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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이야기] <77> 여초부지(如草覆地)갈마극한 대립상황에 꼭 필요한 분쟁 해결법
  • 덕문스님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 승인 2017.03.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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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허물 참회…화해 이끌어내는 

최고 민주주의 ‘칠멸쟁법’의 하나 

위기 극복 ‘모두 승자’가 되는 법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인용판결이 내려졌다. 대통령은 5년 임기 중 약 1년을 남기고 파면을 당하고 이를 반대하던 집회참가자들의 과격시위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건까지 발생했다. 작년 10월 말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작된 촛불집회를 통해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됐으며 이후 특검을 통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에 대한 탄핵반대세력의 집회가 규모를 키워가면서 국론이 크게 분열되는 모습으로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3월10일 탄핵이 인용되면서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율장>의 바라제목차 마지막 부분에는 7멸쟁법이라는 내용이 있다. 승가의 분쟁해결방법으로서 현전비니(現前毘尼), 불치비니(不痴毘尼), 자언치(自言治), 다인멱죄(多人覓罪), 멱죄상(覓罪相), 여초부지(如草覆地)가 있는데 마지막 여초부지는 포초비니(布草毘尼)라고도 한다. 승가 내에서 사소한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이 다투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사소한 사건이었으나 두 사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점점 이에 동조하는 세력이 커지면서 상황이 악화되어 승가가 분열되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확대된 극한 상황에서 해결책이 없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여초부지갈마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보면 승가의 장로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조정을 시도하여 양쪽으로 나누어져 대립하는 비구들이 겸허히 받아들여 화해하도록 만든다. 즉 다툼으로 인한 양측의 견해에 대하여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판단하여 반대편에 죄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양측 모두가 잘못이 있으니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여 그간에 진행된 대립의 과정에서 드러났던 여러 가지 죄상을 서로의 참회를 통해 덮는 방식이다.

<십송율>제20권에는 “우리들은 바르게 신심을 내었기에 부처님 법에 의지해 출가하여 도를 구했습니다. 지금가지 다투기를 좋아하여 서로 언쟁을 하였으나 만약 우리들이 이 사건의 원인을 물어 서로에게 자꾸만 추궁을 한다면 대중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일어나게 될 것이며, 이미 일어난 일도 또한 없앨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서로의 뜻을 마땅히 굽힙니다. 우리가 저지를 죄에서 투란차죄(미수죄)를 없애시고 속인에 상응하는 죄를 없애주소서”라고 말하면 여초부지갈마가 성립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풀로 땅을 덮듯이 서로의 허물을 덮고 그간의 모든 허물을 참회하며 용서를 구함으로써 승가화합을 이루어내게 된다. 이는 승가의 기능이 마비될 정도의 극한 상황에서 활용되는 방법이다. 

한국사회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탄핵인용을 선고함으로써 큰 산 하나를 넘게 되었다. 그러나 헌재의 결과에 실망한 과격행동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의 의견을 주장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은 민주사회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다 긍정적인 공동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서로의 주장을 들어주고 그 주장의 장단점을 토론하여 스스로의 주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 제도의 장점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최고의 민주주의 시스템인 승가공동체의 분쟁해결법인 칠멸쟁법 가운데 여초부지갈마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되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립과 갈등을 화쟁으로 풀어 나가는 일이 바람직하다. ‘우리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임이 자랑스럽고, 후손들이 자긍심과 감동으로 물려받아야 할 대한민국의 주인이기에 이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국가의 앞날을 냉정하게 고민합니다. 그래야만 위기는 기회가 되고 모두가 하나임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마음으로 화해의 풀을 이 땅위에 덮었으면 한다.

[불교신문3283호/2017년3월22일자] 

덕문스님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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