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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27> -부처님의 건강을 책임진 명의 지바카②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07.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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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에서의 삶은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상처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풍족했으나 평생 그렇게 

한량처럼 무의미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아바야 왕자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립이 먼저였다.

“저는 따까실라에서 

의술을 배운 사람입니다.

제가 부인의 병세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라자가하를 대표할 기녀를 찾던 빔비사라왕은 아름다운 처녀 살라바티를 발탁하여 온갖 기예를 배우도록 했다. 1년 뒤, 살라바티의 미모와 재주가 무르익자 빔비사라왕은 화려한 누각을 짓고 누구든 살라바티를 만나려면 금화 100냥을 지불해야 한다고 공표했다. 왕실 후원을 받는 기녀 살라바티에 대한 명성은 인도 전역에 퍼졌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라자가하는 크게 번영하였다. 한편 빔비사라왕의 아들 아바야 왕자와 사랑에 빠진 살라바티는 아이를 가졌고, 비밀리에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아이를 원치 않았던 그녀는 임신 사실 자체를 숨긴 채 갓 태어난 아들을 버렸다. 

아바야 왕자 손에서 성장

살라바티의 시녀는 해가 뜨기 직전의 어둠을 틈타 갓난아기를 쓰레기더미 앞에 버렸다. 버려진 아기는 본능적으로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쓰레기더미 주변을 지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은 굶주린 까마귀들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아이의 주변에는 까마귀들이 몰려들었다. 굶주린 까마귀들은 이 아이의 아버지가 아바야 왕자요, 할아버지는 빔비사라왕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아이는 존귀한 왕실의 핏줄이었으나 동시에 비천한 기녀의 자식이기에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연과 운명의 힘은 실로 강력했다. 아이가 버려지던 날, 아바야 왕자는 아침 일찍 궁으로 가고 있었다. 이른 새벽 궁으로 향하던 아바야 왕자는 쓰레기더미 앞을 지나던 중 까마귀 무리가 모여 시끄럽게 지저귀는 것을 발견했다. 굶주린 까마귀들이 먹잇감을 놓고 다투는 소리였다. 그날따라 까마귀들이 눈에 거슬렸던 아바야 왕자는 마차에서 내렸다. 그곳에는 살라바티가 버린 아이가 간신히 숨만 붙은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나, 이렇게 갓난아기를 버리다니!”

왕자는 서둘러 까마귀들을 쫓아낸 뒤 아이를 품에 안았다. 다행히 아이의 몸은 아직 따뜻했다. 아이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한 왕자는 자신의 품을 파고드는 아이에게 ‘지바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바카란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왕자는 지바카를 자신의 궁으로 데려가 후궁들에게 맡겼다. 후궁들은 아바야 왕자가 데려온 지바카에게 ‘왕족의 아이’라는 의미를 담아 ‘코마라밧차’라고 불렀다. 

살라바티가 임신을 한 것조차 몰랐던 아바야 왕자는 지바카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뿌린 업에 따라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거두게 되었으니 이는 인연의 힘이자 운명의 힘이었다. 

의술 배우기 위해 왕궁 떠나 

지바카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출생에 대하여 의문을 품게 되었다. ‘왕족의 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아바야 왕자의 왕궁에서 살고 있지만 그는 왕족이 아니었다. 또한 아바야 왕자의 후궁들 손에서 자랐지만 그 후궁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진짜 어머니가 아니었다. 고민하던 지바카는 아바야 왕자를 찾아가 자신의 어머니가 도대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아바야 왕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였다. 

“지바카야, 나는 너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너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나의 아들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나는 너의 아버지이다.”

아바야 왕자의 대답을 들은 지바카는 깊이 감동하였다. 고아인 자신을 여태껏 길러준 은혜도 크고 깊은데 아바야 왕자는 서슴없이 스스로가 지바카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그 순간 지바카는 이제 더 이상 아바야 왕자에게 의지해서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궁에서의 삶은 어머니에게 버려졌다는 상처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풍족했으나 평생 그렇게 한량처럼 무의미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지바카는 아바야 왕자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립이 먼저였다. 그러나 태어나서 줄곧 왕궁에서만 살아왔던 터라 그는 할 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인도 최고 명의의 제자가 되다

지바카는 깊은 고민 끝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 그것은 바로 의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의사가 된다면 아바야 왕자는 물론 병들고 아픈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결심을 세운 지바카는 왕궁을 떠나 북쪽에 있는 ‘따까실라(탁실라)’로 향했다. 따까실라에는 명성이 높은 의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까실라에 도착한 지바카는 스승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듣고 도우며 의술을 익혔다. 환자에 맞게 진료를 하고 약을 조제하고 수술을 하는 것도 배웠다. 천성이 총명할 뿐 아니라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목표가 확고한 지바카는 한 번 배운 것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렇게 7년을 한 결 같이 지바카는 스승의 손과 발이 되어 의술을 배웠다. 하지만 언제쯤 공부를 마칠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의술의 길은 끝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지바카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지난 7년 동안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언제쯤이면 의술에 통달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스승은 그에게 작은 삽을 주며 말했다.

“이 삽을 들고 따까실라와 그 주변 10리 안을 샅샅이 둘러 보거라. 그리고 만약 약으로 쓸 수 없는 풀이나 나무를 발견하거든 가져오거라.”

스승의 명에 받은 지바카는 작은 삽을 한 손에 들고 하루 종일 따까실라를 찬찬히 돌아보았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어둑어둑해질 무렵 빈손으로 돌아온 지바카는 스승에게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따까실라 주변 10리 안의 모든 식물들을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하찮은 풀 한 포기라도 약으로 쓸 수 없는 식물은 없습니다.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식물이라도 그 안에는 약이 되는 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바카의 대답을 들은 스승은 미소를 지었다.

“너는 나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모두 배웠다.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구나.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 

스승으로부터 인정받은 지바카는 마침내 라자가하로 향했다. 7년만의 귀향이었다. 하지만 따까실라에서 라자하가까지의 길을 멀었고 여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코살라 왕국의 무역도시 사케타에 도착했을 때 지바카의 수중에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여비를 빠듯하게 준 것은 스승의 큰 뜻이었다. 부족한 여비를 벌려면 그동안 배워온 의술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지바카가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사케타는 큰 도시였고 인구도 많았다. 환자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바카는 사람들을 붙들고 병자가 있는 집이 있는가 물었다. 

7년 동안 두통을 앓아온 여인

“혹시 이곳에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사람이 있소? 다른 의원이 고치지 못한 병이 있다면 내가 한 번 치료를 해보겠소.”

“환자를 찾으시는 걸 보니 선생은 사케타가 처음이신가봅니다.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사람이라면 저 집을 한 번 가보십시오.”

지바카의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사케타에게 가장 부유한 장자의 집을 가리켰다. 장자의 부인이 두통을 앓기 시작한 지 7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숱한 의사들이 그녀를 치료하겠다고 그 집을 드나들었으나 치료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야말로 지바카가 찾던 환자였다. 자신이 배운 의술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지바카는 장자의 집을 찾아가 대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하인이 나왔다. 

“저는 따까실라에서 의술을 배운 사람입니다. 이 집의 부인께서 두통을 앓아오신지 오래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부인의 병세를 살펴보고 싶습니다.”

[불교신문3315호/2017년7월19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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