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바쁜 시간을 보내는 젊은 불교학자들이 잠시 짬을 내어 서울 조계사를 찾았다. 왼쪽부터 강형철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 문혜진 보조사상연구원 간사, 김현덕 불교학연구회 간사. 신선혜 한국불교연구원 간사는 참석하지 못했다. 김형주 기자

학회 세미나 준비와 

개인 연구 바쁜시간

학계 여건 어렵지만 

미래 꿈 접지 않아

무더위가 한창이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한 여름에도 불교학자들의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특히 젊은 학자들은 시간을 쪼개 전공 분야 공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나지만 연구실과 도서관을 지키는 젊은 불교학자들을 지난 24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강형철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 김현덕 불교학연구회 간사, 문혜진 보조사상연구원 간사가 직접 참석했고, 신선혜 한국불교연구원 간사는 서면으로 대신했다.

 

김현덕 불교학연구회 간사

- 여름 방학을 맞아 주로 어떻게 일과를 보내는지요? 그리고 방학 기간에 학회 활동이 있는지요?

김현덕 불교학연구회 간사(이하 김현덕) = “이번 여름 방학은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많아 예년과 달리 조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불교학연구회 간사로서의 업무도 있어 가급적 요일 별로 개인 연구와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지난 주말에 밀린 학회 업무를 주로 처리하며 보냅니다. 현재는 9월 발간 예정인 불교학연구 52호의 원고 모집 업무와 9월 9일로 예정된 불교학연구회 가을 논문발표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화요일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실담문자’와 관련하여 서울대학교 대학원생들과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현재 담당하고 있는 ‘불교 강좌’ 준비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은 겨우 자유로운 연구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라,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학자 사사키 시즈카 선생의 초기불교와 아비달마불교 관련 저술을 주로 탐독하고 있습니다. 주말은 ‘불교강좌’를 위해 지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강형철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이하 강형철) = “방학기간에 논문을 접수하는 학회가 많아서 논문 작성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모두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학회 일을 맡고 있는 게 있어서 세미나나 워크숍을 준비하고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문혜진 보조사상연구원 간사(이하 문혜진) = “저는 학교 행정조교로 근무 중이라 일반회사원처험 학교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방학이라 수업지원 업무 등은 없지만, 그래도 학과관련 업무도 하고, 학회관련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보조사상연구원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하계 워크숍으로 순천대와 송광사를 1박2일로 갔다왔습니다. 학자뿐만아니라 대학원생, 일반인들이 함께한 워크샵입니다. 그리고 연구원 하반기행사로 9월은 ‘고려시대 불교미술’,10월은 자유주제로 월례학술대회와 11월은 보조사상연구원 30주년을 맞이하여 ‘보조사상연구 회고와 전망-보조사상연구원 설립이후’주제로 학회 준비 중입니다.”

신선혜 한국불교연구원 간사(이하 신선혜) = “계절학기 강의를 하고 있고, 학기 중 발표했던 논문의 학술지 투고, 다음 학기 강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 연구의 장기 계획(1년 이상)을 수립하고 주 1회 연구 소모임과 국내외 답사를 겸한 학회 참여(일본 및 중국 답사, 연구발표회)할 예정입니다.”


 

강형철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

- 방학 기간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지요?

강형철 “인도철학 학파들과 불교 사이의 논쟁을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문혜진  “수료하고 아직 학위논문을 쓰지 않은 상태라 박사논문 준비중입니다. 박사논문의 주제와 관련된 텍스트를 번역중이고, 번역작업을 위해 외국어공부를 병행중입니다. 번역중인 텍스트가 자따까 이야기라서 다른 불전문학들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신선혜  “관심 연구 분야에 대한 지난 학기 출간된 연구 성과 검토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서 및 경전류 등 사료 강독을 통해 새로운 연구테마를 발굴하고 있으며, <법현전>, <불조통기>, <속고승전> 등 강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현덕 “저는 주전공이 ‘인도문법학’인 관계로, 평소의 연구분야도 산스크리트 문법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만 향후의 연구 방향과 관련하여, <아비달마구사론>의 주석서 연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에 초기부터 부파불교에 이르는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기 위해 주로 사사키 스즈카 선생의 저술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 불교학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학자로서 자긍심을 갖는지요?

문혜진  “젊은 학자라고 하기에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더 배워야할 학생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자긍심은 있습니다.”

신선혜  “불교학계와 사학계를 연결하는 연구 활동을 진행하며 자긍심을 갖고자 노력 중입니다. 특히 사학계에서는 불교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교사를 전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불교사를 전공한다는 점이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개설 강의 또한 두 분야가 연계된 강의가 부족하여 대학별 교환 강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김현덕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역할이 주어짐으로, 비로소 자신의 불교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되었습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배운 내용들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나를 더 채찍질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직 자긍심이라 부를 만한 마음의 자세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심정입니다.”

강형철 “물론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면 계속 하기 힘들거라 생각합니다.”

 

문혜진 보조사상연구원 간사

- 젊은 불교학자로 지내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는지요?

신선혜 “개인 연구뿐 만 아니라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학기 중에는 연구에 집중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강의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경제적 불안정뿐 만 아니라 연구공간이 지속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연구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강의주제 역시 매 학기 다른 경우가 많아 강의준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전임 임용뿐 만 아니라 크고 작은 연구 프로젝트의 참여를 위해 일정한 논문 편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연구에 전념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논문의 질을 담보하기 힘듭니다.”

김현덕 “나에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불교학자로서의 생활이 사회적으로는 그저 돈이 되지 않는 직업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고 있습니다. 특히 전업강사로서 다른 선생님들도 겪고 있을 경제적인 어려움과 이에 대한 인식이 연구를 지속하는데 있어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주변의 많은 도움과 인연 덕분에, 향후 2년간의 연구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불확실한 생활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개개인의 역량에만 기대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장 큰 어려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형철= “한국연구재단의 연구자 관리시스템상 단기적이고 일이적인 연구에 적합하여 장기적인 연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매년 학술지논문의 분량, 형식, 규격으로 짧은 결과를 보여준 횟수를 세는 것이 연구 성과판단의 유일한 기준인 현상태에서는 연구방법의 다양성을 제한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혜진 “인도철학과에서 석, 박사를 공부하면서 회사취직이나 관련 일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신선혜 한국불교연구원 간사

- 앞으로 불교학자의 길을 계속 걸어갈 계획인지요?

김현덕  “비록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불교라는 종교와 철학을 접하게 된 건, 많은 인과 연들의 산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학자로서의 제 인연이 반복되는 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강형철 “현실적으로 대학에 언제까지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평생 연구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문혜진  “네”

신선혜 “앞으로도 한국불교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불교학자의 길을 계속 간다면 꼭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

강형철  “인도사상과 불교의 상호영향관계는 대학생시절부터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던 주제였고 이를 규명하는 데 대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연구하면서 늘 절감하는 것은, 불교사상의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연결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주제에 관해서 연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미지의 내용이 많고 지난 세기의 연구가 여전히 잘못된 상식으로서 통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불식시키는데 제 작은 손길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혜진 “자따까와 같은 불전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를 학과 선후배님들과 만들고 싶습니다.”

신선혜  “한국 불교사의 경우, 개별 승려의 행적 및 사상 등에 대한 역사학적 해석방법과 불교철학적 접근방식이 달라 총체적인 이해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원효의 경우 사학계에서는 <삼국유사>, <송고승전> 등 주로 고승전류 문헌을 중심으로 연구하지만, 정작 원효의 저술에 보이는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정치하게 분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전기자료와 함께 주석서 등을 함께 참고하여 개인 및 당대 사회의 사상 및 신앙을 분석해내는 연구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동시기 한, 중, 일 불교계의 양상을 비교하는 연구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특히 본인이 제도사에 관심이 있는 만큼 각국에 설치된 각종 승직, 승관 등의 성격을 폭넓게 비교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김현덕 “처음 이 학문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나만의 어떠한 결과를 내 놓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남들은 따라 올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일종의 집착이 오랜 시간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한계, 나와 다른 학자들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이러한 집착을 떨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기회만 주어진다면, 내가 알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교수함으로써, 나처럼 불교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 다양한 시각으로 불교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학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왼쪽부터 강형철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 문혜진 보조사상연구원 간사, 김현덕 불교학연구회 간사. 김형주 기자

- 선배 불교학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김현덕 “우리나라의 불교학은 이미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 인문학의 하나로서, 우리 시대에 맞는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학자들의 새로운 도전을 이해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신선혜  “발표 및 토론의 기회가 젊은 학자들에게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이미 판독 및 해석된 자료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정밀한 분석을 시도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합니다. 금석문의 경우 3D 스캔 등 각종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들이 발견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기존 연구를 수정, 보완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젊은 학자들의 스터디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조언해주었으면 합니다.”

 

- 후배 불교학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강형철  “인문학계열의 연구자란 결국 평생의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 생물인 것 같습니다. 현재 자신의 포지션에 관계없이 호흡을 길게 잡고 장기적인 연구주제를 탐구하는 것이 학계의 학문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성과가 단시일에 나오지 않더라도 자신의 연구테마가 중요하다고 믿으면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전념해야 계속 발전하는 연구자로서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혜진  “불교를 공부하기위해서는 많은 외국어를 알아야하는데, 특히 범어나 빨리어 등은 영어처럼 쉽게 배울 수 있거나 계속 활용해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 보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에 맞는 외국어를 포기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방법(스터디, 강독)을 찾아 꾸준히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덕  “후배 학자들에 대한 당부라기보다는, 제 자신에 대한 말이기도 합니다.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거기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없이 자칫 우쭐하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선배 학자들의 기존 연구를 두루 살피면서 연구의 맥을 찾아간다면 새롭지는 않지만 견실한 바탕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온고지신’의 의미를 잘 새기며 연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선혜 “학회 활동을 활발히 하였으면 합니다. 출신 학교 이외의 연구자들과의 교류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고정화된 학풍에 얽매이지 않는 연구태도를 가졌으면 합니다. 연구 활동과 함께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전공 이외의 업무처리능력 함양에도 관심을 두었으면 합니다. 세부 전공을 선택하기 전, 불교개론 등 폭넓은 기초지식을 쌓았으면 합니다. 연구서가 아닌 사료에 집중하여 연구를 시작하였으면 합니다.”

 

- 기타 하고 싶은 말씀은?

김현덕  “요즘과 같이 ‘스트레스와의 전쟁’이 이어지는 시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날로 심해질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행복추구’라는 측면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여깁니다. ‘고통, 번뇌’의 해결이 우리 불교의 목표라고 한다면, 이 시대야 말로 불교가 다시 꽃을 피울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불교인구수가 1위의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비록 소소하지만, 조금이나마 불교 포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자가 될 수 있기를 스스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강형철 =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자들의 인터뷰가 진행된 날 조계사에는 무더위를 주춤하게 하는 소나기가 지나갔다. 화분에 담긴 연꽃의 향기가 더욱 진하게 전해졌다. 비록 인문학계와 불교학계 상황이 어렵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여름방학에도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 학자들이 있기에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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