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우리나라 시문학의 본가
불교만큼 많은 
시의 자산을 가진 
집안도 없다 

산사에
‘시의 항아리’를
설치하면 어떨까

며칠 전 서울시 문화예술자문회의에 갔었다. 현재 설치하여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의 ‘시의 항아리’ 사업을 어떻게 더 발전시킬까 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의 ‘시의 항아리’ 사업은 ‘시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여러 가지 사업 중에 하나였다. 2013년 11월에 시작되었다. 

이에 앞서 서울시에서는 시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2007년부터 ‘시가 흐르는 서울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다가 2013년 11월1일 박원순 시장이 여러 문학단체장들과 모여 ‘시의 도시 서울’을 선언하면서 시 프로젝트 사업을 본격화 한 것이다. 당시 선언문은 마침 문학단체 비상임 실무책임자였던 필자가 작성했다. 

‘시의 항아리’는 운영을 두고 공무원과 문학단체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보완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해 서울시는 3개월간 청사 내에 ‘시 두루마리 항아리’를 시범적으로 설치하여 오고가는 시민과 직원들이 자유롭게 시를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시범적으로 시작한 사업에 시민들의 반응이 의외로 좋아서 지금까지 운영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시 항아리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넣고 침을 뱉거나 커피를 부어넣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항아리를 좀 멋스럽게 개조한 이후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실제로 시청을 방문하거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시의 항아리’를 통해 시를 뽑아보고 위로와 감동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얘기다. 시가 가져다주는 심리적 치유와 효과는 이미 오래 전 학문으로 정리되었다. 

필자도 시청역을 지나다가 ‘시의 항아리’를 보고 반가워 마음이 놀람을 경험했고, 어느 시가 뽑힐지 기대와 설렘으로 항아리에서 시가 적혀 있는 두루마리를 꺼내고, 내용을 궁금해 하며 펼쳐보던 기억이 있다. 시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며 남은 하루를 지냈다. 

서울시와 종교단체들, 이를테면 성공회 서울교구는 시청역 3번 출입구에 시 항아리 놓아두고 “詩의 항아리-詩의 항아리는 서울시와 대한성공회에서 여러분 모두 서로 사랑하며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한성공회”를 붙여놓았다. 아마 기독교 모임으로 보이는 교통문화선교회에서도 서울시와 협력하여 시의 항아리 사업을 하고 있다.

필자는 한두 해 전에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 토론회가 있어서 갔다가는 회관 앞 ‘말씀 바구니’에 쌓아 놓은 두루마리를 하나 집어서 펴 보고는, 그 내용의 의미를 오후 내내 생각하며 보냈던 기억이 있다. 

불교는 우리나라 시문학의 본가라고 할 수 있다. 불교만큼 많은 시의 자산을 가진 집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에 불교가 왠지 소홀한 생각이 들어 섭섭하다. 종교간 형평을 위해 서울시 측에 불교와 천도교 쪽과도 협력을 하도록 제안했다. 이전에 제안을 안했을 리가 없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사찰 주변 지하철 입구나 산사의 일주문 앞에 ‘시의 항아리’를 설치하고 관리하면 어떨까. 서울시와 협력하면 좋고 독자적으로도 할 수 있다. 서울시 이외의 지역은 독자적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이 전법 행위이고 시민들의 마음을 밝혀 주는 전등 행위가 아닐까.

[불교신문3337호/2017년10월18일자]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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