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사는 절의 주지는 

전법과 포교라는 절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각 사찰의 계율을 지키는 

신도회에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스님들이 함께 승가를 

온전히 구성해 

주요 사찰에서 모여 

함께 화합하여 살아야 한다

업무상 해외 출장을 가야 할 일이 많다. 해외에서 불교 사찰이 있으면 꼭 들러서 참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 보면 외국 스님들을 만나게 될 일이 있는데 외국 스님들의 특징은 만나면 꼭 명함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 스님들의 경우 연락처를 주고받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한국 스님들은 아직까지 명함에 익숙하지 않고, 설령 명함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잘 주고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승가의 구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 말사의 경우, 50% 넘는 주지 스님이 혼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의식을 혼자서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의식을 진행해도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의 스님들 경우는 5명이 모이지 않으면 망자(亡者)를 위한 기도의식을 진행할 수 없으며 의식에 따라서는 더 많은 스님이 모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혼자서도 의식이 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한국의 스님들은 다른 스님과의 교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한국불교가 늘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된 직후까지도 4명 이상이 모여 호적과 태징, 북과 요령, 목탁으로 의식을 진행했다. 그럼 왜 4명이나 5명이 모여서 의식을 진행했는가? 그건 승가의 최소 구성 인원이 4명이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있어야 청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래야 공양을 받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승가(sangha)는 특별히 사람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형태를 가리키는데, 이를 번역해서 중(衆)이라고도 하고 화합중(和合衆)이라고도 한다. 화합중은 육화(六和)를 구족한 4인 이상의 대중을 말하며 이는 대중이 함께 사는 것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도선율사는 <사분율산번보궐행사초(四分律刪繁補闕行事)>에서 “남산율종에서는 네 가지 종류의 승가를 말하는데 4인승·5인승·10인승·20인승이다. 첫째, 4인승은 설계·결계 등을 할 수 있고, 둘째, 5인승은 중앙이 아닌 변방에서 수계나 자자 등을 할 수 있다. 셋째, 10인승은 중국(불법이 흥한 곳)에서 수계가 가능하고 넷째, 20인승은 승잔죄(僧殘罪)의 출죄갈마가 가능하다. 1인에서 3인까지는 별중(別衆)이라 하고 승수에 들지 못한다”고 했다.

대중의 수에 따라서 불교의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테라바다권의 경우 불자들이 영가를 위한 기도의식을 청하였더라도 5명으로 승가를 구성하지 못하면 그 의식을 행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 4명의 스님 연락처를 언제든 알고 있어야 한다. 승려 혼자서 할 수 있는 의식은 개인적인 축원정도야 가능하지만, 천도의식이나 결계, 포살은 불가능하다. 

의식을 통해 승가를 원만히 구성하는 것만큼 현 시점에서 중요한 불사도 없을 것이다. 승가는 혼자서는 구성될 수 없는데 한국불교는 혼자서 하는 의식을 묵인 하고 있기에 승가가 잘 형성되지 않고, 아란야에 머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국불교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승가는 화합해 수행하고, 재가자는 공양 올리고 보시하며 수행하는 대승불교 초기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혼자서 사는 절의 주지는 전법과 포교라는 절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각 사찰의 계율을 지키는 신도회에 운영을 전적으로 맡기고, 스님들이 함께 승가를 온전히 구성해 주요 사찰에서 모여 함께 화합하여 살아야 한다. 각 사찰의 신도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함께 방문해 법회와 재 의식을 행하는 것이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부처님의 정법을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불교신문3286호/2017년4월1월자] 

묘장스님 논설위원·김천 직지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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