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몸, 구=입, 의=뜻 의미하고

업은 행위나 일 일컫는 말이니 

올바른 일과 나쁜 일이 있겠지…

할아버지, 지난 일요일에 절에 가서 놀다가 어떤 아이에게 떠밀려 넘어졌어요. 제가 일어나면서 얼결에 “에이, 씨” 하고 말았어요. 스님이 신구의 삼업을 맑혀야 하는데 거친 말을 해선 안 된다고 하셨어요. 신구의 삼업이 뭐예요?

불교에서 나오는 말이 그렇듯이 신구의 삼업은 모두 한자말이야. ‘신’은 ‘몸’, ‘구’는 ‘입’, ‘의’는 ‘뜻’을 가리키는 말이지. 업은 ‘짓(행동 또는 행위)’이나 ‘일’을 일컫는 말인데 ‘선업’과 ‘악업’ 둘로 나눠요. 선업은 올바른 짓 또는 참다운 일하기를 일컫는 말이고, 악업은 나쁜 짓이나 그른 일하기를 가리켜. 

올바른 짓을 하려면 먼저 참과 거짓, 무엇이 옳고 그른지, 고운 말을 하려면 참말과 거짓말 또는 좋은 말과 거친 말이 어떤 것인지 가릴 수 있어야 하겠지? 그래서 배우는 거란다. 아울러 올바른 짓을 하려면 먼저 올바르고 참다운 뜻을 세워야 해요. 

올바르고 참된 뜻 품기는 “나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다. 너도 나 못지않게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햇빛과 물, 공기와 곡식을 비롯한 푸나무와 벌레나 곤충 그리고 짐승도 소중하다”는 바탕에서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 ‘줏대 세우기’란다. 올바르고 참다운 몸짓은 농사짓기나 집짓기처럼 사람을 살리는 일하기와 넘어진 아이 일으켜 세우기, 우는 아이 달래기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을 일컬어. 

올바르고 참다운 말하기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을 때 “고맙다”는 말을 건넬 줄 알아야 하고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혔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아는 것을 말하지. 힘든 일을 겪는 친구를 보면 ‘쟤가 힘들구나, 위로해 줘야지(뜻 세움).’ 생각하고, 토닥여주거나 어깨동무하며(몸짓) 힘을 북돋우는 말(입)을 건네는 게 올바른 짓이야. 

듣다보니 ‘짓’이란 말이 낯설다고? 너희도 어느새 행동이나 행위라는 어른 말본새에 젖어들었구나. 하긴 사전에 ‘짓’이 “몸을 놀려 움직이는 동작. 주로 좋지 않은 행위나 행동을 이른다.”고 나와 있으니까 그럴 수 있어. 좋지 않은 행동이라니? 아니야. 큰 나라인 중국에 기대어 한자말을 떠받들고 우리말을 깎아내린 억지소린데 여태 쓰고 있는 거야. 저 말이 옳다면 농사짓기나 집짓기가 좋지 않은 짓일까? 선업, 올바른 지음은 잘못되거나 뒤틀어진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기도 해요.

[불교신문3310호/2017년7월1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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