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따와나 선원 초기불교대학원

초기불교 수업은 빠알리어로 삼귀의 오계와 <자애경>을 독송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 19일 찾아간 서울 제따와나선원 초기불교대학원 수업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자애경>을 독송하는 모습.

“날마다 절에서 6시간 정도 수행하는데, 60년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욕심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김학열(60, 법명 대오)”

“쉰 넘어 불교공부를 시작했는데 부처님 가르침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정우석(64, 법명 견불)”

“법을 처음 공부할 때도 좋았지만, 공부하는 과정인 지금도 정말 좋다. 현재는 미래의 씨앗이니까 당연히 끝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불교공부를 안했다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참 다행스럽다. 조규선(69, 법명 덕림)”

초기불교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 서울 제따와나 선원 초기불교대학원에서 수학 중인 불자들의 대답이다. 2015년 초기불교대학에 입학해 2년 이상 공부하고 올해 대학원에 입학한 이들은 초기불교를 만난 것을 삶의 가장 큰 기쁨으로 꼽았다. 막연하게 여겨졌던 부처님 가르침 특히 사성제, 팔정도를 명확하게 이해했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는 제따와나 선원장인 일묵스님이 강조한 교육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초기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는 제따와나 선원을 연 일묵스님은 2015년부터는 초기불교대학을 열고, 체계적인 지도를 시작했다.

초기불교대학은 공덕반, 교학반, 수행반으로 이뤄져 있다. 불교기본교리와 부처님 생애를 배우는 것에서 출발해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에 대한 강의가 집중돼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쳐야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대학원 수업은 매주 수요일 진행되는데 강의, 실참,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된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불자들은 오전10시부터 절에 나와 함께 수행하고, 1주일간 수행하며 든 생각들을 나누는 법담시간을 조별로 갖는다. 법문을 듣고 수행하고 스님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지니, 불자들은 공부가 진척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일묵스님은 “부처님과 부처님의 직계제자들에 의해서 설해진 가르침인 초기불교는 불자라면 반드시 배워야 하는 기본 가르침”이란 생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불교에 귀의했다면 부처님 언어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데, 정작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님이 출가할 당시에는 특히 더 했다. 초학자가 배워야 할 <아함경> 같은 경전을 보기보다 한문으로 된 대승경전 뜻을 새기는 데 교육이 집중돼 있던 까닭이다. 대승경전을 배우면서 채우지 못한 부족함은 초기경전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초기경전은 부처님 말씀과 가장 가깝다. 부처님께서 스님과 재가불자들에게 설한 가르침이 담겨 있어 이해가 쉽다. 때문에 초기불교를 공부하다보면 대승의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막연했던 경전 속 부처님가르침
초기경전 읽으며 명확히 이해돼
막무가내 믿으라고 하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줘서 더 쉬워

법문-수행-질의응답 반복하며
달라지는 것 자신스스로 느껴

스님은 특히 사성제를 이해하는 것이 곧 불교를 이해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맛지마 니까야> ‘코끼리 발자국 비유경’에서 코끼리 발자국 안에 모든 생명의 발자국이 포함되듯, 불교의 모든 가르침이 사성제 안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불교를 입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할 가르침임에도 ‘사성제=고집멸도’라는 등식관계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번뇌와 번뇌의 원인, 번뇌의 일어남, 번뇌의 사라짐, 번뇌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 불교에 대한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면 불교가 재미있어지고, 좋은 가르침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를 실천해서 삶에 적용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면, 수행도 열의를 갖고 할 수밖에 없다.

앞서 소회를 밝힌 불자 외에도 초기불교대학원에 재학 중인 불자들 가운데는 공부와 수행을 병행하며 환희심을 느낀 이들이 많다. 춘천에서 서울을 오가며 아내와 함께 수업을 듣는 김병선(77, 법명 대안)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12연기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 ‘부처님 가르침이 이런 뜻이구나’ 하고 공감돼 팔정도 수행을 더 열심히 한다”며 “매일 오전5시에 1시간 동안은 사마타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춘화(54, 법명 여여심)씨는 “도반 권유로 간화선 수행을 오래 했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컸다”며 “불교에 대해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 선원장 스님 강의를 들었다. 지금은 스님 말씀대로 사성제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6년 전 제따와나 선원에서 불교를 처음 만났다는 김은정(50)씨는 법명부터 특별하다. 빠알리어로 보배라는 뜻의 ‘라따나’로 일묵스님에게 받았다.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경쟁에 치여사는 게 싫어 모든 것을 내려놨다는 사람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는 그는 “누구에게 세상은 놀이터인데, 누구에겐 전쟁터라면 진짜 세상은 뭘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 게 신행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다른 종교를 먼저 찾아갔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불교에 오게 된 그는 초기불교를 배우고 비로소 답을 찾았다고 했다. “세상은 12처로 이뤄졌고, 여기에 번뇌가 작용하면 전쟁터가 되고, 번뇌를 제거하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모든 가르침에는 “무조건 믿으라”는 강요가 아니라 설명이 차근차근 뒤따랐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고 난 뒤 김 씨는 가정도 화목해졌다고 한다. “여태 자애라고 믿었던 가족사랑이 알고 보니 집착이더라”며 “부처님 가르침 전해서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게 아들에게 공부보다 더 이익 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됐고,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게 되면서 남편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기불교를 공부한 불자들은 수행을 병행하면서 스스로 달라지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묵스님은 “괴로움이나 행복에 대한 견해가 바르지 않은 사람이 사성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만큼 바른 견해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바른 견해를 가진 뒤에야 비로소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삶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따와나 선원은 내년 3월 강촌으로 이전, 초기불교수행전문도량으로 변신한다. 기존 온라인 강의를 통해 교학을 배우고 강촌선원에서는 사성제 수행을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또 단기출가 프로그램과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는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초기불교를 공부하고 싶다면?

지역에도 초기불교 공부모임이 적지 않다. 직장생활 하느라 시간 내기 어렵다면 서울 제따와나선원 초기불교대학을 찾아가보자. 대학원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다. 공덕반, 교학반, 수행반과 대학원 과정으로 구성된다. 공덕반은 불교 기본교리와 부처님 일대기를 배우고, 교학반은 초기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사성제를 체계적으로 공부한다. 수행반에서는 <대념처경>을 배우며 실제 수행에서 사성제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배우고 익힌다.

초기경전 ‘4부 니까야’ 완역의 위엄을 달성한 초기불전연구원도 꾸준히 초기불교 공부를 해오고 있다. 김해 장유초기불전학림에서는 오는 11월7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7시30분부터 청정도론 강의가 이어진다. 또 초기불전연구원 동호회가 구성돼 있어, 부산경남, 서울경기, 제주지역 모임과 실상사 모임에서 매월 1번 모여 초기경전을 공부한다.

수원 공소사 범일스님을 중심으로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 서울 불교명상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강남서울공부모임 외에 수원경기, 대전충남, 부산경남 모임 등이 운영 중이다. 대구 관오사는 초기경전 니까야를 강독하고 빠알리어를 배우는 초기불교학림이 있다. 주1회 재가자들을 위한 수업 외에도 대구경북 지역 스님들이 매월 1회 함께 모여 공부하는 스터디모임도 있다. 이밖에도 서울 불광사에 초기불전공부모임이 있어 화요일마다 함께 공부한다.

특강도 종종 열린다. 구미 마하붓다사는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를 강사로 오는 10월12일부터 10회에 걸쳐 초기불교 특강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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