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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손편지] ⑤ 어머니 떠나고, 그만 살고 싶어요
  •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 승인 2017.03.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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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저(오영수, 29, 남)는 몇 달 전부터 계속 죽고 싶다는 생각만 납니다. ‘나처럼 쓸모없는 놈은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는 아무리 괴롭고 힘든 일이 있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1년 전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후부터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저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저를 대학까지 뒷바라지 해주셨고 그 덕분에 바로 취직도 할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제 뒷바라지로 고생만 하신 어머니께 보답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 생각만 하면 죄책감으로 괴로워서 술을 자주 마시게 되고, 술을 자주 마시다보니 직장 일에 소홀해져서 직장에서도 해고되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이 저를 걱정하며 충고해주지만 저를 비난하는 소리로만 들려서 화부터 내다보니 제 주변에는 친구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쓸모없는 못난 놈으로 계속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영수 씨, 고맙습니다. 죽는 길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이 자리에 나와서 그 힘들고 아픈 마음을 다 털어놔줘서 더없이 고맙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의지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막막하고 힘드셨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러니 죽는다는 생각뿐 이었겠죠.

그래도 영수 씨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이렇게 도움을 청하러 왔으니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도 보고 계신다면 참으로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고생을 고생인지 모르고 평생 뒷바라지 하면서 애지중지 키우신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어머니께서 얼마나 슬퍼하시겠어요?

영수 씨, 사람의 마음은 본래 어떤 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계속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이 점점 강화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의심이 한 번 들기 시작하면 의심이 점점 더 강해져서, 모든 일이 다 의심으로 가득 차게 되고, 지금의 영수 씨처럼 죽음을 한번 생각하게 되면 계속해서 ‘죽어야 해결돼, 이 길밖에는 없어’라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죽음만이 지금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 자살하게 된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긍정적인 마음도 그렇습니다. 마음이 한번 좋은 방향으로 기울어지면 좋은 생각만 반복하게 되어서 점점 더 좋게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영수 씨도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평생 고생만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커서 자꾸 나쁜 쪽으로만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수 씨가 한 번 더 깊게 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그토록 고생을 하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영수 씨가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밝게 잘 살기를 바라신 것이 아닐까요? 영수 씨도 어머니께 보답해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사드리는 것만이 보답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진정한 효도는 부모님께 근심을 드리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가 비록 돌아가셨지만 어머니의 고생이 헛되지 않도록 영수 씨가 행복하게 열심히 사는 것도 어머니께 드리는 큰 보답인 것입니다.

이제는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과 죄책감보다는 어머니의 고생이 헛되지 않고 보람되도록 해드릴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이 세상에서 평생 고생만하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을 가장 빛나게 해드릴 사람은 영수 씨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그립다거나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어머니가 모셔진 곳으로 달려가세요. 그리고 어머니께 힘든 일, 좋은 일 모두 말씀도 드리고, 도움도 청하시면 됩니다. 또 영수 씨가 결혼을 하면 아내와 함께, 자녀가 생기면 자녀들과 함께 가서 어머니의 며느리, 손자 손녀라고 소개시켜 드리세요. 어머니께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영수 씨는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닙니다. 영수 씨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한 어머니는 항상 영수 씨의 마음속에 살아계시는 것이고, 늘 영수 씨를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행복하게 사십시오. 영수 씨의 행복은 곧 돌아가신 어머니의 보람이고 기쁨이 될 것입니다.

[불교신문3282호/2017년3월18일자] 

혜타스님 삽화=용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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