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승가고시에 신설된 ‘3분 설법’ 눈길

면접관 스님들 앞에서 3분 설법을 하고 있는 기학스님.

포교의 기본인 법문을 잘 하는 스님을 키우기 위해 조계종 교육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오늘(3월25일)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시행된 3급 승가고시 현장. 특히 올해는 ‘3분 설법’이 시험과목으로 신설됐다. 3분 동안 원고 없이 일정한 주제와 대상을 정해 법문을 하는 형식이다.

이번 3급 승가고시에는 225명의 비구 비구니 스님들이 응시했다. 대부분 대중을 상대로 한 포교보다는 묵묵히 자기수행에 전념하던 스님들이다. 적잖이 낯설고 어려운 경험이었겠으나 합격을 염원하는 고3 수험생의 심정으로 다들 최선을 다 했다. “어떤 스님들의 법문은 내가 법문을 할 때 활용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며 면접관 스님들은 박수를 쳤다.

설법을 하고 있는 선정스님.

승가고시는 1교시 1000자 이상을 써야 하는 논술, 2교시 객관식 및 단답형 주관식 지필고사 50문제, 3교시 면접 순으로 진행됐다. 3분 스피치는 면접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 면접장에 들어가 젊은 스님들의 실력을 엿봤다.

현재 공군사관학교 호국성무사 주지인 기학스님의 차례. 1주일에 3번 이상 장병들을 상대로 법회를 주관해야 하는 신분이어선지 상당히 능숙하고 유창하다. “아집의 색안경을 벗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를 요지를 양손으로 안경을 그려가며 열심히 설명한다. “자기가 마음에 만든 이 틀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피하면서 제풀에 괴롭습니다. 수행을 통해 정견(正見)을 일궈나가야겠습니다.” 정확히 2분42초. 거의 버벅대지 않았고 말투도 또박또박했다.

3분 설법을 지켜보고 있는 교육원장 현응스님(가운데)과 중앙승가대 총장 원행스님.

그러나 설법을 무사히 마친 후에 토로한 속마음은 쪼그라들어 있었다. “현역 군승이어서 설법은 웬만큼 도가 텄다고 생각했는데 큰스님들 앞에 서서 말을 하려니 손에 땀이 다 나네요.” 비구니 스님들도 열심히 준비했다.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원 과정을 밟고 있는 선정스님은 행자들에게 설법을 올바르게 전달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수능시험 볼 때보다 더 떨렸단다.

그래도 “언제 어디서나 법문을 할 수 있는 스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며 수줍게 웃었다. 말사 주지를 할 수 있고 상좌를 둘 수 있는 3급 법계는 그야말로 종단의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세간이나 출세간이나 ‘어른’은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차례를 기다리며 설법을 준비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

주제의 참신함과 일관된 논리, 표현의 정확성, 법문을 하는 태도 그리고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인가가 주요 채점 기준이었다. 신년기자회견에서 ‘전법포교사 양성’을 기치로 내건 교육원장 현응스님도 시험장을 직접 찾아 ‘시험에 든’ 스님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승가고시를 주관한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은 “우리도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몇몇 스님의 법문은 아주 수준이 높았다”며 “올바른 신심을 북돋울 수 있는 전법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흐뭇해했다. 차세대 한국불교 주역들의 말솜씨는 오는 6월1일 조계사에서 열리는 학인설법대회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김포=장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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