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란 조계종 포교사

불광사에 시부모 위패 봉안하고
기일마다 제사지내며 고인 추모

정춘란 포교사는 고인이 된 시부모를 추모하기 위해 불광사에 평생위패를 봉안했다.

고인이 된 시부모를 추모하기 위해 평생위패를 봉안했다는 정춘란(법명 묘정현)씨를 지난 14일 서울 불광사에서 만났다. 조계종 포교사이기도 한 정 씨는 사찰 봉사활동은 물론 성동구치소 수용자 포교를 하는 독실한 불자이다. 둘째 며느리인 그가 시부모 위패를 재적사찰에 봉안한 사연을 들어봤다.

하동이 고향인 정 포교사는 1년에 제사가 11번이나 되는 종갓집에서 자랐다고 한다. “밤12시 제사를 지내고 음복까지 한 뒤 상을 정리하면 새벽3시가 돼야 끝이 났어요. 맏딸이라서 어머니를 열심히 도와드려야했어요. 그 중 하나가 아침이면 동네 어르신들에게 제사음식을 나르는 일이었어요.” 고생하는 어머니를 지켜보고 일손을 거들어야 하는 일은 맏딸에게도 부담이었다. 오죽했으면 어린 마음에 제사 없는 집에 시집가겠다는 생각까지 했을까. 결혼해서는 시댁에서 제사를 모시지 않았다. 큰할아버지가 있고, 또 둘째며느리라 제사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시부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년 뒤 시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어요. 처음엔 위패를 봉안하겠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제가 시모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불광사 신도들이 조의를 표해주더라고요. 조의금을 받으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두 분 위패를 봉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은며느리로서 정성을 다해 불광사 연화당에 시부모님 위패를 모셨습니다.”

속 시끄러운 집안 사정도 있었다. 시아버지가 작고한 뒤에는 시어머니가 제사를 챙겼는데,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나니 큰집에서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돌아가신 날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저라도 잘 모시자는 생각에 사찰에서 기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기일이면 시간 맞춰 가족들이랑 같이 절에 와서 차를 올리고 공양을 함께 합니다. 법등 도반들도 함께 참여해 추모해줘요.” 사찰에서 제수를 준비해주고, 스님이 직접 독경해주기 때문에 가족들이 할 일은 많지 않다. 제사지낸 후 차 마시고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게 가족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포교사는 위패를 봉안하고 절에서 제사를 지내는 게 젊은 사람들에게는 ‘뿌리 찾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바쁘게 사는 속에서 잠깐잠깐 조상을 추모하고 기리는 시간을 갖는 거니까요. 제사를 지내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또 자손이 번창하길 기원하잖아요. 그런 시간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릴 때 봐왔던 것처럼 자식들이 제사를 지낼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집성촌이라 마을 어른들이 손을 보태줬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혼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고, 대다수는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하잖아요. 무작정 옛 문화를 자식들에게 기대하거나 강요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그래서 전 사찰 위패봉안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그는 사찰에 위패를 봉안하면서 좋은 점은 그리우면 언제고 와서 기도할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집 가까이 사찰이 있으니까 생각나면 찾아와서 기도할 수 있잖아요. 일 있을 때면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고 속 얘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무슨 일 있으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꽃 공양하고 인사드리라고 해요.”

위패봉안을 계기로 자손을 포교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동생 시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위패봉안을 권유했어요. 작년에 조카가 입시준비 때문에 잠깐 저희 집에 머물렀는데, 조카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하고 오라고 일러줬거든요. 그랬더니 조카가 서울에 오면 자연스럽게 절에 가더라고요. 사찰에 자주 오다보면 불교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지 않을까요.”

 

위패가 봉안된 불광사 연화당에서 기도하는 묘정현 보살.

[불교신문 3332호/ 2017년 9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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