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종교를 갖게 되면 불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절에 가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계기는 뜻밖에도 딸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였다. 고3이었던 딸이 어느날 집에 와서 “누구네 엄마는 날마다 촛불 켜놓고 기도한다는데 엄마는?” 하고 물었다. 당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었나보다. 수험생활로 딸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기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지인이 다라니기도를 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갔다. 그렇게 동참하게 된 게 ‘원경스님과 함께 떠나는 신묘장구대다라니 108순례’였다.

몇 년 전 고모가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새겨진 다포와 함께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그 때 받아두고 가끔 펼쳐봤던 다라니기도를 난생 처음 하게 된 곳은 오대산 중대 사자암이었다. 오전6시30분 조계사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오대산으로 향했다. 9시30분 기도를 시작해 공양시간까지 내리 3시간을 다라니를 외웠다. 아니 외쳤다. 그저 읽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갖고 동참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선 집중이 안 됐다. 눈으로 다라니를 따라 읽으며 입으로 외는데도 머릿속에서는 딴 생각이 떠올랐다. 큰 소리로 읽다보니 목도 아프고, 가만히 앉아 있자니 허리도 쑤시고 다리도 저렸다. 쉴새 없이 눈과 입을 움직이는데도 잠이 왔다. 나에게 맞지 않나 하는 의심보다 열심히 따라해 보자는 마음으로 기도에 동참했다. 6개월 정도 지나니까 기도가 익숙해졌다.

딸 아이 입시가 발단이었지만 기도하는 순간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다. 기도를 시작할 때 부처님께 ‘무엇을 해주세요’ 하고 바라기보다 지금 이 순간 나와 가족들이 건강하다는 것에 대한 감사로 시작했다. 4시간가량 기도를 하고 나면 몸은 피곤할지언정 마음이 편안해졌다. 성취했다는 보람도 느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기도하는 날로 정하고 특별한 일정 잡지 않게 됐다.

가피도 얻었다. 내 마음이 편안해지니 수험생 짜증도 ‘힘들겠구나’ 하고 이해되고 싫은 소리도 두 번 할 걸 한 번 하게 됐다. 덕분에 딸도 입시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은 것 같다.

기도는 일상이 됐다. 피곤에 지쳐있다가도 문득 다라니를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독송하고, 하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작한 기도이기에 지금도 그 마음을 이어오고 있다.

[불교신문3276호/2016년2월25일자] 

지현주 서울 성관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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