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붕스님 진영. 오른쪽 상단에 적힌 ‘태허대사상’의 태허는 남붕스님의 법호이다. 출처=밀양 표충사.

동국대 불교학술원, 표충사 시첩 등 발간

“충과 의를 지니고서 큰 바다를 건너, 양을 잡아서 묶듯이 왜적을 징계했네, 세상을 구하는 병기라 살벌하지 않고, 도를 이룬 모습은 신령한 빛을 뿌렸네…” 임진왜란 당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와 백성을 구한 사명대사의 충정을 담은 유언국의 글 가운데 일부이다.

조선 영조 당시 병조참판을 지낸 유언국을 비롯한 이수광, 이시발, 이지완, 정협 등 당대 고위관료와 지식인들이 사명대사의 뜻을 기린 시문(詩文)이 한글로 옮겨져 나왔다. 사명대사 5대 법손(法孫)으로 시첩을 묶은 태허남붕(太虛南鵬, ?~1777)스님이 사대부들에게 받은 편지를 한글로 번역한 서간첩도 출간됐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이 펴낸 <밀양 표충사 시첩>과 <밀양 표충사 서간첩>이 그것이다.

억불숭유 분위기의 조선 중기 였지만 사명대사의 충정과 법손 남붕스님의 학식을 관료와 사대부들도 높이 평가했음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경상감사 이기진은 사명대사를 배웅하며 “왜적 제압할 높은 계책 없어서, 구름 숲의 노스님을 일으켜 세웠네”라면서 “행장 꾸려 먼 바다를 건너가니, 그 배포는 하늘마저 알아주네”라며 극찬했다.

조정에서 사명대사를 추도하고 제향(祭享)을 실시했지만 임진왜란 이후 사대부들의 진솔한 뜻을 담은 글을 펴낸 것은 의미가 있다. 이는 남붕스님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붕스님은 사명대사의 일기와 상소문 등을 수록한 <분충서난록(奮忠紓難錄)>과 <표충사제영(表忠祠題詠)>을 발간하고 영당비(影堂碑)를 건립하고 쇠락한 표충사를 중건했다.

남붕스님에게 보낸 사대부들의 편지 등을 묶은 <밀양 표충사 서간첩>을 통해 흔적 확인이 가능하다. 서간첩의 본래 제목은 <간독(簡牘)>이다. 밀양 부사 이덕선, 황해 감사 윤득화, 예조판서 민응세, 충주 목사 김치일 등의 편지가 실려있다. 연대를 알 수 없는 해 1월5일 밀양 부사 이덕선은 “재약사, 즉 표충사가 장차 폐사가 되려고 하다가 대사의 주선에 힘입어 능히 소생의 지경에 이르렀으니 가히 기쁘다”는 편지를 보냈다. 남붕스님이 사명대사 현창은 물론 쇠락 위기에 처한 표충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중창주임을 확인 할 수 있다.

한편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은 지난 17일 밀양 표충사(주지 법기스님) 대광전에서 ‘표충사 서첩 서간첩 출간 고불식’을 거행했다. 고불식에는 동국대 이사 법산스님, 표충사 주지 법기스님, 정승석 불교학술원장, 이철헌 동국대 교수, 박형수 동국대 부설 홍제중 교장을 비롯해 한상길, 김종진, 이재수, 최동순, 오경후 불교학술원 교수 등 실무자와 신도 등 150여명이 함께 했다. 

◎ 남붕스님 영세불망비

표충사 영사각(永思閣)에는 남붕스님을 기리는 목비(木碑)가 있다. ‘건원주(建院主) 태허당(太虛堂) 휘남붕(諱南鵬) 영세불망미(永世不忘碑)’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문 원문을 김종진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한글로 옮겼다.

顯允溟師(현윤명사) 紓難執徐(서난집서) 迺刱畏壘(내창외루) 粤繇太虛(월요태허) 사명 대사 임진 난리, 극복한 자취 드러내고자, 사당을 창건하셨으니, 아 태허 스님부터시라.

笻遍鰈域(공편접역) 藻拾鴻匠(조습홍장) 所勸者普(소권자보) 其規則暢(기규칙창) 온 조선 땅 다니면서, 큰 선비들 시문 수습하며, 널리널리 권하였으니, 그 격조 유려하네.

散花名釋(산화명석) 傳燈法孫(전등법손) 裕爾衆生(유이중생) 覃我諸髡(담아제곤) 이름 높은 스님께 산화공덕 드리신, 법을 이은 법손이라, 중생을 넉넉하게 하신 덕, 우리 승도들에게도 미치셨네.

現在羅漢(현재나한) 宿世檀越(숙세단월) 一山游雲(일산유운) 千江寒月(천강한월) 현재의 나한이요, 숙세의 단월로서, 온 산에 노니는 구름이여, 천 강에 뜬 달이시라.

栴香乍逗(전향사두) 蘚紋不蝕(선문불식) 標功記德(표공기덕) 非相非色(비상비색) 전단향 피워 올리나니, 이끼 좀 먹지 않으리라, 공덕을 표창하여 기록하나니, 상도 아니고 색도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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