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터틀셔츠와 청바지 차림 신사

스티브 잡스 방엔 사진ㆍ가구 하나뿐 

주식부자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

“돈을 많이 번 것은 자본주의 덕분…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 부과” 주장도

어떤 사람이 스님의 거처를 방문했는데 방에 그야말로 물건과 가구가 하나도 없더란다. 텅 비어 있는 곳에서 어떻게 생활할까 궁금했었다고 한다. 그는 그 스님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우리는 스님이 호화로운 물건과 가구로 가득찬 방에 살면 존경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건과 가구에 의해 영향 받는 것은 결코 불교적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스님에게 금욕적일만큼의 절제를 기대한다. 불교는 소욕지족의 종교이다. 가난한 사람이 물건과 가구가 없는 방에서 살고 있다고 우리는 그를 존경하지 않지만 스님이 산다면 존경한다. 만약 부자가 그렇게 산다면 어떨까? 당연히 존경할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불교신자였다. 결혼도 불교식으로 했고 그가 세상을 떴을 때 미국의 ABC 방송은 그가 선불교적으로 애플을 운영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그가 결가부좌를 하고 명상하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디자인을 간결한 스타일로 최소화하길 원했다.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디자인을 위해 홈버튼 마저도 없애려고 했는데 엔지니어가 필요하다고 설득해 홈버튼은 살아남았다고 한다. 단순 간결한 디자인을 ‘젠스타일’이라고 말하며 최소표현주의 혹은 미니멀리즘이라고 한다. 젠스타일이란 불교스타일이라는 의미인데 불교가 그렇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과 친구가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성을 다해 제품을 만들었고 부수적 결과로 돈을 번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살았던 동네는 부자 동네였지만 미국 기준으로 그의 집은 결코 세계적 부자의 집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의 집을 방문했던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는 집이 너무 작아서 놀랐다.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에게 이렇게 작은 집에서 모든 식구가 사느냐고 물었다. 스티브 잡스의 방에는 사진 하나와 가구 하나만 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터틀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유명하다. 검은색 터틀셔츠를 고집하다보니 여러 벌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가 입은 옷, 안경, 신발의 합계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부자가 소박한 삶을 살면 우리는 그를 존경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소욕지족하는 부자가 있을 텐데 언론이 외면하여 보도되지 않았던 것일까? 

불자는 아니지만 워런 버핏은 소욕지족의 기업인이다. 워런 버핏은 오직 주식투자만으로 세계적인 부자가 된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가 현명한 것에 감탄해 그를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부른다. 오마하는 네브라스카주의 도시인데 시골 중의 시골이다. 나는 한 번 그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나 시골이어서 지금 기억나는 것은 옥수수밭 뿐이다.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주식거래소가 있는 뉴욕 월스트리트 근처에 사는데 그는 네브라스카 시골 동네에서 주식투자를 했다.

워런 버핏은 맞춤 양복이 아니라 기성복을 사 입는데 최근에 중국 기업의 기성복을 사 입어서 그 회사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양복이 헤지면 기워 입는데 양복 기워 입는 버릇이 부인이 고치지 못한 워런 버핏의 버릇의 하나라고 한다. 워런 버핏은 햄버거와 콜라를 즐겨 마시고 동네 식당에 자주 들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그가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는 링컨 타운카인데 좋은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부자들이 소유한 최고급 승용차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롯데호텔에 묵었다. 손님 접대 때문인지 그는 방과 거실이 있는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롯데호텔의 스위트룸은 5등급이 있었는데 그는 그 중 최하등급을 예약했다고 한다. 워런 버핏이 롯데호텔에 숙박한다는 사실은 롯데호텔에게는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는 사건이었지만 최하등급의 스위트룸을 예약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고민에 빠진 모양이다. 결국 최고급 스위트룸을 최하등급인 5등급 요금으로 제공했다.

워런 버핏의 집은 스티브 잡스의 집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오마하라는 곳은 부자 동네가 있을까 싶은 시골 도시인데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되기 이전에 구입한 집에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 사진을 보고서 너무나 평범한 주택의 모습에 놀랐다. 그는 거의 전재산을 자신이 만든 재단이 아닌 빌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가 만든 재단에 출연했다. 그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은 세상이 맡긴 것이라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뜻과 유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내가 돈을 이렇게 많이 번 것은 자본주의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버핏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 같은 부자가 없을까?

[불교신문3322호/2017년8월19일자] 

윤성식 논설위원·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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