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행 닦아 ‘깨달음의 궁전’을 장엄하리니”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11차, 정유년 첫 순례법회가 지난 1월6~7일 남원 선원사에서 봉행됐다. 화엄경 입법계품의 열한 번 째 선지식인 자행동녀를 친견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선묵스님과 회원들은 평화의 불을 분등 점화, 사경 등을 봉행하며 보살행을 통한 깨달음의 궁전 장엄을 서원했다.

자행동녀 찾아 건강 기원

‘불찰·불·법·중생·자심청정’

다섯 가지 다라니문 독송 

‘선묵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53기도도량’ 제11차 순례법회(1월6~7일)가 전북 남원시 만행산 선원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되었다.

선원사로 정유년(丁酉年) ‘53기도도량’ 첫 순례법회를 가는 날, 남원으로 향하는 우리 회원들은 선재동자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지식을 친견하는 그와 같은 마음으로 떠났다. 남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남원팔경’과 ‘춘향전’이다.

교룡산에 비치는 석양 풍경인 교룡낙조(蛟龍落照), 함박눈이 내리는 축천의 저녁 설경 축천모설(丑川暮雪), 요천에서 밤에 횃불로 고기 잡는 풍경인 금암어화(錦巖漁火), 비안정(費眼亭) 뜰앞 요천 백사장에 떼 지어 날아다니는 기러기 풍경 비정낙안(費亭落雁), 해질녘 은은히 들려오는 선원사의 종소리 선원모종(禪院暮鐘), 광한루 하늘 위에 높이 떠 있는 가을달 광한추월(廣寒秋月), 주천계곡을 내려 가르며 아홉 폭포를 이루는 구룡폭포의 물소리 원천폭포(源川瀑布), 해질 무렵 황혼과 함께 돌아오는 순자강의 고깃배 무리인 순강귀범(鶉江歸帆)과 수백명의 스님이 아침에 시주 받으러 나갔다 저녁에 돌아올 때의 행렬을 뜻하는 만복사귀승(萬福寺歸僧), 그리고 ‘춘향전’이다. 

그만큼 남원은 고전의 멋이 마음껏 드러나는 고장이다. 이곳으로 떠나는 우리 회원들의 마음은 당연히 설렜을 것이다. 53기도도량 순례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감흥이다. 전국 법등에서 출발한 버스는 여러 산과 강을 지나 오전11시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서 뻗어 나온 만행산 자락에 자리 잡은 선원사에 닿았다. 어느덧 해질녘에 들려오는 선원사의 모종이 오전부터 벌써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서는 감히 찾아 올수도 없는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 회원들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열한 번째 선지식인 자행동녀를 친견하는 것처럼 더없이 마음이 즐거웠다. 그것도 정유년 새해에 말이다.

일주문에 도착하자 선원사 주지 운천스님 이하 대중들이 우리 보현행원들을 넉넉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선원사는 신라 헌강왕 1년(875) 도선국사가 남원 지방의 진압사찰로 창건하였다고 되어 있다. 특히 정유재란 때 불타 버린 뒤 조선 영조 30년(1754) 부사 김세평(金世平)이 노계소(老稧所)·신도계(信徒契) 등과 협의하여 약사전과 명월당을 재건하였으며, 창건 때 철조여래좌상을 약사전에 조성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선원사는 남원에서 가장 많은 전법을 하고 있는 약사도량으로 꼽힌다.

선묵혜자스님과 주지 운천스님은 일산(日傘) 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천천히 경내로 향하고 우리 회원들도 합장하고 뒤를 따랐다. 경내에는 고풍스런 다보여래 5층 석탑과 아담하고 소박한 대웅전이 있고 양 옆의 고목 두 그루가 서 있으며 법당 내에는 고려 철불의 전형인 철조여래좌상이 천년 세월을 머금고 있다. 우리 회원들은 기도처를 잡고서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108참회기도를 끝난 뒤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오늘은 정유년의 첫 순례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어김없이 이 먼 길을 떠나왔습니다. 제가 정유년의 첫 순례를 만행산 선원사로 온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명예입니까? 재물입니까? 명예가 높고 재물이 많은들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한 해의 시발점에서 우리가 서원해야 할 것은 오직 건강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지고 복도 지을 수 있고 공덕도 쌓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선재동자가 화엄경 입법계문에서 열한 번째 친견하는 자행동녀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자행동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뒤를 돌아보십시오, 보입니까? 안 보입니까? 중생의 마음으로 보면 보이지 않고 부처의 마음으로 보면 보입니다. 바로 이 앞에 법문을 하고 있는 선묵혜자스님이 자행동녀이며, 옆에 있는 도반이 바로 자행동녀입니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약사도량에 왔으니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시고 1년 동안 열심히 순례를 떠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선재동자가 열한 번 째 선지식인 자행동녀를 친견하고 난 뒤 얻은 가르침은 ‘반야바라밀로 두루 장엄하는 문’인 ‘반야바라밀보장엄문(船若波羅密普莊嚴門)’이다. 자행동녀는 선재동자에게 자신이 거처하는 장엄한 궁전을 보여주고서 보살행을 닦고 큰 서원을 세우고 공덕을 구족하여 깨달음인 지혜바라밀을 얻게 되면, 이와 같은 궁전을 스스로 장엄할 수 있음을 가르쳐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과거세에 많은 선근(善根)을 심은 것처럼 선재동자도 많은 선근을 닦을 것을 일러주었던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 회원들도 자행동녀처럼 서원을 세우고 열심히 선근을 닦고 공덕을 구족하면 한량없고 아름다운 궁전을 지을 수 있음을 일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장엄문은 다름 아닌 행복의 궁전이요. 깨달음의 궁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다섯 가지의 다라니문인 ‘불찰(佛刹)다라니문·불(佛)다라니문·법다라니문·중생다라니문·자심청정다라니문’을 독송하고 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원사에서도 우리 회원들은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 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보시금 수여 행사도 아울러 가졌다.  

운천스님   남원 선원사 주지

53기도도량 순례 함께 하세요

동참문의 : (02) 900-0193~4

[불교신문3275호/2016년2월22일자] 

선묵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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