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14> - 삼보에 귀의한 만재 장자②

 

자신이 지극정성 섬겨온 수발이

그토록 찬탄하는 부처님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장자는

며느리 마하 수밧따에게 묻는다 

답변이 막힘없이 이어졌다 

“제가 모시는 스승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이며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

고통받는 중생에게 자비 베풀고

최상의 법어로 하시는 말씀마다 

세상을 이롭게 하시며…” 

만재 장자의 외아들 우수는 콧대 높은 미남자였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다는 이유로 나이가 차도 혼인을 하지 않고 있던 그는 우연히 외도 수행자로부터 수닷타 장자의 큰 딸 마하 수밧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호기심이 동한 우수는 바라문 수행자로 변장을 하고 자신의 신분을 감춘 채 수닷타 장자가 살고 있는 스라바스티로 향한다. 우연을 가장하여 마하 수밧따를 본 그는 한 눈에 사랑에 빠졌다. 복증성으로 돌아온 우수는 마하 수밧따와 혼인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하 수밧다에 대한 아들의 마음이 굳건하다는 것을 확인한 만재 장자는 혼인을 청하기 위해 스라바스티로 향했다. 만재 장자는 수닷타 장자와 서로 아는 사이였다. 곧바로 수닷타 장자를 찾아간 만재 장자는 인사를 하러 나온 마하 수밧따를 보고 마음이 무척 흡족하였다. 과연 아들이 사람을 제대로 보았구나 싶었던 그는 정중하게 혼인을 청했다. 하지만 수닷타 장자는 대답을 망설였다. 복증성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지지 않은 곳이었고 만재 장자 또한 외도를 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심 끝에 수닷타 장자는 혼인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만재 장자는 각자의 믿음을 존중하면 된다며 거듭 혼인을 청했다. 

부처님께 딸의 혼인을 의논드리다 

홀로 고민하던 수닷타 장자는 이 혼인에 대하여 부처님께 여쭤볼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삼보에 귀의한 딸을 멀고 낯선 지역으로 시집보내는 것이 아무래도 꺼려졌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찾아간 수닷타 장자는 마하 수밧따의 혼인에 대하여 조언을 구했다. 아들과 며느리에 이어 딸의 혼인문제까지 부처님께 조언을 구한 수닷타 장자를 보면 오늘날 불제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수행을 위해 불교를 찾기도 하지만 가정문제, 자식문제 등 여러 고민거리를 들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수닷타 장자의 고민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는 곧바로 혼인에 찬성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닷타여, 그대의 딸이 그곳으로 시집을 가는 것이 매우 좋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을 제도하는 최상의 복덕을 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수닷타 장자는 비로소 안심하고 만재 장자의 혼담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온갖 예물을 성대하게 갖춰 마하 수밧따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하여 마하 수밧따는 부처님이 계신 스라바스티를 떠나 시댁과 남편이 있는 복증성으로 가게 되었다.

6천명의 외도에게 공양 올리지만

마침내 마하 수밧따를 며느리로 맞게 된 만재 장자는 기뻐하였고, 원하던 여인을 아내로 맞은 우수 또한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식은 끝났지만 마하 수밧따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치러야 할 숙제가 남아 있었다. 그것은 6000명의 바라문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대접해야 하는 일이었다. 복증성에서는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을 배우자로 맞을 경우 6000명의 바라문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려야 하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만재 장자는 재산이 많았고 그의 저택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었다. 마음에 드는 며느리를 본 만재 장자는 기꺼이 공양을 대접하기로 했다. 

며칠 후 바라문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려야 하는 날이 왔다. 만재 장자는 온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돼지를 잡아 커다란 솥에 국을 끓이고 술을 넉넉히 마련한 뒤 바라문 수행자들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만재 장자의 저택 대문은 활짝 열렸고, 초대를 받은 바라문 수행자들이 몰려왔다. 이를 본 만재 장자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마하 수밧따를 불러서 말했다. 

“얘야, 오늘은 네가 우리 집안에 시집 온 것을 기념하여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기로 한 날이니 나와서 인사를 올려라.”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하 수밧따는 옷차림을 단정하게 한 후 공양이 진행되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만재 장자의 초대에 응한 수행자들은 모두 나체로 수행을 하는 외도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마하 수밧따는 이내 정신을 가다듬은 뒤 만재 장자에게 말했다. 

며느리 마하 수밧따와 갈등 

“아버님, 저는 저분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바른 법을 따르는 수행자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른 법을 따르지 않는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은 아무런 이익도 없고 복을 짓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예배를 올릴 수 없습니다.”

마하 수밧따의 단호한 표정을 본 만재 장자는 그녀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 혼인을 거절했던 수닷타 장자에게 그는 서로 섬기는 대상이 다르지만 각자의 믿음을 지키며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만재 장자가 6000명의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이유는 마하 수밧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만재 장자의 체면은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은 물론이요, 만약 바라문 수행자들이 이를 알게 된다면 모욕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 분명했다. 이를 본 본 우수가 말했다.

“여보, 저분들은 우리 집안에서 오랫동안 하늘처럼 받들어 온 수행자들입니다. 오늘 저분들을 초대한 것은 당신이 우리 집안사람이 되었기 때문이오. 그런데 당신이 인사도, 예배도 드리지 않는다면 이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라오.”

우수까지 나서서 설득했으나 마하 수밧따는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마하 수밧따가 인사와 예배를 거부하고 있다는 소식이 바라문 수행자들에게 전해졌다. 그 순간 축제와도 같았던 공양의 분위기는 살벌하게 바뀌었고 만재 장자는 마하 수밧따를 며느리로 맞은 것을 후회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라문 수발이 중재 나서 

그때 공양을 위해 만재 장자의 집을 찾은 바라문 중 ‘수발’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신통력이 뛰어나 만재 장자와 우수의 존경을 받고 있었는데 후회로 가득한 만재 장자의 마음을 읽고는 장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무슨 일로 그리 깊은 한숨을 쉬십니까?”

수발을 본 만재 장자는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며느리를 잘못 맞는 바람에 재앙을 자초하게 되었다며 하소연을 하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수발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장자의 며느리가 스라바스티의 거부, 수닷타 장자의 큰딸 마하 수밧따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세상에! 그렇다면 그녀가 지금 이 광경을 보고 기절하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마하 수밧따는 청정한 수행을 하는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며, 스스로도 청정한 행을 닦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녀가 외도 수행자에게 예배를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재 장자는 자신이 지성으로 섬겨온 수발이 부처님을 찬탄하자 깜짝 놀랐다. 그때서야 그는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만재 장자는 마하 수밧따에게 물었다. 

“얘야, 네가 모시는 스승은 어떤 분이시냐?”

만재 장자의 물음에 마하 수밧따는 마치 흐르는 물처럼 막힘없이 대답하였다.

“스라바스티에는 저의 아버지 수닷타 장자께서 지은 사원이 있습니다. 제가 모시는 스승은 지금 그곳에 머물고 계신데, 그분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이시며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고통 받는 중생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최상의 법어로 하시는 말씀마다 세상을 이롭게 하시며 여러 방편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얻도록 설법을 하십니다.”

[불교신문3289호/2017년4월12일]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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