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30년 맞는 '첫 민주화 미술인 구속자' 이상호 화백

“통일을 염원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권력의 대답은 몽둥이였습니다.”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정호 화백과 함께 ‘응답하라 1987’ 특별전을 열고있는 이상호 화백은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부처님 세상을 화폭에 담았다”고 30년전을 회고했다. 

1987년 6월은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전국에서 국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29 선언을 이끌어내던 때다.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선봉에는 걸개그림과 만장이 있었다. 당시 조선대 4학년이던 이상호 화백은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그렸다.

30년전 6월 항쟁때 제작한 걸개그림. 이상호 화백은 성조기를 찢는장면으로 구속되었고, 지금까지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고있다.

“지금 밝히지만 당시 걸개그림의 중앙 상단에 백두산 천지에서 꽃을 쥐고 독재자들에게 오줌누는 이가 미륵부처님입니다. 외세를 몰아내고 독재를 타도해 꽃피는 세상을 염원한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성조기를 찢는 장면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구속됐다. 그들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1주일간 잠 안재우고 몽둥이찜을 하더니, 서대문형무소에서도 독방에 넣고 몽둥이 질을 계속했다. 결국 독방에서 나와 실려간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그리고 30~40대 인생의 황금기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보내야 했다. 인천의 스승이 되어 부처님세상을 펼치고자 몇차례 출가도 했지만 6월이면 찾아오는 병이 도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도 남영동에서의 고문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며 살고 있는 이상호 화백의 심신을 달래준 것은 불화 그리기이다. 20여년전, 우연히 광주 선덕사 법당 후불탱화를 그리게 됐다. “선덕사가 중창불사를 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후불탱화를 모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주지 행법스님이 도심사찰에 걸맞는 현대적인 불화를 원했던 것입니다.”

민주와 통일, 소외된 이들의 염원을 담은 걸개그림은 화면의 표현기법이 불화와 유사하다. 상단의 부처님 세상과 신중단 그리고 하단의 사바세계 등 3단으로 표현하는 불화 장면이 걸개그림에도 그대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선덕사 법당 후불탱화 앞에선 이상호 화백

통일염원이 담긴 후불탱화로는 국내에서 하나뿐인 선덕사 법당 후불탱은 전통과 현대가 어울려진 불화이다. 백두산 천지아래 아미타불을 주불로 좌우에 관음보살, 지장보살이 자리해있다. 중단 좌우에는 원효, 의상스님에서 만암, 만해스님까지 14분의 역대조사를 조성하고 하단에는 부처님세상을 그렸다. 

연못에서 아이들과 물장난하는 부처님, 씨뿌리고 추수하는 농부 등 생노병사와 인과법을 표현했다. 이런 인연으로 이 화백은 선덕사에 머물며 불화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예불과 108참회, 도량청소를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았다. 불화작업을 하면서 틈틈이 불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화그리기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민주열사들이 자리한 망월동 구묘역에 대형 걸개그림을 내걸고 전국의 순례객을 맞이하는 이 화백은 올해도 민주화를 염원하는 판화엽서를 무료배포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병원을 찾아가 입원중인 아이들에게 무료로 그림그리기를 지도하는 것이다.

“요즘 기도를 많이 합니다. 부처님 일 많이 하겠다고요. 기도 공덕으로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한시도 놓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남북통일입니다. 올해는 첫걸음으로 이념, 사상을 떠나 비무장지대에 이산가족이 함께 사는 촌락이 세워지기를 염원합니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고있는 이상호 화백의 특별전은 7월 30일까지 계속된다. 특별전에는 이 화백을 구속케 했던 ‘...통일의 새날이여!’를 비롯해 6월 항쟁때 사용한 걸개그림, 판화, 만장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상호 화백이 조성한 선덕사 후불탱화는 백두산 천지아래 부처님 세상이 펼쳐지기를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아이들과 물장난하는 부처님. 선덕사 후불탱화

 

6월 항쟁 30주년 기념전에 전시중인 이상호 화백의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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