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로버트 A.R. 서먼 지음/ 허우성·이은영 옮김/ 민족사

현대인이 안고 있는 숙제 가운데 하나가 분노다. 나와 남을 해치는 분노를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없을까? 불교의 가르침에서 분노를 정복하는 길을 찾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로버트 서먼 명예교수가 한 권에 책을 펴냈다. <분노(ANGER)>로 허우성 경희대 철학과 교수와 이은영 박사가 한국어로 번역했다.

1962년 달라이라마를 만나 서양인 최초로 티베트불교 비구계를 받은 로버트 서먼 교수는 타임즈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 가운데 한명을 선정한 불교학자다. <분노>는 미국 뉴욕 공립 도서관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공동 기획한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로버트 서먼 교수는 분노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통해 분노를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분노의 에너지를 자유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중도의 입장을 이야기 한다. 그는 분노에 대한 습관적 인식을 깨고, 스스로 내 안의 분노를 극복하는 길을 가도록 안내한다.

로버트 서먼 교수는 이 책의 앞부분에 독자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경전 구절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언젠가 죽을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다툼이 사라질 것을…분노를 품은 자들 가운데서도, 분노 없이 즐겁게 살자. 분노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서도, 분노 없이 살자.”

저자는 분노에 대해 두 가지 견해가 있다며 양극단에서 벗어난 중도(中道)의 길을 강조한다. 그는 ‘분노에 항복하기’와 ‘분노에서 해방되기’라는 두 극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근본 번뇌들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은 망념”이라면서 “망념이 이해와 지혜에 의해서 파괴되면, 다른 번뇌 에너지들인 욕망과 분노 등도 지혜로 변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분노는 오직 분노하지 않음으로써 파괴될 뿐”이라며 “분노에 대한 효율적인 분노는 오직 내성의 에너지가 되는 길”이라고 한다. “인내는 중독과 고통의 맹공격에 대항하는 구극(究極)의 갑옷이다…분노는 이제 창조 초월이 되고, 기쁨에 찬 영웅의 에너지가 된다.”

허우성 교수는 ‘역자의 말’에서 “불교는 분노(瞋)를 무지와 탐욕과 함께 삼독(三毒)의 하나로, 제거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면서 “이 책은 결국 분노의 에너지를 정복해서 자비의 에너지로 바꾸자고, 그 에너지를 재배치하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분노 중독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분노의 노예로 살 것인지, 아니면 분노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 살 것인지, 그 길이 불교의 가르침에 있다는 저자의 외침이 절절하다.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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