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자연, 포교와 수행이 공존하는 절

불교대학ㆍ참선반ㆍ경전반 등

‘공부하고 수행하며 포교’ 지향

어린이청소년 법회도 적극 지원

장애인복지시설 등 사회 참여도…

 

서울 남쪽으로 솟은 관악산과 청계산은 많은 등산객이 찾는 명산이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은 반면 청계산은 흙이 많다. 흙은 생명을 키운다. 그렇다보니 청계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맑은 물과 울창한 수림이 가꿔져 있다.

의왕 청계사 전경

청계산을 대표하는 사찰이 의왕 청계사(주지 성행스님)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청계사를 통해 청계산을 등반한다. 하지만 청계사는 관광지 사찰이 아니다. 성남, 안양, 의왕지역을 대표하는 포교도량이다. 신라시대 창건된 고찰 청계사는 고려 충렬왕 10년(1284년) 조인규에 의해 중창됐다. 청계사 동종은 역사의 시련을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쇠붙이 공출로 인해 수탈 위기를 맞아 스님들이 동종을 봉은사에 감춰뒀다가 해방 후 다시 옮겨 왔다. 역사와 자연이 묻어 있는 절, 청계사를 찾았다.

“설사 일어서면서 계를 파할지언정, 지금 계를 받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비를 하는 따끔한 순간에 과거의 모든 업에서 벗어나고, 바른 마음을 지니게 되니 그것이 계를 받는 이익입니다.”

지난 11일 청계사 선불장에서 열린 수계법회. 청계사는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천년고찰이면서, 포교도량이기도 하다.

지난 11일 찾은 의왕 청계사 선불장에서 ‘6기 청계불교대학’ 졸업식을 맞아 수계식이 봉행됐다. 3개월간 불교기초교리를 배운 ‘새 신도’들이다. 40여명 졸업생 가운데 우바이도 10명이 넘었다. 매년 봄, 가을 두차례에 걸쳐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입학생의 절반이 청계산을 찾았다가 “불교를 알고 싶어” 오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수계를 받는 신도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장괘합장이 아직 어색한 새 신도들이지만, 수계식이 열리는 내내 기침소리 하나 들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부처님 제자를 서원하며 새로운 이름을 받았으니, 그 이름에 맞게 수행하고 나누면서 살아야 합니다.” 성행스님은 연비를 마친 불자들에게 일일이 법명을 전해주며 법명에 담긴 의미도 설명했다.

청계사는 불교대학 뿐 아니라 참선반도 운영하고 있다. ‘치유, 행복, 그리고 명상’을 주제로 열고 있는 참선반은 매일 오전에 진행된다. 보다 전문적인 경전 공부를 원하는 신도들을 위해 매주 목요일에는 <법화경> 경전반도 운영하고 있다. 경전반은 중앙승가대 김응철 교수가 강의를 전담하고 있다.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스포츠팀

청계사는 유명세에 비해 건물이 그리 많지 않다. 신도교육과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은 선불장과 몇몇 가건물 정도다. 하지만 청계사는 건물불사보다 인재불사, 교육불사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29일부터 30일에는 어린이를 위한 여름캠프를 진행하는데, 의왕시에서 유일한 어린이 여름캠프다.

매년 여름방학을 맞아 여는 여름캠프는 사찰 대중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불교의 미래를 위해 꼭 해야하는 불사”라는 주지 성행스님의 의지이기도 하다. 사단법인 동련 이사장으로 활동중인 성행스님은 누구보다 어린이법회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또 격주로 열리는 어린이법회를 지원하기 위해 지원단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숲체험 교실과 불교스카우트도 운영하는 등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어린이 법회는 연령대별로 세부화해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생태학교는 청계산 자연 속에서 감성과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는 아이숲유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 수, 금, 일요일에 4차례에 걸쳐 운영하며, 핀란드의 선진화된 숲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또 매주 일요일에는 서울구치소 법회를 진행하고, 최근 창립된 마사회불자회를 비롯해 각 직장불자회 정기법회도 지원한다. 성행스님은 “신행활동은 생활권 주변에서 이뤄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며 “직장에서 불자회를 만들 경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직장 내 불자회를 만드는 곳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전했다.

등산객을 대상으로 국수나눔 봉사를 하는 신도들

흔히 불교가 ‘관혼상제 품앗이 문화’가 약하다고 말한다. 청계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열반회는 신도들의 요청이 오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을 위한 기도를 올려주며 아픔을 같이 나누고 있다. 또 신도들의 관심사에 따라 법당 관리, 승무단, 합창단, 참선법회 지원단, 종무소 봉사단, 청계사보 출판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계사는 지역사회 참여의 일환으로 녹향원과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도 운영 중이다. 청계사 입구에 위치한 녹향원은 지체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로, 현재 1급 장애인 6명과 2급 장애인 3명이 거주하고 있다.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은 의왕시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의왕시 장애인 관련 사업의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포교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지속성’을 꼽는다. 단기간에 어떤 단체를 만들기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체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바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 스님은 “어린이법회에서 청년, 신도단체 등을 구성할 때, 지속성을 갖기 위해 후원단체 등 다양한 시스템을 먼저 연구한다”며 “무리하게 단체를 만들었다가 단체가 없어지면 이를 주도했던 몇몇 사람들은 실망을 하고 떠나게 된다. 한번 단체나 모임이 결성되면 자체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계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청계사 동종을 비롯해 <묘법연화경> 판본, 조선시대 양식을 간직한 극락보전과 탱화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 또한 수려한 청계산이 사찰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시민들에게 불교와 인연을 맺어주고, 불자에게는 수행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공존하고 있는 사찰이다.

 

“보슬비처럼 젖어드는 포교하라”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

 

“포교는 불교의 제1과제입니다. 아무리 좋은 부처님 가르침이라도 이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없으면 어찌되겠습니다. 사찰마다 역량에 맞는 포교전략을 세우고 노력해야 합니다. 포교는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뒤에 맺는 열매는 다음 세대의 몫이고, 지금 밭을 갈아 씨앗을 뿌리면 반드시 열매가 맺는다는 믿음으로 꾸준하게 해야 합니다.”

청계사 주지 성행스님은 1994년 사단법인 동련에 참여하면서 어린이포교를 이끌어 왔다. 스님은 당시만 해도 중ㆍ고등학생회가 어린이법회 간사를 맡고, 청년회가 중ㆍ고등법회를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신행이 이어졌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런 시스템이 사라졌다. 아이들은 주말에 사찰이나 여행 대신 학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성행스님은 “더이상 어린이 포교, 청소년 포교에 손을 놓아선 안된다. 아이들이 몇 명이 오던 법회를 열고, 불교와 인연을 맺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행스님이 사찰을 운영하는 방식은 ‘역할을 나누는 것’이다. 신도 단체별로 역할을 나눠 봉사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전반, 참선반, 불교대학, 아이숲체험교실 등 각종 법회마다 자발적인 봉사자를 발굴해 배치하고 운영 전반을 맡기는 방식이다.

“불교 인구가 몇 년 사이 많이 줄었다고 걱정을 합니다. 어떤 신도들은 스님들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하고, 어떤 스님들은 신도들의 자발적 참여 부족을 문제로 꼽습니다. 서로 탓해서는 안됩니다. 같이 해야 합니다. 꽃밭을 가꾸는데 한 종류 꽃만 무성하고 다른 종류 꽃은 시들시들 하면 그 꽃밭은 아름답지 못합니다. 사부대중이 같이 힘을 모아야 아름다운 꽃밭이 됩니다.”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데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졌다. 국지성 호우다. 소나기는 한순간에 땅에 고랑을 만들면서 ‘쓸고’ 지나간다. 하지만 가랑비는 땅속 깊이 젖어들어 만물을 성장 시키는 지하수가 된다. 성행스님은 “보슬비처럼 불자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포교를 하다보면, 누군가 꽃을 피워내지 않겠는가”라며 “누구라도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절에 와 차 한잔 마시고, 잠시 명상을 해 보라”고 전했다.

의왕=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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