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템플스테이 체험한 보리가람농업기술대 학생 및 관계자

연수국장 승원스님과 사찰을 순례하는 탄자니아 일행들.

“한국은 경제발전도 놀랍지만, 자연이 아름답습니다. 산사에서 하루는 특별한 선물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자승스님)의 초청을 받아 지난 4월24일 방한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학생 및 교수, 정부관계자들이 한국의 전통사찰문화를 체험했다. 한국방문 4일째인 4월27일 제10교구본사 은해사를 방문, 1박2일 동안 예불, 참선, 108배 등을 함께 하고, 산내암자인 백흥암을 둘러봤다.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은 종단이 아프리카에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탄자니아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교육도량이다. 지난해 문을 연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은 3년의 교육과정이 진행되며, 졸업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현재 1학년 60명이 공부하고 있다. 과학기술을 토대로 채소, 과일나무, 화훼 등을 재배하는 것부터 사람과 소통하는 법, 소 같은 동물과 소통하는 법도 배운다고 한다. 방과 후에는 아름다운동행 법인처장 성유스님이 학생과 교수들에게 선체조를 지도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아름다운동행은 한국불교가 생소한 탄자니아 청년들에게 불교인연을 맺어주기 위해 초청사업을 진행했다. 앞서 25일 조계사에서 수계를 받은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에 재학 중인 퉁구, 마두후, 마훈디, 밀름바 씨 외에 교수 라자부, 마슈라 씨와 정부관계자들이다. 키캄보니 군청장 하심, 농림부에서 근무하는 리코코 씨, 탄자니아 국립 기술교육의회(National Council For Technical Education, 이하 NACTE) 소속 아돌프, 맘폰지 씨가 함께 했다.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과 국장 스님들은 탄자니아에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스님은 “한국의 전통산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삶에서 특별한 기억이 되길 바란다”며 갓바위 부처님 사진과 단주를 선물했다. 이어 스님은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학생 4명이 오계를 수지한 것을 언급했다. “학생들이 불교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가 생명존엄과 평등에 대한 부처님 가르침 때문이란 얘기를 전해 듣고 놀라웠다”며 “수계인연으로 한국불교를 이해하고 두 국가 간 우호증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은해사 주지 돈관스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 전통산사는 처음 와본다는 이들은 사찰을 둘러보며 감탄을 이어갔다. 극락보전 앞마당을 장엄한 등을 보고 아름답다고 연발했고, 도량 구석구석에 핀 꽃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살펴봤다.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에도 방에서 쉬지 않고, 자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이어갔다.

교무국장 용주스님의 안내를 받아 사찰을 순례할 때는 호기심이 넘쳐났다. “불교에 부처님이 왜 이렇게 많냐”는 질문부터 법당에 그려진 그림(탱화)의 의미부터,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청할 때 사용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의미를 묻는 등 질문이 쏟아졌다. 극락보전과 산신각 등을 차례로 돌아본 이들은 성보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예사로부터 최근 반환된 대전사 신중도를 비롯해 보물 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한국불교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찰순례를 마친 마두후(21)는 “사찰 주변 자연환경이 잘 정리된 점도 인상적이고, 어떻게 오랜 세월 여러 세대를 거쳐 사찰이 유지될 수 있는지 놀랍다”며 감탄했다. 학생회장이기도 한 그는 오기 전 한달 정도 한국어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현수막 글씨 정도는 쉽게 읽을 수 있었는데 “졸업 후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연수국장 승원스님으로부터 사찰예절을 배운 이들은 배운 데로 실천했다. 스님을 만나면 합장반배로 인사하고, 법당에 들어가도 합장 반배로 인사를 한 것이다. 일행 중 학생과 교수들을 학교에서 성유스님에게 선체조도 배우면서 스님과 불교를 접한 경험이 있지만, 정부관계자들은 가톨릭과 이슬람교 신자들로 불교가 낯설다. 일행 중 가장 연장자이기도 한 맘폰지(61)씨는 “가톨릭신자지만 한국불교를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열심히 동참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을 다니며 문화를 배우는 일은 흥미롭고 좋다”며 열린 마음을 보여줬다.

용주스님으로부터 사찰안내를 받은 참가자들.

둘째 날 일과는 오전4시부터 시작했다. 새벽예불에 참석하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이들은 극락보전으로 향했다. 학교가 있는 도시인 다르에스살람 연중최저 기온이 18도인 것을 감안하면 4월이라 해도 새벽 산사의 날씨는 이들에게 생경한 건 틀림없다. 담요까지 두르고 법당에 온 이들은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한 뒤 조용한 가운데 108배와 참선을 체험했다. 이날을 위해 학생들은 한국에 오기 전 탄자니아에서 절하는 법을 연습했다고 한다. 성유스님으로부터 108배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절 하는 법과 고두례, 차수와 108배까지 배워서 왔다는 학생들에게서는 천진함과 성실함이 묻어났다.

탄자니아에서 온 특별한 손님을 위해 사찰에서는 음식부터 잠자리까지 다양한 부분을 배려했다. 특히 1년에 부처님오신날과 백중 단 두 차례만 문을 여는 백흥암을 순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감 법문스님과 승환스님과 함께 완만한 산길을 오르며 참가자들은 팔공산의 봄을 만끽했다. 기기암, 중암암, 백흥암 등 은해사에서 산내암자로 가는 길은 ‘소리길’이라고 부르는데 길이 가파르지 않아 순례길로 적합하다. 백흥암으로 가는 동안 스님과 참가자들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을 즐겼다. 팔공산에서 가장 맑은 물이 흐른다는 백흥암에서 약수를 마시고 주지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것으로 템플스테이 공식일정은 마무리 됐다.

백흥암 순례길에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과 연수국장 스님.

연수국장 승원스님은 “은해사 템플스테이가 삶에서 행복을 주는 특별한 기억이 되길 희망한다”며 “탄자니아에 돌아가서도 한국불교와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이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한편 지난 4월24일 한국을 찾은 탄자니아 일행들은 10일간 머물며 한국불교와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선진농업기술을 견학했다. 25일 총무원장 스님을 예방한데 이어 조계사에서 수계식을 하고, 이튿날에는 서울 봉은사, 부산 안국선원 초하루법회에서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을 홍보했다. 은해사 템플스테이를 마친 이들은 연등회 연등행렬, 전통문화마당에 동참한데 이어 3일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한 것을 끝으로 탄자니아로 돌아갔다. 아름다운동행은 “안정적인 학교 운영위해 지속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며 “사찰의 경우 월10만원 정기후원을 할 수 있고 일반 불자들은 ARS 후원도 가능하다”며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쉬는 시간 참가자들이 도여정 국제포교사로부터 한국불교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다.
컵등만들기를 체험한 참가자들은 이날 자신이 만든 등을 부처님전에 공양했다.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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