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일본 교토를 다녀왔다. 교토의 풍경에 매료돼 이미 수차례 왕래했지만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나는 그곳을 찾는다. 고찰의 정원에 앉아 있는 시간도 좋고, 골목길의 가게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일도 즐겁다. 내가 만약 잠적을 하고 소식이 두절되면 교토에서 나를 찾으면 될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교토를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봄에는 동사(東寺)의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다녀왔고 가을에는 동복사(東福寺)의 단풍을 확인하기 위해 또 발품을 팔았다. 왜냐하면 잘 정돈된 사찰의 건물과 정원이 마음에 들어서다. 정원의 돌 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치밀한 계산으로 공간배치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교토의 사찰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어서 이번 기회에 적어본다. 첫째는 정원 가꾸기. 그들은 정원에 무척 공력을 들인다. 사찰마다 다른 형태와 수종으로 개성을 지닌 크고 작은 정원을 지니고 있는데 내 눈에는 그것이 마냥 부럽다. 둘째 정갈한 경내 정리. 어느 절을 가더라도 티끌 하나 없이 잘 정돈돼 있다. 너무 깨끗해서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셋째는 눈에 거슬리는 구조물이 없다. 비록 창고일지라도 나무를 활용해 전통적인 분위기와 이질감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심지어 수도꼭지도 나무로 감싸서 시선을 해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가 경내에 보이지 않아 더욱 경건한 느낌이다. 우리의 천년고찰에서도 경관을 방해하는 조립식 건물을 지양하고 건설용 파이프로 기둥을 세워 연등을 설치하는 일은 신중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일본 여행을 마치고 와서 도량 정리에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법당 뒤의 기술을 배워왔다. 그들은 앞뜰이든 뒤뜰이든 고요하고 깔끔하며 무엇이든 제자리에 정리돼 있었다. 잡다한 물건이 쌓여 있는 우리 절 법당 뒤뜰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미뤄둔 숙제였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이 완벽하다는 것은 삶의 질서가 가지런하다는 뜻도 된다. 이러한 점을 일상의 교훈으로 승화시키고 싶다.

[불교신문3314호/2017년7월15일자] 

현진스님 청주 마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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