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닷타 장자, 전생의 서원으로 기원정사를 짓다

 

기타 태자가 보시한 나무에 

급고독 장자가 희사한 돈으로 절을 지어 

‘기수급고독원’이라 절 이름을 지었다.  

45년 교화를 펼치면서 

이 기원정사에 제일 많이 계셨고, 

법 또한 제일 많이 설하셨다.

기원정사.

수닷타 장자의 귀의

사밧티(사위국)의 제일 부호(재벌) 수닷타 장자는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을 돕는 이라고 하여 급고독이라고 부른다. 이 장자가 라자가하(왕사성)에 사는 친구 백근 장자의 집에 갔을 때 그곳에서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큰잔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자신을 반가이 맞아 지극 정성으로 대접하던 사람이 다른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장자는 어떤 손님이 오기에 이렇듯 온갖 정성을 기울여 준비하는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임금님이라도 오십니까? 아니면 누가 결혼이라도 합니까?”

친구는 부처님께서 오신다고 하면서 가까운 숲에 머물고 계시는 부처님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부처님이라니요? 책 속에서나 이야기 속에서 들을 수있는 부처님이 실제 태어나 계신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카필라 국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나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성도하셔서 지금 이 나라 임금님의 귀의를 받고 백성을 교화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의 제자가 자그마치 1,250명이나 된답니다.”

“어디 계십니까? 당장 가서 뵙고 싶습니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찾아가세요.”

부처님 이야기를 듣고 더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렘으로 빨리 부처님을 뵙고 싶은 수닷타 장자는 이튿날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그 밤에 부처님을 뵈러 숲으로 갔다. 그는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숲에서 자고 있는 많은 수행자(스님)들의 편안한 모습에 감동하였다. 그리고 저쪽 숲에서 홀로 명상하고 계시는 사문을 뵙고는 저 분이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시라는 것을 느꼈다.

흥분된 수닷타 장자는 숨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부처님 발 아래 엎드려 절했다.

“거룩하신 부처님, 사밧티에서 온 수닷타가 문안드립니다.”

“잘 왔소. 당신은 전생에도 많은 복을 지어 좋은 일을하더니, 금생에도 큰 부자가 되어 임금님을 잘 섬기면서, 고독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거룩하신 부처님. 쳐다만 보아도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백성들에게도 부처님을 뵈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가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거처가 있어야지요. 나의 권속이 1천명이 넘기 때문에 큰 절이 있어야 합니다.”

정사(절)를 지어드려야겠다고 발원하다

“절은 어느 곳에 어떻게 지으면 됩니까?”

“비산비야(非山非野)라. 높은 산도 아니고, 낮은 들판도아니고, 숲이 있고, 물이 흘러내리는 곳이면 좋습니다. 도시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어서 밥을 얻어먹기 편리하면 더욱 좋습니다.”

순간 수닷타 장자는 기타 태자가 가지고 있는 숲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말씀드렸다.

“제가 반드시 절을 지어 바치겠습니다.”

“그렇다면 내 제자 사리불과 의논하여 알아서 하십시오.”

환희심에 벅찬 수닷타는 단걸음으로 내려오며 사밧티일대를 다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기타 태자의 숲처럼 좋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임금님의 아들이 가지고 있는 땅이라 팔지 안 팔지 그것이 문제였다. 어떻든 가서 사정해 보고 억금(億金)이 들더라도 반드시 큰 절을 하나 만들어 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다.

날이 밝아 사시(巳時)가 되니, 1,250 대중이 줄을 지어들어왔다. 복장을 단정히 하고 질서 있게 걸어오는 스님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았다.

“이 세상사람들이 아니구먼.”

“세상사람은 분명한데 도를 닦아 그 마음과 행이 세상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지?”

이렇게 주인 친구와 말을 주고받으며, 1,250 대중이 주욱 둘러앉아 공양하는 것을 보았다.

모두 가져온 발우(밥그릇)에 신도들이 나누어주는 음식을 받아 질서 있게 먹었다. 손을 먼저 물그릇에 담그어 씻고, 차근차근 밥을 먹는데 한 사람도 말하는 사람이 없고 쳐다보거나 돌아보지 않고, 오직 밥그릇을 껴안고 밥 티 하나 흘리지 않고 먹었다.

아, 저것이 문화국민이다

수닷타는 감탄하였다.

“아, 저것이다. 옷을 단정히 입고, 걸음걸이를 바로하고, 밥을 잘 먹는 사람, 저 사람들이 지성인이 아닌가. 나는 책에서, 이야기로 들어서 옛 신선들이 그렇게 살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 저렇게 점잖은 사람들은 처음 보았으니 어서 가서 절을 지어 우리 백성들에게도 저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하고 서둘러 고향으로 길을 떠났다. 수레를 타고, 말을 달리며 외쳤다.

“부처님이 오신다. 부처님이 오신다. 길을 닦고 꽃을 심고 향을 뿌려 부처님 맞을 준비를 하자.”

처음 듣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의 소리가 아닌가 하기도 하였지만, 8백리 길을 걸어오는 사이 수닷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밤낮없이 이틀 만에 도착한 수닷타는 다짜고짜 기타 태자에게 가서 청했다.

“태자님, 태자님이 가지고 있는 숲을 저에게 파세요.”

태자는 어리둥절하여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무슨 말이오? 이 나라 임금의 아들을 보고 땅을 팔라하니….”

“값은 얼마든지 주겠으니 그 땅을 저에게 파십시오.”

태자는 웃으면서 장난말로 한마디 던졌다.

“내 땅을 사고 싶으면 5푼 두께로 금전·은전·동전을 꽉 채우면 그 채운 장소만은 당신에게 팔겠소.”

이 말을 들은 수닷타는 그 길로 가서 세 수레의 금은전을 땅 위에 깔았다. 약 300평 정도가 깔렸다.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돈 구경을 하고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자기땅에 금은전을 300평 이상 깔았다는 소문을 듣고 기타 태자가 가보았다. 그 모습을 보고 태자도 놀랐다. 돈도 돈이지만 구경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욱 놀랐다. 그래서 수닷타 장자에게 물었다.

“아니, 도대체 무엇을 하시려고 이 땅을 사시려 하는 것이오?”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모시려고 합니다. 부처님은 32상 80종호를 갖추고 10력·4무소외·3부동·대자대비 등 18불공법(不共法)을 갖추어 중생의 3세인과와 인연을 훤히 꿰뚫고 있는 도인입니다. 나는 분명히 내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의 제자 1,250명도 이 세상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절만 지으면 반드시 이곳에 오신다고 하셨는데, 만일 그분들이 오시기만 한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문명국이 될 것입니다.” 하고 그동안 라자가하에서 보고 느낀 것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태자가 수닷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 혼자만 복을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나도 이 땅을 내 놓을 것이니 당신은 이 돈을 가지고 절을 지으시오.”

그곳에 나와 있던 사람들이 이 두 분의 신심에 감동하여 기꺼이 동참할 뜻을 밝혔다.

“저희들도 노동을 하여 함께 복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대지 백만 평에 붉은 벽돌의 집들을 몇 달 사이에 다 지었다. 사리불의 설계에 따라 우물을 여덟 개 파고, 부처님의 향실을 중심으로 그 앞에 대강당을 짓고, 좌우는 사리불·목건련·아난존자 등이 각기 그들의 권속들을 거느리고 지낼 수 있는 집들이 대형으로 여섯 동이나 마련되었다.

이 소문을 들은 바라문 교인들이 시기 질투하여 시위를 하였다.

“외국의 종교가 국내에 들어오면 민심이 갈라져서 안됩니다.”

“수천 년 조상의 역사가 때 묻지 않게 보존되어 온 이사밧티에 색다른 종교가 들어온다면 백성들이 당황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최고 지도자가 카필라 국 왕자 출신이라 하니 혹 정치적 술수가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나 사밧티 임금님은 수닷타 장자의 말을 듣고 일단 받아들이되 본인은 부처님을 마중 나가지 않고 그 대세를 두고 보기로 하였다.

과연 1,250명의 스님들은 그 거룩한 복장과 행리(行履)만 보아도 늠름하였다. 사밧티에서는 이렇게 많은 스님들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사밧티에 오시는 날은 수많은 백성들이 길거리에 나와 연도를 꽉 메우고 구경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는 달라도 모두 합장하고 절을 하며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하면서 기쁘게 맞이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크게 찬탄하셨다.

전생의 서원으로 기원정사를 짓다

수닷타는 그의 권속들과 함께 수천 명 분의 음식을 장만하여 먼저 먼 거리를 걸어온 스님들께 공양하고, 다음에 구경 나온 사람들까지도 모두 대접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스님들을 따라 질서를 지켜 밥 티 하나 버리지 않고 깨끗하게 음식을 먹어 당장 문화 시민의 긍지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부처님은 기타 태자가 보시한 나무(祈樹)에 급고독 장자가 희사한 돈으로 절이 지어졌기 때문에 절 이름을 ‘기수급고독원’이라 이름 지어 주셨는데, 부처님께서 45년 교화를 펼치면서 이 기원정사에 제일 많이 계셨고, 법 또한 제일 많이 설하신 곳으로 유명하다. 수닷타 장자는 일생 동안 부처님의 전법 활동에 큰 힘이 되어 드렸다.

[불교신문3310호/2017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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