가셨지. 불자들이 깨달음에 머물지 않고 삶에서 자비로움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에 불교가 철학에 머물지 않고 종교가 될 수 있었어요. 자비에서 ‘자(慈)’는 더불어 기뻐한다는 뜻이고, ‘비(悲)’에는 함께 앓는다는 뜻이 담겨있어. 자비로움이란 남이 잘되는 것을 더불어 기뻐하며, 누가 앓으면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 않고 같이 앓는다는 말씀이야. 

이 세상에 사랑을 얘기하지 않는 종교는 없어. 그런데 그 사랑이 대부분 사람에 머무르고 말지. 그러나 세상살이란 만물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잖아. 푸나무나 짐승, 벌레나 곤충이 없다면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 곁을 지켜주는 동식물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고마워하기는커녕 무자비하게 굴어. 얼마 전 살충제 달걀 때문에 어수선했잖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이 좁은 데 가둬 기르는 닭들이 몸에 붙은 세균을 스스로 떨쳐버리지 못해 살충제를 뿌려대어 생긴 일이라잖아. 숨이 막히도록 좁은데서 길러지면서 한을 품은 소나 돼지 그리고 닭고기를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결이 멀쩡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조그만 일에도 참지 못하고 성을 내거나 우울해 하고, 자살하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 

사랑이 사람에만 머물지 않고 살아 있는 모든 목숨붙이에게 두루 이르도록 하는 것이 자비로움이야. 부처님은 “살아있는 목숨붙이라면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남김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해야한다. … 어머니가 외동이에게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아이를 보살피듯이 살아있는 모든 것을 보듬어 가없는 자비심, 곧 살갑고 도타운 마음을 내야 한다”고 이르셨어. 

아무리 그래도 어찌 사람도 아닌 동식물에게 쉽사리 자비로운 마음을 낼 수 있겠느냐고? 그건 평소에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래. 우리가 기도나 참선을 하고 경(經)을 읽는 것은 바로 마음이 열리도록 길들이는 훈련이지. 마음을 열려면 늘 깨어 있어야 해. 언제나 깨어있는 이가 바로 부처란다. 

[불교신문3344호/2017년11월11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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