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

도난당해 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라크마)에 소장돼 있던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가 3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가가 아닌 종교 단체가 해외 소재 박물관과 일대일로 협상에 나서 도난 반출 문화재를 되찾은 것은 드문 사례로 꼽힌다.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오늘(7월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라크마 박물관으로부터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를 반환받고 불화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는 조계종 문화부와 팔공총림 동화사 등 종단 대표단이 지난해 3월 미국을 직접 찾아 라크마 박물관과 지장시왕도 환수를 위한 공식 협상 테이블을 연 데 따른 것이다.

지장시왕도를 돌려주기 위해 직접 한국을 찾은 마이클 고반 관장은 이날 “도난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조계종 대표단이 미국 박물관을 직접 찾아왔다”며 “대표단과 많은 논의를 한 끝에 지장시왕도를 제자리로 돌려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마이클 고반 관장은 이번 반환을 두고 “조계종과의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라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총무부장 지현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라크마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도 성보 환지본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에서 성보의 보호와 계승을 위해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를 발간하고 쉼 없이 정진해왔음에도 아직 되찾지 못한 불교문화재들이 존재한다”며 “이번 반환이 아직 돌아오지 못한 성보가 하루 속히 원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계종은 7월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라크마 박물관으로부터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를 반환받고 불화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되찾은 지장시왕도는 크기는 141㎝×122㎝로 1841년 염불암 극락전 영단에 조성된됐다.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하는 지장보살과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열 분의 시왕(十王)을 함께 그린 그림이 지장시왕도인데,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조선후기 양식을 띄고 있다. 중앙에 자리한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좌우 시왕들이 서로 시선을 나누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배치했다. 하단에 자리한 판관과 사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표현돼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명부(冥府)의 세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한 19세기 불화 양식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1988년 8월 도난 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  1994년 미국 라크마 박물관에서 이를 사들였지만 박물관은 불화가 1999년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등재되기 이전까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후 2014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국외 소재 문화재를 조사하면서 종단이 발간한 ‘도난백서’에 실린 염불암 지장시왕도의 존재를 알게 됐고 종단은 끈질긴 설득에 나섰다. 

종단은 지장시왕도의 소재가 알려진 그 해, 동화사와 우선 협의를 거쳐 2015년 1월부터 라크마 박물관에 공식적으로 성보의 반환을 요청했다. 불화가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적시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수차례 서한을 주고받았다. 대표단을 구성해 직접 미국을 찾아 설득에 나서는 정성도 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라크마 박물관은 이사회를 개최, 한국을 찾아 지장시왕도를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문화부장 정현스님은 “도난 근거가 명확한 성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국내외 구별 없이 유출 문화재를 되찾는 데 진력 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

30년 만에 지장시왕도를 맞이한 동화사 주지 효광스님은 “시왕도가 동화사로 돌아올 수 있어 기쁘다”며 “이번 반환을 계기로 라크마 박물관과 협력해 한국의 불교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교류하고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크마 박물관은 이날 동화사에 기증서를 전달했으며 동화사는 반환에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감사패를 전달했다.

돌아온 지장시왕도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불교중앙박물관에 우선 이운된다. 오는 21일 동화사 성보박물관으로 옮겨져 보존처리를 거친 뒤 성보박물관에 모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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