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와주세요"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 노는 언니들 대표

한국불교 위기를 진단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령화와 불자 감소다. 이런 현상은 승가는 물론 청년 불교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40~50대가 활동의 주축이고, 후배들은 적다보니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청년 불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청년들이 부처님 품으로 모여들까. 청년불자들의 심경을 대변해줄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인 장재열(32.사진)씨를 지난 18일 낙성대 인근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BTN 토크쇼 ‘절친’과 ‘야자수’ 등을 진행하는 장 대표는 대한불교청년회 미래세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종단에서 청년을 얘기할 때 전제가 되는 말이 항상 불자감소”라고 지적한 그는 “불자감소를 타계할 대안으로만 청년 불교를 대할 게 아니라 한국사회 구성원인 청년에 대한 오롯한 관심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각각 고민을 털어놓지만,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대사회가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들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얘기들을 언론을 통해 듣는 게 아닌 스님이 직접 현장에서 청년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게 새로운 청년 불교를 모색하는 출발점이라고 장 대표는 말했다. 청년이 왜 힘든지 현실도 모르면서, 청년불자를 확대하자는 말은 허울 좋은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는 뜻이다.

5년간 청년상담소를 운영하며 3만 건의 상담사례를 축적하고 있는 그는 “상담 사례 중 종교얘기도 간혹 있지만 ‘교회오빠’ 짝사랑 수준이고 불교나 절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 없다”고 했다. 그만큼 청년들 삶과 불교가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템플스테이를 하며 진행하는 오프라인 상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다. 특히 스님과 차담은 상담자나 내담자 모두가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스님은 왠지 자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속 깊은 사정을 들어도 소문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봉은사 템플스테이 후 상담자들 상당수는 차담을 나눈 스님과 따로 대화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스님들이 청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얘기를 듣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장 대표는 템플스테이 차담시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에 호감을 가진 청년들이 자기 시간과 비용을 들여 사찰로 온 기회를 흘려보내면 안된다”며 “참가자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청년들이 어떤 고민하는지 듣고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스님이 청년들이 갖고 있는 문제나 고민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하고, 종단 차원에서 이 내용을 집약시킨다.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청년 불교 활성화를 위한 유의미한 포교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 불자가 줄고 있으니 청년들을 사찰로 오게 하자는 마음만 앞세웠다가는 좌초할 가능성이 크다.

“세상사에 치여 청년들은 여유가 없으니 결국 불교가 먼저 손 내밀어줘야 하지 않겠냐”는 그는 “절에서 청년들이 찾아오길 기다리지만 말고, 청년 곁으로 다가와 청년들 눈높이에 맞춰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 같은 스님을 볼 때 청년들도 존경하고 신뢰할 것”이라며 청년들 얘기에 먼저 귀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불교신문 3324호/ 2017년 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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