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길 닿는 ‘불교복지’] 1366경북센터장 진원스님

성폭력ㆍ가정폭력으로 피해 받은

여성 긴급구호 활동 ‘1366센터’

인식개선 캠페인ㆍ기관 교육 등

유관기관 연계시스템 구축 ‘성과’

 

사찰에서는 어린이 포교에 매진

 

얼마 전 태국에서 온 여성이 마사지 업소에 감금돼 있다가 슈퍼마켓에 도움을 요청하는 ‘쪽지’를 건네 구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가정에서는 아직도 가정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들은 “자녀를 위해” 폭행을 감내하고 있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고 건전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게 위해 정부에서는 2010년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리고 전국 18개 광역시ㆍ도에 여성 긴급전화 ‘1366’ 센터를 설립했다. 1366은 1년 365일에 하나를 더하겠다는 의미다. 1366센터는 피해여성에 대한 긴급 구호 활동 뿐 아니라 건전한 가정을 위한 인식개선 캠페인과 여성인권 교육, 단기 보호시설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일 김천역 인근에 자리한 1366경북센터를 찾아 센터장 진원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지난 7일 그동안의 공적을 인정받아 ‘성평등 활동 분야’ 최초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 받았다.

지난 7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2017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받은 스님이 눈길을 끌었다. 1366경북센터장 진원스님이다. 여타 수많은 여성관련 단체 활동가와 비교할 때 불과 7년의 짧은 활동 경력이지만 훈장을 서훈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일 경북 김천역 인근에 위치한 1366경북센터를 찾았다. 현재 1366전국협의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진원스님이다.

“외국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지금 울고 있어요’ 말만 반복하고 다른 말을 못해요. 경찰에 긴급히 연락을 했는데…” 오전 9시, 전날 상황을 공유하며 주요 사안에 대한 솔루션 회의를 진행하는 사이 전화벨이 울렸다. 문 입구에 있던 여성이 상담실로 뛰어간다.

“낮에는 좀 나은 편이에요. 보통의 사건이 늦은 밤이나 새벽에 발생합니다. 때론 경찰에 연계하고, 때로는 포항 안동 등 급히 출장을 가곤 해요. 늘 핸드폰을 손에서 떼지 못하고 살고 있네요.”

1366경북센터의 직원은 총 18명. 24시간 운영되는 시설이다 보니 3교대로 근무를 하는데 상담실에 2명, 피해여성 임시보호시설에 1명이 고정적으로 배치된다. 남은 3명이 행정처리와 출장업무 등을 감당해야 한다. 상담을 위해 베트남과 필리핀 통역원도 배치했다. 급여는 센터장이 150만원 수준. “사명감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지난 10일,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무엇보다 국가 법령에 의해 1366센터가 설립됐지만, 설립 초기 센터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았다. 특히 성매매 업소의 경우 조직폭력배와 연계된 경우가 많아 위협적인 상황이 잦았다.

“불교가 대사회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만 앞섰지, 제가 여성 관련 활동이 부족했던 탓에 처음 1년간 운영을 하고 나서 평가가 매우 저조했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오기도 나더라고요. 가톨릭 등 전국 시설을 찾아 활동도 벤치마킹하고, 문제점을 찾아 내 해결방법도 다양하게 모색했어요. 여성긴급전화가 정상화되려면 경찰관의 의식 개선과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전문상담기관, 사회복지시설과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기 여성긴급전화는 폭력 사건이나 신고가 발생할 때 대처하는 수준이었다. 진원스님은 한발 나가 위기여성 임시보호시설 마련, 시민과 경찰, 어린이집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유관단체 CEO 교육을 진행했다. 경북지역 23개 경찰서와 228개 파출소를 돌며 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여성단체를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같이하자”고 설득했다. 매달 8일 ‘보라데이’에는 시민을 대상으로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인식캠페인도 꾸준히 펼쳤다. 그 결과 검경, 전문상담기관, 법률지원기관, 의료기관, 사회복지시설 및 보호시설 등과 ‘one stop’ 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협업은 공감을 바탕으로 합니다. 힘이 없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여성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을 돕기위한 마음이 공감이라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협업이겠지요. 협업은 마음이 통해야 하고, 마음이 통하려면 자주 만나야지요.”

진원스님이 ‘출동’하는 경우는 성매매 업소를 대상으로 한 ‘피해자 구출 작전’이 펼쳐질 경우다. 대대적인 성매매업소 단속은 경북경찰청 기동대서 전담하는데, 혹시 정보가 유출될 경우를 대비해 비밀리에 단속을 진행한다고 한다. 단속반 차량이 해당 업소 밀집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조직폭력배들이 몰려들어 위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한다는 스님은 “혹시 모를 상황 때문에 가족이 없는 내가 간다”며 “현행범이 아니면 처리가 어려운 법적인 문제 때문에 현장을 잡기위해 겨울에 6시간 넘게 잠복을 한 적도 있다. 그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 7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는 진원스님

시설을 둘러보는데 낡은 봉고차와 소형자동차가 눈에 들어온다. 연간 12,000건이 넘는 상담과 1000건에 달하는 방문 상담 및 현장 방문을 하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경북 곳곳을 출장 다니기에는 차량 상태가 불안해 보였다. 스님은 “어려움을 감내해주는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고 말한다.

진원스님은 몇 년 전 한 사건을 회고 했다. 한 농촌지역에서 지적장애 여성을 6년간 성매매 시켰던 업주가 적발됐다. 현장을 덮친 경찰 사이에서 스님을 발견한 업주는 “어쩌다 보니 이런 일을 하게 됐다. 불자로서 항상 마음에 죄책감이 있었다”며 스님에게 참회의 뜻을 거듭 전했다. 업주는 다음날 자살을 한 채 발견됐다. 스님은 “그 일을 겪으면서 성폭력, 성매매 등 예방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녹야유치원 원생들과 함께 한 스님

주중에는 1366센터장으로 활동하지만, 주말에는 김천의 대표적 도심포교당인 개운사 주지 역할로 바쁜 스님이다. 수년 전 사찰이 화재로 전소돼 이를 복구하는데도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 신도들과 매달 두 차례 중앙초등학교 인근 무료급식소에서 급식 봉사도 참여하고 있다. 140명 원아들이 있는 ‘녹야유치원’ 운영도 스님의 몫이다. 설립된 지 30년이 넘은 녹야유치원은 “김천 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치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낡은 건물이지만, 좋은 교육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불교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불사”인 유치원이다.

“불교는 신도의 90%가 여성이에요. 하지만 여성의 아픔에 대해 스님들이, 불자들의 공감 정도는 매우 낮아요. 특히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고. 불교가 사회에서 성장하려면, 사회의 아픔을 같이 해야 합니다. 스님들도 젠더 문제에게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스님이 꿈꾸는 세상은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사회”다. 평화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정 구성원이 행복할 때 우리 사회도 평화로워진다. 스님은 1366은 여성을 보호하는 전화번호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권이 존중받고 행복으로 다가서는 번호다. 우리 불교계에서도 여성문제, 아동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 3314호/2017년7월15일자]

김천=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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