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이 돈버는 일자리 플랫폼

 

김용숙 지음 / 상상나무

조계종화쟁위원·여성불자 김용숙 씨
18년째 ‘아줌마는 나라의기둥’ 운동
아줌마들 자존감 회복하고 사회진출

탤런트와 항공사 스튜어디스까지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김용숙씨는 이 땅의 모든 아줌마들에게 “일하고 싶으면 어서 오라”며 힘차게 손짓한다.

“저는 삶의 굴곡을 통해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마음을 바꾸니 건강이 놀랄만큼 좋아지고 세상살이가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이글거리는 욕심이었습니다. 흉악한 욕심을 채워주는 것은 돈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욕심과 돈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것이 저의 활동주제입니다.”

1999년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하 아.나.기)’이라는 다소 생소한 구호를 들고 ‘아줌마 시민운동’의 기반을 닦은 김용숙씨가 20여년 이끌어온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털어놓고, 이 시대 모든 아줌마들에게 힘차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책 <돈없이 돈버는 일자리 플랫폼>은 중년여성 대상 직장 구하기 방편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탤런트(고두심씨와 MBC 입사동기)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스튜어디스를 거쳐 시민운동가가 되기까지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에 마음이 간다.

“시댁에서 받은 집 다섯채에 해당하는 돈을 몽땅 잃었지만 실패에서 얻은 경험은 소중하다. 사업에 두 번 망하고 나니 세상살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심장에 가죽옷을 입은 듯이.” 심장에 가죽옷을 입고 나니, “지식과 돈이 아닌 상식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는 “싸울 건 싸우고 흉볼 건 흉보면서, 더러는 창피해하고 더러는 자랑스러워하면서 살아나간다.” “남보다 많이 배운 척, 가진 척할 필요가 없으니 속이 편하다”고 말한다.

“아줌마가 일해야 다함께 행복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비교놀음 하면서 불행을 키우고, 아줌마가 행복하지 않으니 집안이 편치 않고, 집안이 불편하니 사회가 모두 피곤”해짐으로써 결국 “아줌마들 삶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에 닿는다.  

그렇다면 그녀가 외치고 세상이 수긍하는 ‘나라의 기둥’이 될만한 ‘아줌마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아.나.기가 지향하는 사업목록만 봐도 상상이상이다. 아줌마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아줌마여서 잘 할만한 일이다. ‘착한 결혼 코치’, ‘숲속유치원 보육부모’, ‘급식맘’, ‘파티테이너’, ‘자녀연애코치’, ‘마음독립상담’, ‘출산돌봄맘’, ‘이혼관리 코치’, ‘웰다잉 코치’, ‘가정어린이집,’ ‘집밥맘’, ‘아줌마방앗간 프랜차이즈’, ‘집에서 만드는 웨딩드레스’, ‘아줌마 예술단’….

독실한 불자로, 현재 조계종화쟁위원을 맡고 있는 저자는 ‘숲속유치원’은 템플스테이의 일상화로 여겨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독일에서는 1993년 숲유치원이 처음 생긴 이후 전국 1000여곳의 숲유치원이 활성화되었다”며 “엄청난 규모의 여성불자들이 소속 종단이나 사찰에서 사찰 숲속유치원을 직영하게 된다면 이들이 숲속유치원 보육부모 자격교육을 받아 활동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나.기’는 NGO단체지만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가능한 지양한다. 사회나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활동보다 사회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 시민운동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나.기는 아줌마를 위한, 아줌마에 의한 시민운동이기에 무엇보다 이 땅의 모든 아줌마들의 애환과 고충, 아픔과 고독이 치유되고 자존감이 회복돼야 한다. 가족이나 주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하고 보람을 가득 안겨준다. 남편과 아들, 며느리 손자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지 않아도 되는만큼 불행지수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나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갖게 되어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남탓하는 습관도 줄어든다. 나만의 마음 살림살이가 가능해진다. 마음이 강건해지니 늙는 것이 두렵지 않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으니까, 나이 들수록 지혜가 번뜩인다.

저자는 거듭 말한다. “정직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아줌마들이 지혜롭고 현명해져야 한다. 한국의 아줌마들은 경제권, 자녀양육권과 함께 남편 조종권(?)까지 틀어쥔 막강한 실세 집단이다. 아줌마들의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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