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서 기도하라”

생체리듬 변화에 최소 21일 걸려…

습관이 변화하면 생각이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깨달아…

서울 법련사에서 지난 6월23일 <금강경> 독경기도를 하고 있는 불자들. 신재호

불교에서 기도를 할 때 흔히 ‘삼칠일 기도’를 한다. 21일간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나가 100일 기도, 1000일, 2000일, 3000일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많게는 ‘만일 기도’를 한다. 날짜로 보면 만일기도의 경우 27년 3개월간 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천일기도만 해도 3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올려야 한다.

기도를 올릴 때 보통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기도를 올리다 보니, 그 기간 중에 다른 외부 일정이나 여행, 휴가 등을 못하게 된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기도는 왜 날짜를 정해서 하며,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최근 미국에서 뇌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동양의 신비스런 이야기’ 정도로 여겼던 몇가지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상을 할 때 뇌파의 변화다. 수행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명상, 참선을 할 때 뇌파의 활동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하면 몸에서는 일정의 저항이 일어나는데, 21일째가 되면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며 새로운 습관에 몸이 완벽히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인 의사 맥스웰 몰치는 저서 <성공의 법칙>에서 ‘무엇이든 21일만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반복된 행동에 대해 저항을 하지 않는 반면, 새로운 환경에는 저항을 명령한다고 한다. 그 생체 시계가 교정되는데 최소한 21일이 필요하며, 이후에는 새로운 행동을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이 된다는 연구결과다.

맥스웰 몰치는 그 예로 가구 배치 변화를 설명한다. “늦은 시간 무의식적으로 냉장고를 열어 무언가 먹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냉장고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보라. 처음에는 뇌에서 신경질에 가까운 반응을 내놓는다. 그렇게 한두 번 건너뛰다 보면 21일이 지난 이후에는 뇌에서 명령하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더불어 냉장고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도 늦게 먹는 습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도로 인한 생활습관의 변화도 이와 같은 패턴으로 이해된다. 건강운동법인 ‘알렉산더 테크닉’을 소개한 최현묵 씨는 “무리하게 운동에 집중했다가 며칠 이내 포기하는 이유는 습관이 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명상을 통해 습관을 바꾸다보면 3주(21일) 정도 지나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고 주장한다. 명상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범일스님도 “처음에는 하루 중 한번 이상 명상을, 점차 익숙해지면 정해진 시간에 명상을 하라”고 권한다. 처음 명상을 하루 일과 중 하나로 시작하지만, 시간을 정해서 하게 되면 명상시간을 중심으로 하루 일과가 짜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택 명법사가 지난해 개최한 어린이여름수련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어린이들.

‘삼칠일 기도’가 모든 기도수행의 기본이라면 100일 기도는 오랫동안 이어진 불교의 수행방법이다. <삼국유사> 단군신화에 보면 100일 기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어느 날 곰과 호랑이가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게 해 달라고 애원을 하자 환웅은 쑥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곰은 결국 21일간 쑥과 마늘만 먹고 인간이 됐지만, 호랑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동굴을 뛰어나갔다는 이야기다. 즉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21일 기도에 이어 100일 기도로 소원을 이루고자 했음을 알수 있다.

기도를 하는 기간을 정한 것은 “수행을 하면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스님들이 100일, 1000일 등 정진의 목표를 세우고 수행했던 경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시간을 설정했다. 이를 재가자들에게도 체험하도록 제시한 것이 100일 기도, 1000일 기도다. 기도는 어떤 소원을 이루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기도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되고, 삶의 본질을 알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깨닫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스님은 또 “날짜를 정해서 기도를 하면, 몸이나 여건이 힘들 때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특히 혼자보다 도반들과 함께 날짜를 정해 기도를 하다보면 끝까지 정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조언하고 “기도를 통해 바른 목표를 재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면 반드시 기도가 완전히 성취된다. 기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포용력이다”고 말했다.

100일 기도, 새벽 기도 등 다양한 기도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날짜를 정하기보다 21일 기도부터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습관을 바꿔 생활과 사고를 변화시키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힘, 바로 기도다.

[불교신문 3310호/2017년7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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