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을 물리친 3대 영웅으로 

대개 을지문덕·강감찬·이순신 

장군을 꼽고 있지만 

이제는 한사람 더 추가시켜 

4대 영웅으로 김윤후스님의 

이름을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 나라의 운명과 함께했던 

한국불교, 그 위대했던 

호국영령 스님들을 

다시금 조명하고 불러내는 

바람이 일기를 바란다

호국보훈의 정신을 기리는 이즈음, 우리 불자들은 ‘위법망구 위국헌신, 심즉불 불즉심, 사즉생 생즉사’를 동시에 실천했던 무수한 스님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한다. 이분들은 때로는 이름 높은 왕사로, 때로는 이름 없는 의승 혹은 승군으로 헌신했다. 이토록 문화와 사상뿐만 아니라 국방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의 반만년 역사와 함께 했던 것이 바로 한국불교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들은 호국보훈의 시기를 맞아 위대했던 스님들의 ‘위법망구 위국헌신’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2년 전 6월, 영화 ‘명랑’을 계기로 이에 대한 소고를 밝힌바 있다. 조선시대 조헌과 칠백의병과 함께했던 영규대사와 팔백승군, 고려말 승장인 김윤후스님의 평가와 연구가 새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지난해부터 용인시가 김윤후스님이 승리로 이끌었던 항몽 ‘처인성전투’를 기려 역사공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KBS 역사저널 프로그램에서 김윤후스님을 재조명하는 심도있는 프로그램 ‘승려 김윤후, 세계 최강 몽골군을 두 번 무찌르다’를 만들어 방영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칭기즈칸의 몽골은 고려를 40년 동안 총 6차례나 침략했다. 그런데 몽골과의 이 기나긴 전쟁에서 적장을 살해하는 등 세계 최강 몽골군을 두 번씩이나 무찔러 나라를 지켜낸 여몽항쟁의 대영웅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김윤후스님이다. 정규군의 사령관도 아니요, 관리도 아닌 평범한 스님의 신분이었는데, 백성들을 규합하고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해 몽골의 대군을 두 번이나 격퇴하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1232년 몽골의 살리타이 장군은 고려를 침입한다. 서경과 개경을 거쳐 경기도 광주를 지나 용인 처인성에 이르렀는데, 이 처인성에서 몽골의 대군은 더 이상 진격을 멈추고 후퇴해야만 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서경에서부터 파죽지세로 처인성으로 밀고 들어왔던 몽골의 최고지휘관인 살리타이가 망루에 있던 김윤후스님의 화살에 전사하게 된다. 그러자 기세등등했던 몽골군은 크게 사기가 꺾여 처인성 공략을 포기하고 결국 철수해버렸다. 

이후에도 몽골군은 기회가 되면 끊임없이 고려를 침략했고 가장 큰 정예대군이 온 것이 5차 몽골침략 때이다. 몽골군은 서경과 개경을 지나 충주앞에 도달했는데, 이 충주성은 바로 승장 김윤후스님이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포위된 충주성 전투는 무려 70여 일 계속됐고 성안에는 식량과 물자뿐만 아니라 사기도 떨어져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 때 스님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는데, ‘몽골군을 물리칠 수 있도록 힘을 다해 싸운다면, 노비든 평민이든 그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모든 성민에게 벼슬을 내리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다. 그리고 성안에 있는 노비문서들을 다 불태우고 몽골군에게 빼앗았던 소와 말들을 성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그러자 사기가 다시 충천해 충주성을 방어하는데 성공했고 몽골군대는 퇴각했다. 김윤후스님의 뛰어난 리더십으로 처인성에 이어 충주성의 승리를 성취해 냈고, 모든 백성들이 신분의 귀천을 초월해 하나로 뭉쳐 싸운 결과, 천하무적인 몽골의 대군을 물리쳐 나라를 구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외적을 물리친 3대 영웅으로 대개 을지문덕·강감찬·이순신 장군을 꼽고 있지만 이제는 한사람 더 추가시켜 4대 영웅으로 김윤후스님의 이름을 올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 나라의 운명과 함께했던 한국불교, 그 위대했던 호국영령 스님들을 다시금 조명하고 불러내는 바람이 일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310호/2017년7월1일자] 

이정우 논설위원·군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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