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 효와 나눔의 축제

오는 9월5일은 백중이다.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안거 해제날에 맞춰 스님들에게 음식과 물품을 공양한데서 유래한 불교의 명절이다. 또 우리 민족의 ‘축제일’이기도 하다. 이날은 일손을 놓고 과일과 채소를 쌓아놓고 남녀가 모여 음식을 먹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고 한다. 백중을 앞두고 전국의 사찰에서 49일간 기도에 들어갔다. 백중의 의미를 찾아봤다.

광주 무각사는 지난 8일 최근 완공한 지장전에서 300여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백중3재 기도를 봉행했다

무각사 백중 기도 현장

 

먼저 떠난 영가를 기억하며

효와 나눔을 실천하는 날

아미타불ㆍ지장보살님께

49일간 극락왕생 발원 기도

 

“세간소유아진견 나무아미타불 일체무유여불자 나무아미타불”(이 세상 모든 것을 낱낱이 살펴봐도 부처님에 견줄 자 천지에 없다.)…“지옥도중수고중생 나무아미타불 아귀도중수고중생 나무아미타불 축생도중수고중생 나무아미타불 문차종성이고득락 나무아미타불”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 아귀도에서 고통받는 중생들, 축생도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이여. 이 종소리를 듣고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 얻으소서)

스님의 독경소리에 맞춰 300여 불자들이 합송하는 “나무아미타불” 소리가 때론 애잔하게, 때론 웅장하게 법당을 울린다. 지난 8일, 광주 무각사(주지 청학스님)를 찾아 백중 3재 기도에 동참했다.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남긴 낡은 군법당을 일신하며, 광주를 대표하는 도심사찰로 성장하고 있는 무각사다. 특히 주지 청학스님이 지난 2월 3000일 기도를 회향하면서 ‘10년 기도불사’를 이어오고 있는 사찰이다. 이날 백중기도는 최근 내부공사를 마친 지장전에서 300여 불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열렸다.

선망 조상에게 차를 공양하는 신도들

벽면을 가득 채운 영가단에는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영가의 명단이 적혀 있다. 형을 위해 기도를 올린 류 모씨, 빛을 보지 못하고 태중에서 사망한 아가를 위해 기도를 올린 민 모씨, 언니와 오빠를 천도명단에 올린 신 모씨 등 가정에서 기제사를 모시지 못하는 영가의 명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후손이 없거나, 종교적 이유로 제사를 올리지 않는 영가를 안쓰럽게 여긴 형제나 조카가 공양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이날 처음 백중 기도에 동참했다는 한 거사는 “우연히 절에 왔다가 백중 기도에 참가했다. 아미타불을 염송하는 소리가 너무 마음에 와 닿는다. 법회 후 부인과 부모님 천도를 올리고 매주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강경> 독경이 시작되자 신도들이 줄을 맞춰 지장보살님 앞으로 나갔다. 5명이 한 조가 돼 영가단에 차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 이어졌다. 정성스럽게 차를 올리고 절을 올린다. 살아있는 자가 망인(亡人)을 기억하며 올리는 차 한잔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금 먼 미래, 후손 누군가가 역시 자신을 기억하며 차 한잔 올려주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그 안에 담지 않았을까.

30여 분에 걸쳐 차 공양이 끝나고 독경은 지장보살 기도로 이어졌다. 넓은 법당의 가운데서 중생을 내려보고 계신 지장보살님. 지옥으로 떨어지는 사자의 영혼을 모두 구제한 다음에 성불을 하겠다며 보살로 남은 부처님이시다. 목련존자가 지옥에 간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하면서 유래된 백중 기도는 나눔과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백중기도를 집전하는 스님과 신도들

목련존자는 깨달음을 이루면서 천안통을 얻었는데, 지옥을 보니 생전에 죄업을 많이 지은 어머니가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이에 하안거 해제날에 스님들에게 공양을 베풀어 그 공덕으로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제하게 된다. 여기서 유래돼 불교에서는 백중을 우란분절이라고 부른다. 직역하면 ‘거꾸로 매달린 것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지옥고에 있는 선망부모와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다. 즉 영가를 대신해 나눔으로써 복을 쌓고, 나의 삶을 돌아보는 진지한 성찰의 시간이 백중이다.

“오늘 이 기도공덕으로 모든 중생이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합니다.” 요령과 목탁소리, 그리고 염불소리를 듣다보니 2시간여 기도가 어느 새 마무리됐다. 시간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다. 청학스님은 “매주 백중기도에 참석해 영가천도를 발원하는 신도들의 마음이 아름답다”며 “오는 백중날에는 새로 조성된 지장전에서 큰스님 초청 법문 등 여법한 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효와 나눔의 가치를 돌아보는 백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는 9월5일은 백중이다. 갖은 곡식이 열매를 맺고 농삿일도 잠시 쉬어간다는 날이다. 무엇보다 불자들에게는 효를 실천하는 날이 백중이다. 지난 7월25일부터 백중을 앞두고 49일 기도에 들어간 신도들의 마음은 “지옥에 텅텅 비고, 모든 생명이 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교신문 3322호/2017년8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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