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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타스님의 손편지]<16> 손녀봐줘도 인사 안하는 며느리자비로운 마음이 며느리 변화시켜요
“스님 저는(이승옥, 62, 여) 이 나이에도 어린 손녀를 돌보고 있습니다. 2년 전까지 외손자를 돌봐준 일이 있다 보니 맞벌이를 하는 아들내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수락은 했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외손자를 돌볼 때와는 다르게 부쩍 힘에 부칩니다. 그나마 손녀 재롱 보는 낙에 그럭저럭 견디면서 아들내외 퇴근시간에 맞추어 집안 정리도 해 놓고 때로는 저녁밥상을 차려놓기도 하는데, 요즈음 들어 자주 기분이 상합니다. 왜 아들집에서 돌아올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원인은 며느리였습니다. 며느리가 싹싹하고 애교 있는 성격이 아닌 줄은 알지만 늙은 시어머니가 아이 키워주고 집안 청소에 밥상까지 차려 주는데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를 안 합니다. 온 종일 시달리다 며느리에게 손녀를 안겨주고 뒤돌아서면 며느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뿐입니다. 이런 며느리가 곱게 보이지 않으니 제가 너무 속 좁은 시어머니인가요? 

 

승옥님! 어린 손녀는 아들의 아이입니까, 며느리의 아이입니까? 아들은 승옥님의 아이입니까, 남편의 아이입니까? 승옥님은 아들을 키우면서 누군가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자 아들을 키우셨습니까? 당연히 아니라면 손녀를 키우는 일에는 왜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싶어 할까요? 승옥님의 마음속에 아들은 내 아이이고, 손녀는 며느리 아이라는 구분을 지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깊게는 아들은 내 자식이지만 며느리는 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아들이 혼자 사는 집이거나, 아들과 손녀만 사는 집이라면 승옥님은 손녀를 돌보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고, 아들 집을 정돈하고 아들을 위해 저녁 밥상을 준비하는 일에 대해서도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아들이 매번 고맙다는 말을 한다면 엄마를 남처럼 대한다고 서운해 하시겠지요? 

승옥님! 부처님께서는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을 버리면 고통이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아들만 내 자식이 아니라, 며느리도 내 자식이고, 손녀도 내 자식들의 아이니 당연히 내 아이라고 바라보십시오.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 이유가 없으니 고맙다는 말을 하든 안하든 기분이 상할 일도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여린 몸으로 집안 일 하랴, 직장 일 하랴, 어린 아이 돌보랴, 남편 챙기랴, 시부모까지 챙기는 며느리가 한없이 가엾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다행히도 며느리가 착해서 저녁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감사인사를 한다면 참으로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 조차도 며느리를 내 자식으로 받아들일 때 생기는 마음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승옥님의 마음에는 또 다른 불만이 생기게 됩니다. 며느리가 말로만 고맙다고 할 뿐, 진심으로 고마운 줄을 모른다고 불평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승옥님의 기분이 좋고 나쁜 것은 며느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승옥님이 어떤 마음으로 며느리를 바라보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승옥님이 며느리를 내 자식으로 바라보면 손녀를 돌보는 일도 내 일이 되니, 힘든 마음보다는 잘 보살피려는 마음이 가득할 것이고, 집안 청소며 저녁밥상을 준비하는 일도 당연한 내 일로 생각되기 때문에 며느리에게 고마움의 댓가를 바라지 않게 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으니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니 그로 인한 고통도 사라지게 됩니다. 며느리의 무뚝뚝한 성격도 속 깊고, 믿음직하게 느껴지면서 며느리의 모든 행동이 예뻐 보이기까지 할 것입니다. 며느리의 행동이 예뻐 보이면 승옥님과 며느리와의 관계는 저절로 편안하게 되고, 이것은 곧 온 가족의 행복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증일아함경>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은 모든 법에 근본이 되어 마음속의 생각을 입과 행동으로 나타내나니, 마음속에 악함을 품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수레의 뒷바퀴가 앞바퀴를 따르듯 그 과보가 뒤따름도 그와 같느니라. 마음은 모든 법에 근본이 되어 마음속에 선한 생각을 품으면 그 사람의 행동도 착해지리라. 선행에 좋은 과보가 따르는 것은 그림자가 몸뚱이를 따르는 것과 같느니라.” 며느리를 향한 승옥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싹싹하고 애교 넘치는 며느리로 만드는 것입니다.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혜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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