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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29> -부처님의 건강을 책임진 명의 지바카④파조타왕을 속인 뒤 목숨 걸고 도주하다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08.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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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고치려면 버터가 

들어간 약을 먹어야 하는데 

파조타왕은 버터를 싫어했다 

약을 만들 때 지바카는 

여러 약초를 배합하여 

버터맛을 감추는데 성공했지만 

향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아무 의심 없이 

지바카가 주는 약을 먹은 

파조타왕은 트림할 때 올라오는 

버터의 냄새를 맡자 

농락당했다고 생각하여 분노

당장 지바카를 잡아오라고 

무사를 보냈다 

실력과 명성을 두루 갖춘 의사가 된 지바카는 아바야 왕자로부터 빔비사라왕의 치료를 부탁받았다. 당시 빔비사라왕은 지독한 치질 때문에 몸은 물론이요,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바야 왕자의 부탁을 들은 지바카는 그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것을 알았다. 다음 날 왕궁으로 간 지바카는 따뜻한 물이 담긴 두 개의 욕조를 준비했다. 빔비사라왕은 지바카가 시키는 대로 욕조에 들어갔다. 따끈하고 향긋한 욕조에 몸을 담근 빔비사라왕은 이내 잠이 들었다. 잠시 후 빔비사라왕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지바카는 이미 치료를 끝낸 후였다. 

마가다 왕실 주치의 되어

한숨 푹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치료가 끝났다고 하자 빔비사라왕은 깜짝 놀라 치질이 있던 자리를 만져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혀온 치질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빔비사라 왕은 크게 기뻐하며 자신을 놀려온 궁녀들에게 한껏 치장을 하라고 명했다. 왕명을 전해들은 궁녀들은 예쁘게 화장을 하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갖은 보석을 걸친 채 빔비사라왕 앞으로 나아갔다. 화사하게 단장한 500명의 궁녀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온 궁전이 환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궁녀들은 온갖 교태가 섞인 눈빛과 몸짓으로 빔비사라왕의 총애를 갈구했다. 하지만 빔비사라왕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500명의 궁녀를 지바카에게 상으로 내렸다. 그동안 치질로 고생해온 자신을 놀려왔던 궁녀들을 지바카에게 준 것이다. 지바카가 이 선물을 받는다면 500명의 궁녀들은 물론이요, 걸친 비단옷과 반짝이는 보석들도 모두 그의 소유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바카는 이를 정중하게 사양하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러한 상은 저에게 과분합니다. 또한 의사에게 아름다운 궁녀는 필요치 않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것은 일입니다. 저에게 일을 주십시오.”

지바카의 말을 들은 빔비사라왕은 잠시 고민한 뒤 얼굴이 밝아졌다. 그에게 줄 좋은 상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바카여, 그대를 왕실 주치의로 삼는다면 어떻겠는가? 또한 부처님과 스님들의 건강을 보살펴드리는 일을 그대에게 맡기고자 하는데 따를 수 있겠는가?”

“대왕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날 이후 지바카는 빔비사라왕과 왕비, 후궁들을 비롯한 왕실 가족들과 부처님과 교단의 스님들을 치료하는 주치의가 되었다. 이로써 부처님의 건강은 물론 교단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훌륭한 의사, 지바카와 부처님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지바카’라는 이름 속에는 ‘살아있다’는 의미 뿐 아니라 ‘살아남아 남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의술을 익힌 지바카는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치료했다.

빔비사라왕의 명으로 왕실과 교단의 주치의가 된 지바카는 라자가하 최고의 의사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던 중 남인도 아완띠국의 파조타왕이 지바카를 찾았다. 파조타왕이 병에 걸린 지 수일이 지났는데 아완띠 왕국의 의사들 중 그 누구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고 치료법도 알지 못했다. 그때 지바카의 소문을 들은 파조타왕이 빔비사라왕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마가다 왕국과 아완띠 왕국은 대신들 사이에 왕래가 잦았고 각각의 수도인 라자가하와 웃제니에 외교관 역할을 하는 대신이 상주할 만큼 사이가 좋았다. 빔비사라왕은 지바카에게 파조타왕을 치료하라고 명했다. 

파조타왕 위해 특별한 약 제조

지바카는 아완띠 왕궁에 도착하자마자 파조타왕의 병세부터 살펴보았다. 그가 아는 병이었고, 고칠 수 있는 병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병을 고치려면 버터가 들어간 약을 먹어야 하는데 파조타왕은 버터를 싫어했다. 그는 버터를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냄새를 맡는 것조차 역겨워했다. 

“버터가 들어간 약만 아니라면 그대가 처방해주는 대로 따르겠네.”

파조타왕의 말을 들은 지바카는 고민 끝에 왕에게 말했다. 

“왕이시여, 저희 같은 의사들은 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별자리를 살펴 시간에 맞춰 약초를 구해야 합니다. 약을 찾는데 적당한 수레를 사용하는 것과 성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허락해 준다면 분명 적당한 약초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버터를 넣지 않고 약을 만들 방법은 없었다. 다만 여러 향을 이용한다면 잠시 왕을 속일 수는 있었다. 그러나 만약 왕을 속인 것을 들킨다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를 아는 지바카는 별자리와 약초를 구실로 성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권리를 얻은 뒤, 파조타왕을 치료하자마자 도망칠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다행히 파조타왕은 아무런 의심 없이 지바카의 청을 허락하며 그가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 후 지바카는 몇 날 며칠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여러 약초를 구해 약을 만들었다. 이를 본 파조타왕은 지바카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고 그에게 왕실 코끼리를 탈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렇게 수일이 흘렀다.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지바카가 새벽이든, 밤이든, 낮이든 시간을 가리지 않고 성 안과 밖을 드나드는 것에 익숙해졌다. 병사들은 지바카의 얼굴을 완전히 익혔고 그가 성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경계하지 않았다. 

지바카는 신중하게 약을 만들며 날마다 파조타왕을 진료했다. 이윽고 파조타왕과 병사들의 경계가 느슨해진 어느 이른 새벽, 지바카는 가장 발이 빠른 왕실 코끼리 한 마리를 골라 성문에 매어 놓았다. 지바카가 코끼리를 타고 약초를 구하러 다니는 것을 종종 보아온 병사들은 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날 아침, 날이 밝자 지바카는 마침내 파조타왕에게 그가 만든 약을 올리며 말했다. 

“왕이시여, 첫 번째 약이 완성되었습니다.”

파조타왕은 기뻐하며 지바카가 올린 약을 기꺼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파조타왕이 약을 삼키는 것을 확인한 지바카는 두 번째 약에 들어갈 약초를 구해야 한다며 서둘러 코끼리를 타고 성 밖으로 향했다. 사실 두 번째 약은 없었다. 다만 약에 버터가 들어간 사실을 파조타왕이 눈치 채기 전 성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핑계를 댄 것이었다. 평소 지바카가 시간과 상관없이 성문을 드나드는 것을 보아왔던 병사들은 그가 왕실 코끼리를 타고 급히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도 그를 잡지 않았다. 

국경까지 쉬지 않고 달리지만 …

미리 준비한 코끼리를 탄 지바카는 국경을 넘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왕실 코끼리의 발은 과연 빨랐다. 한나절 만에 지바카는 아완띠를 지나 코삼비에 이르렀다. 그때서야 한숨을 돌린 지바카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정자에 들어가 땀을 식혔다. 지바카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간단히 준비한 음식을 막 입에 넣으려는 순간, 칼을 치켜든 채 무사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바카 선생, 우리 왕께서 당신을 모셔올 것을 명하셨소.”

파조타왕의 약을 만들 때 지바카는 여러 약초를 배합하여 버터의 맛을 감추는데 성공했지만 버터의 향까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아무 의심 없이 지바카가 주는 약을 먹은 파조타왕은 트림을 할 때 올라오는 버터의 냄새를 맡자 그가 자신을 농락했다고 생각하여 분노하였고 당장 지바카를 잡아오라고 무사를 보낸 것이었다. 

무사의 말을 들은 지바카는 파조타왕이 이미 완치되었음을 알았다. 트림이 올라왔다는 것은 약이 잘 소화되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분노에 휩싸인 파조타왕이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무사의 표정을 본 지바카는 만약 파조타왕의 분노가 가라앉기 전 아완띠 왕궁으로 돌아간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바카는 일단 시간을 끌기로 했다. 두려움을 감춘 채 계속 음식을 먹던 그는 태연한 목소리로 무사에게 말했다.

“먹던 것만 마저 먹고 가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여기까지 오시느라 힘이 드셨을 텐데 제가 가져온 음식을 함께 드시겠습니까?”

그러자 무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왕께서 그대가 주는 어떤 음식도 절대 입에 넣지 말라고 당부하셨소.”

무사의 빈틈없는 감시 속에서 지바카는 어떻게 해야 그를 따돌릴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했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지바카는 시원한 물을 잔에 따른 뒤 싱싱한 레몬을 잘라 그 즙을 짜 넣었다. 상큼한 레몬의 향기를 맡은 무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사가 목이 말라하는 것을 눈치 챈 지바카는 무사를 의식하며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차가운 물을 들이켰다. 물 마시는 소리를 듣자 무사의 갈증은 더욱 심해졌다. 아침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오느라 그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지바카는 무사를 향해 차가운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

“음식이 안 된다면 물 한 잔은 괜찮겠지요?”

[불교신문3319호/2017년8월9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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