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불교 정말 쉬워요] <39>법문은 스님만 할 수 있나요?

스님들이 주로 법문을 하지만
쿳줏따라 등 재가불자 법문이 
초기경전 ‘이띠붓따까’에 전해

A 법문하는 분을 법문을 여는 스승(법사)이라고 하는데, 법문은 주로 스님들이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단다. 초기 경전 대부분은 오래도록 부처님을 모시고 다닌 아난다스님이 부처님께서 남긴 말씀을 외워두었던 것을 모은 것이야. 그런데 <이띠붓따까(여시어경)>은 스님이 아닌 재가불자가 부처님 말씀을 외워 풀어놓은 경전이야. 더구나 이 분은 우데나국 사마와띠 왕비를 모시는 시녀였단다. 

쿳줏따라는 왕비 심부름으로 아침마다 궐밖에 나가 꽃을 사와야 했어. 어느 날 꽃을 사러 나갔다가 부처님 법문을 듣게 됐어. 부처님은 “마음 놓고 살고 싶습니까? 베푸십시오. 열심히 땀 흘려 벌어서 이웃과 수행자에게 베푸는 일보다 더 큰 공덕은 없습니다”하시면서, 제 것이 아닌 것을 움켜쥐고는 제 것이라고 우기는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짚어주셨지. 

이 말씀이 쿳줏따라 가슴에 박혔어. 꽃값에서 절반은 떼어 챙기고 나머지 돈으로만 꽃을 사다 왕비에게 드렸거든. 부처님 말씀을 듣고 크게 뉘우친 쿳줏따라는 그날 받은 돈 만큼 꽃을 사가지고 갔어. 

평소보다 훨씬 많은 꽃을 안고 돌아온 쿳줏따라는 왕비 앞에 무릎을 꿇고 그동안 꽃값을 반이나 챙겨왔다고 털어놨어. 사마와띠 왕비는 어째서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었느냐고 물었지. 쿳줏따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남의 것을 가로채는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했어. 왕비는 벌을 주기는커녕 이렇게 물어. “방금 부처님 가르침을 들었다고 했느냐? 어서 들려다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쿳줏따라는 어서 들려달라는 왕비를 보며 입을 열려다 말고 뜻밖에 말을 해. “마마, 제가 하찮은 하녀로서 왕비마마 앞에 서 있는 것입니까? 부처님 가르침을 알려드리는 귀한 사람으로서 서있는 것입니까?” 왕비는 “지금은 부처님 가르침을 일러주는 귀한 사람으로 서있는 거지”라고 했어. 그러자 쿳줏따라는 “참다움을 받드시려면 참다운 말씀을 알려주는 사람을 먼저 받들어주시기 바랍니다”고 당돌한 말을 던져. 왕비는 선선히 궁녀들을 시켜 쿳줏따라를 목욕시키고 고운 옷으로 갈아입혀 높은 자리에 앉도록 하고는 부처님 말씀을 전해 들어. 쿳줏따라는 그 뒤로 날마다 부처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고 돌아와 왕비에게 들려드렸어. 뒷날 부처님은 쿳줏따라를 ‘재가 여성 불자들 가운데 법문을 가장 많이들은 사람’이라고 추켜세우셨대. 

[불교신문3337호/2017년10월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