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힐링과 꿈 선사하는 ‘관음성지’

2005년 입은 화마 극복하고
천년고찰로서의 사격 일신해

2만7천명 군소도시 한계 딛고
불화민화교실 운영해 인기만점
전국 최초로 ‘불자마을’도 창립
전입·전역 군장병 템플스테이도

낙산사를 대표하는 성보인 높이 16m 크기의 해수관음상에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북쪽 해안에 위치한 오봉산(五峰山) 낙산사(洛山寺)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수관음기도도량이다. 신라 문무왕 11년(671년) 의상대사가 의상대와 홍련암에서 기도정진해 대자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관세음보살을 친견한 후 창건한 관세음보살 상주도량(常住道場)이다. ‘꿈이 이루어지는 낙산사’라는 이름처럼 관세음보살의 기도 가피력으로 인해 1300년 넘는 세월동안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관음성지다. 아울러 관동팔경(關東八景), 명승 제27호로 지정될 만큼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풍광도 갖췄다.

이로 인해 낙산사는 불자들에게는 관음기도도량으로, 일반국민들에게는 지친 마을을 치유하고 새로운 꿈과 희망을 일궈나갈 수 있는 열린 도량으로서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월30일 서울과 양양을 잇는 동서고속도로가 완전 개통함에 따라 낙산사 참배가 한결 수월해져 보다 많은 이들이 찾을 전망이다.

낙산사는 지난 2005년 4월5일 양양군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로 인해 많은 전각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의 불자는 물론 많은 국민의 원력을 모아 지난 2013년 11월 복원불사를 회향하며 천년고찰로서의 면모를 다시 갖췄다.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도’와 발굴조사를 근거로 사격이 가장 크고 장엄했던 조선 세조 때의 가람배치의 형태대로 원형 복원했다. 특히 주요 전각마다 수막시설 등 방재시스템을 갖추고 전각 인근에는 화재에 강한 나무들을 식수하는 등 더 이상 화마를 입지 않기 위한 종합적인 복원불사를 전개했다.

낙산사 전경.

화마로 인한 고통을 극복한 천년고찰 낙산사는 수행과 불법홍포로서 새로운 천년을 향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흔히 낙산사라고 하면 포교와는 거리가 먼 관광지 사찰을 떠올린다. 하지만 낙산사는 양양군민은 물론 내국인, 더 나아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까지도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낙산사가 위치한 양양군은 인구수가 2만7000여 명에 불과한 열악한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불교교양대학과 시민선방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교양대학은 14주 과정으로 시작한 뒤 현재는 1년과정으로 개편해 운영중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양양과 속초지역 불자들이 근기에 맞춰 불교입문과정인 ‘기초반’과 경전을 공부하는 ‘심화반’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수좌 출신 스님이 지도하는 시민선방에도 20여 명의 불자들이 화두를 들고 정진하고 있다.

불화민화교실 졸업 전시회를 관람중인 참배객들.

‘붓 한 자루로 떠나는 아름다운 힐링여행’을 주제로 지난 4월 문을 연 ‘불화·민화교실’도 인기가 높다. 국가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만봉스님 제자인 진원스님이 지도하고 있는 불화민화교실은 군소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문화강좌이다보니 양양은 물론 속초는 물론 거리가 먼 강릉지역민까지 찾아와 일찌감치 수강인원을 초과할 만큼 인기만점이다. 강좌는 불화와 민화는 물론 응용활동으로 가방과 머그컵 등 생활용품에도 직접 그려 넣도록 하는 등 불교문화의 전승과 함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 7월22일부터 1달 넘게 낙산사 경내 의상기념관에 1기 졸업작품이 전시돼 참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으며 2기강좌도 지난 5일 개강해 입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무료국수공양실에서 국수를 공양하고 있다.

지난 2006년 문을 연 무료국수공양실은 누구나 들러 무료로 국수 한 그릇을 공양할 수 있어 낙산사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더 나아가 낙산사는 양양군 관내 마을 곳곳을 순회하며 짜장면 무료공양을 올리고 있다. 국수와 짜장면 공양은 관음회와 바라밀회, 합창단 등 각 신행단체가 자원봉사자로 나서 펼치는 사업이다. 짜장면 무료공양은 어르신은 물론 지역민 누구나 짜장면 한 그릇을 나눠 먹다 보니 이제는 동네잔치로 승화돼 이어지고 있다.

낙산사는 양양의 미래인 학생들이 지역 대표 명소를 제대로 알고 자부심도 가질 수 있도록 양양군 관내 초중고교 학생을 돌아가며 사찰로 초청하고 있다. 사찰 차량으로 학생들을 이동시킨 뒤 사찰음식으로 한 점심공양과 사찰탐방, 차담 등의 시간을 통해 낙산사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

강원도 전방지역 특성상 군포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포교영역이다. 낙산사는 100여 명의 군장병이 참여하는 102기갑여단 호국일출사 일요법회를 매주 주관해 열고 있으며, 8군단 호국충용사에는 후원금 지원과 더불어 매달 한차례씩 짜장면 공양을 올려 군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또한 102기갑여단과 업무협약을 통해 전역 장병을 대상으로 매달 1박2일과정의 템플스테이를, 매주 전입 장병을 대상으로 한 템플라이프도 무료로 열고 있다. 8군단 초급간부를 대상으로 매달 1박2일과정으로 열고 있는 ‘행복플러스’행사를 낙산사에서 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명상프로그램과 사찰안내도 무료로 진행해주고 있다. 아울러 부처님오신날 직전에는 인근 육해공군 부대 군법사를 불러 활동비를 지원하며 격려하고 있다.

102기갑여단 전역 예정 군장병을 대상으로 한 템플스테이.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테마로 열리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낙산사, 더 나아가 한국불교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꿈이 이루어지는 낙산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꿈’을 내용으로 한 특화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1년간 소원지를 원통보전에 보관한 뒤 크리스마스 이브 때 다시 찾아와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신의 소원을 점검하는 ‘꿈찾기’, 낙산사 경내에서 사진을 찍은 뒤 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파랑새를 보았니’, 낙산사의 대표적인 성보인 해수관음상 아래 삼족섬(三足蟾, 세발 달린 복 두꺼비)을 종이모형으로 접은 뒤 바닥에 소원 2가지를 적는 ‘삼족섬 만들기’ 등이 대표 프로그램이다.

낙산사 템플스테이는 ‘30대’ ‘여성’ 참가자가 가장 많이 참가하고 있지만 성별, 연령, 종교, 국적을 뛰어넘어 인기가 높아 올해는 참가자가 3000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로 지정돼 ‘외국인 전용관’도 마련했으며 외국인 담당 실무자도 1명 추가돼 템플스테이 전담 인력만 스님2명, 실무자 3명을 갖춤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만 벌써 10개 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템플스테이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7월10일 용호리 불자마을, 낙산 불자마을 창립법회 모습.

전국 최초로 ‘불자마을’도 낙산사에서 결성됐다. 낙산사 인근 용호리 주민들은 ‘가스 정압관리소’ 건설 반대운동과 ‘기업형 새농촌 도약마을’선정에 큰 도움을 낙산사에 감사의 뜻으로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김장철마다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낙산사 주지 도후스님의 제안을 받은 용호리 마을 주민들은 마을 총회를 거친 뒤 ‘용호리 불자마을’을 조직하게 돼 지난 7월10일 창립법회도 봉행했다. 용호리 불자마을 창립 준비소식이 전해지자 전진리, 후진리, 주청리 등 낙산사 인근 3개 마을 불자 주민들도 연합해 ‘낙산 불자마을’을 결성한 뒤 매월 한차례씩 정기법회를 열어 신심을 증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안내소 운영과 누각, 의자 등 참배객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휠체어가 경내 곳곳을 다닐 수 있도록 장애인 보행로도 마련하는 등 누구나 편하게 참배하고 기도정진할 수 있도록 변모해 나가고 있다.

낙산사 탐방로 '꿈을 이루어지는 길'을 걷는 참배객들.
해수관음상 바로 옆 범종은 누구나 3번씩 타종할 수 있다.

 

■ “대중 화합 기반으로 지역포교 매진할 터”

낙산사 주지 도후스님

낙산사 주지 도후스님

“낙산사가 관광지사찰로서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는데다가 수준 높은 인재, 다양한 크기의 공간 구비, 건강에 좋은 먹거리 등 여러 환경면에서 뛰어나지 않습니까? 직접적인 포교방편이 아니더라도 불법홍포를 할 수 있도록 낙산사 사부대중 모두가 힘을 합쳐 이를 적극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양양 낙산사 주지 도후스님은 포교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를 위해 도후스님은 사중 종무행정을 함에 있어 대중화합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제3교구본사 신흥사 주지는 물론 조계종 총무원 규정부장, 불교신문 주간, 불교방송 이사장 등 종단 안팎의 다양한 소임을 살다보니 다양한 목소리가 있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만 대중화합이 됨을 일찍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낙산사에는 학사 출신은 기본이고 석·박사도 많아요. 젊은이들이 스스럼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자주 엽니다. 그러다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더군요.”

도후스님은 수행과 봉사는 수레의 양 바퀴로 비유하며 자리이타행을 강조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뒤에는 반드시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신도들에게 수시로 전하며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중에서의 무료 국수공양, 더 나아가 양양 관내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는 무료 짜장면 공양도 가질 수 있다. “자원봉사활동이 단순히 국수나 짜장면 한 그릇씩을 제공하는 것에만 머무는 게 아니더군요. 그 것이 마중물이 돼 주위에서 공양물을 더 가져오는 등 결국에는 마을잔치가 되는 일을 자주 봅니다. 낙산사를 통해 즐겁고 행복해 진다면 무엇보다 기쁜 일이겠지요. 앞으로도 참배객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기도 정진하고 지역민과 함께하는 사찰이 되도록 매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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