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0일까지…‘감춰진 기억–물질적인 정신II’ 展

오윤석 作 'Hidden Memories-1703'.

전통 한지와 캔버스에 문자를 새기고 이를 다시 칼로 오려내는 반복 작업을 통해 문자가 가진 본래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오려낸 종이를 꼬아 입체성과 색을 입히고 연속적인 드로잉을 통해 기억의 파편을 시각적으로 끌어낸 작품들은 해독의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치유의 그림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설치 미술가 오윤석의 ‘감춰진 기억–물질적인 정신II’ 전시가 오는 6월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마리에서 열린다. 대상이나 기억에서 유추된 사유의 결과를 불교 경전 등의 텍스트 해체와 조립으로 풀어낸 작품 총 26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간 작가가 그려온 ‘허브(herb‧약초) 시리즈’ 연장선. 작가의 감춰진 기억에서 시작된 예술가로서의 창작 의지와 인간이 갖고 있는 원(怨)과 한(恨)에 대한 치유 등을 담아 냈다. 꽃과 약초, 문구 등을 시각화하기 위해 수천번 반복해온 작업 과정은 작가 스스로 자기 수양과 치유를 시도함으로써 얻는 정신적 평화까지도 전한다.

오윤석 작가는 “이번 전시는 언어와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사회적 불안, 환경 적응에 대한 갈등과 두려움으로 야기된 현대인의 마음의 병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며 “자기 정화의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윤석 작품에서 텍스트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간 불교 경전이나 한국 토속 종교와 관련된 텍스트를 구조적으로 해체하고 조립하면서 그만의 사유 형식을 만들어온 오윤석에게 텍스트는 원시시대 동굴벽화처럼 주술적인 힘을 가진 치유의 상징이기도 하고 정신적 피폐함을 위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그가 문자를 통해 이미지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정용도 미술비평가는 “오윤석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순환시킴으로써 다른 물질적 기억을 매개하는 매체들의 존재성과 그에 대한 기억을 지움으로써 예술을 비물질의 영역으로 편입시킨다”며 “그에게 예술은 행위의 물질적 구체화가 아니라 삶의 구체성을 드러나게 함으로써 예술자체를 하나의 행위로 등식화시키는 의미”라고 평했다.

오윤석 作 'Hidden memories-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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