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법문 듣고 깨달음을 성취하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천신과 

대중의 마음을 두루 살핀 뒤 

가장 먼저 사성제에 대한 

법을 설하시니 

선근이 무르익은 사람들이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고 

근기에 따라 바른 눈이 열리며 

수다원과를 성취하기도 하고 

사다함과를 성취하기도 했다 

만재 장자 또한 이때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믿음이 굳건해졌고 

많은 이익을 얻었다  

외도를 섬기는 만재 장자의 아들에게 시집을 간 마하 수밧따는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가 있는 곳을 향해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간절한 마음으로 복증성에 와주실 것을 청했다. 복증성은 부처님이 계신 스라바스티에서 160유순(2400km)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마하 수밧따의 흔들림 없이 청정한 마음은 부처님께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하 수밧따의 초대를 받은 부처님께서는 복증성에 바른 가르침을 전할 때가 왔음을 아시고 아라한과를 성취한 제자들을 앞세워 신통력을 한껏 발휘하며 만재 장자의 집으로 향하셨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보여준 갖가지 신통에 크게 감탄한 만재 장자는 범천왕과 제석천왕을 거느리고 오신 부처님을 뵙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예배를 올리며 삼보에 귀의한다. 이윽고 부처님께서 만재 장자가 마련한 보좌에 앉으셨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자리에 앉으시자 마하 수밧따는 준비한 음식을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올렸고, 만재 장자와 그의 가족들도 공양 시중을 들었다. 

부처님과 제자들이 공양을 하시는 동안 복증성의 이름난 바라문들과 명망 높은 장자와 거사들, 외도 수행자를 비롯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 앞에 모여들었다. 부처님을 뵙고 싶었던 그들은 장자의 집 대문 앞을 서성이면서 생각했다.

‘지금 만재 장자의 집에는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와서 공양을 하고 있다. 우리도 부처님을 뵙고 싶지만 안에는 우리 모두가 앉거나 서 있을 공간이 없으리라.’

이때 보좌에 앉아계시던 부처님께서는 밖에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신통력을 크게 일으켜 장자의 집을 수정으로 변화시켰다. 그러자 안과 밖에 환하게 빛나면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부처님과 제자들의 모습을 밖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대중들은 기뻐하며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대중들은 청정한 믿음 일으켜

이윽고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시자 범천왕과 제석천왕 등 천신들이 몰려와 장자의 집을 겹겹이 에워쌌다. 복증성에서 첫 법음이 전해지는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부처님의 법문을 처음 듣는 자리에서 깨달음을 얻고 바른 눈이 열리는 대중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다는 것은 물론 희유하고 뜻 깊은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법문을 처음 듣는 대중을 향한 가르침은 특히 더 의미가 깊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천신과 대중들의 마음을 두루 살피신 뒤 가장 먼저 사성제에 대한 법을 설하셨다. 그러자 선근이 무르익은 여러 사람들이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고 근기에 따라 바른 눈이 열리며 수다원과를 성취하기도 하고 사다함과를 성취하기도 했다. 만재 장자 또한 이때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믿음이 굳건해졌고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 모습을 본 부처님의 제자들은 크게 감동하여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지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으며 근기에 따라 깨달음을 성취하였습니다. 아직까지 복증성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진 적이 없는데 단 한 번의 법문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참으로 드물고 훌륭한 일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마하 수밧따로 인한 것이니 그녀는 법을 모르던 많은 사람들에게 바른 지혜를 얻을 기회를 준 것입니다. 이는 실로 큰 불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하 수밧따의 전생 이야기

제자들의 말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마하 수밧따가 이번 생 뿐 아니라 전생에도 큰 불사를 일으켰던 인연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과거 가섭 부처님께서 계실 때, 바라나시국의 한 왕에게 ‘금만’이라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왕으로부터 무척 사랑을 받았는데 전생의 선근이 깊어 삼보를 흠모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섭 부처님께서 녹야원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자 금만 공주는 시녀들과 함께 부처님을 뵙고 정성을 다하여 예배를 올렸다. 부처님께서 그녀를 위해 법문을 들려주시자 금만공주는 곧바로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깨달음을 얻었고 부처님께 한 가지 청을 올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항상 음식과 가사, 약을 부처님께 올리겠습니다.”

가섭 부처님께서 이를 허락하시자 그녀는 자신의 서원을 날마다 지켜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바라나시의 왕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난 왕은 이름난 바라문을 불러 해몽을 명했다. 왕의 꿈 이야기를 들은 바라문이 말했다.

“왕이시여, 이것은 매우 흉악한 꿈입니다. 왕께서는 제사를 지내 꿈에서 경고한 불길한 기운을 없애야 합니다.”

왕이 물었다.

“어떻게 해야 불길한 기운을 없앨 수 있겠는가?”

바라문이 답했다.

“왕이시여, 왕께서 애지중지하시는 금만 공주는 모든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금만공주를 죽여 제사를 지낸다면 불길한 기운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왕의 수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8만4천 백성 깨달음을 얻다

바라문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고민하였다. 자신의 손으로 금만 공주를 죽인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죽여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면 수명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깊은 고민에 빠진 왕은 한숨이 늘었고 미간에는 주름이 새겨졌으며 얼굴을 한없이 어두워졌다. 이에 금만 공주가 왕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자 왕은 자신이 꾼 꿈과 바라문이 말한 제사에 대하여 사실대로 들려주었다. 

왕의 이야기가 끝나자 금만 공주는 녹야원에 계신 가섭 부처님께 꿈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여쭤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왕은 금만 공주를 앞세운 뒤 신하들과 왕비, 후궁들을 모두 거느리고 녹야원으로 향했다. 왕의 꿈 이야기를 들은 가섭부처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왕이시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대가 꾼 꿈은 그대의 일이 아니며 좋은 징조도 나쁜 징조도 아닙니다. 그대의 수명에도 손실이 없을 것입니다. 그대가 꾼 꿈은 미래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을 때 일어날 일들에 대한 것입니다.”

가섭 부처님께서는 상세하게 해몽을 해주시자 왕은 그때서야 안심하며 기뻐하였다. 사랑하는 금만 공주를 죽여 제사를 지낼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때 가섭 부처님께서는 왕의 꿈을 해몽하면서 사성제에 대하여 함께 설하셨다. 이 법문을 들은 8만4000의 대중들은 청정한 믿음을 일으켰고 깨달음을 성취하였다. 법문이 끝나자 왕은 예배를 올린 뒤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왕궁으로 돌아갔다. 깊은 시름에 잠겨있던 왕 뿐 아니라 많은 대중들이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금만 공주 덕분이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법문을 듣고 이익을 얻게 한 금만 공주가 바로 마하 수밧따의 전생이었다. 마하 수밧따의 전생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인과를 믿게 되었으니 이 또한 그녀의 공덕이었다. 

만재 장자와 미가라 장자 

만재 장자와 마하 수밧따에 대한 이야기는 빨리어 경전에는 전해지지 않고 <불설급고독장자녀득도인연경>이라는 한역본만 존재한다. 빨리어 경전에서 전해지는 비슷한 이야기로는 외도를 섬기던 미가라 장자와 그의 며느리가 된 위사카가 시댁 식구들을 삼보에 귀의하게 만든 이야기가 있다. 위사카가 시댁을 교화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시아버지로부터 혼인무효 소송을 당했고, 8명의 바라문 재판관으로부터 판결을 받았다. 이때 위사카는 재판에서 승리함으로써 미가라 장자로부터 사과를 받았고, 부처님과 제자들을 시댁으로 초대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한역본에서는 어째서 위사카의 이야기가 아닌 마하 수밧따의 이야기가 전해지게 되었을까? 아마도 유교적 전통이 강한 중국에서 시아버지를 상대로 재판에서 승리했다는 것이 정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덕분에 우리는 마하 수밧따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또한 즐거운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신문3293호/2017년4월26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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