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가는…”

‘산벚꽃 아름다운 날 축제’가 열린 전북 완주 옥련암(주지 일감스님)을 지난 15일 찾았다. 마을 입구에서 시작된 하얀, 분홍의 벚꽃은 옥련산 중턱에 위치한 산사를 둘러쌓며 절정을 이뤘다. 밭갈이를 마친 주민들과 전국에서 온 200여 명의 시민들이 무대를 중심으로 둘러앉자 ‘작은 음악회’가 시작됐다.

국악인 이창선 씨의 사회로 열린 음악회는 부처님께 차를 공양하는 헌다의식에 이어 선차회, ‘대금스타일과 친구들’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주지 일감스님은 “옥련암에서는 매년 산벚꽃이 절정에 달한 날과 은행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날에 문화축제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하고 “편안하게 우리 문화를 즐기면서 산사의 정취를 마음에 가득 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행사는 일감스님이 기획하고 성주요 강창성 작가가 개발한 ‘어서완’ 다기 공개. 수구와 다관, 찻잔을 발우처럼 한 세트로 만들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시연회에서 강 작가는 “많은 형식과 도구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다도는 유교적 의식이 많이 담겨 있다. 반면 이번에 선보인 어서완은 바리때 하나로 공양을 받고 수행하시던 부처님의 정신으로 돌아가 새로운 차 문화를 선도해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금스타일과 친구들’의 공연은 대금과 가야금, 밴드가 함께 어우러지며 다양한 음악 공연으로 진행됐다.

또 사찰음식전과 아이들의 그림전시회, 이승호 사진작가의 ‘옥련암 사계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휴일 산을 찾은 등산객과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는 한진경 씨는 “등산을 하면서 봄나물도 채취하고, 불교문화도 한껏 누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소박하면서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백제시대 고찰은 옥련암은 오랫동안 폐사지로 남았다가 1980년대 복원불사를 시작했다. 이후 현 주지 일감스님이 오면서 ‘현 시대 사람들에게 맞는 문화포교’를 지향하며 원룸 형태의 템플스테이실 10여 채와 다양한 휴식, 수행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쉬어가는 사찰, 문화인들이 머물면서 창작을 하는 곳으로 사찰을 개방하고 있다.

주지 일감스님은 “오늘 첫 선을 보인 어서완을 불교문화상품으로 공급해, 검소한 다도문화를 이끌 생각”이라고 전하고 “작은 마을에 위치한 사찰의 경우 기도와 제사보다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공동체 문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적 접근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어루만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완주=안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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