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혼란도 희망찬 내일을 위한 산통”

“운영방향을 수행과 참여로 정했습니다.” 제10대 국제포교사회 책임을 맡은 박홍우 회장은 “한국불교를 국내외 외국인들에게 잘 알리려면 열정이 있어야 한다”며 “열정은 진지한 수행을 통한 종교적 체험을 했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대전고등법원장에서 퇴임한 후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홍우 국제포교사회장을 지난 1일 만났다. <편집자>

박홍우 회장은 ‘한국불교 세계화’를 기치로 1998년 창립한 국제포교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해 창립 19주년을 맞이한 국제포교사회가 성인이 되는 셈”이라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을 더욱 발전시키는 한편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시기에 회장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향후 국제포교사회의 운영방향과 사업계획에 대해 ‘수행과 참여’를 제시한 박홍우 회장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회원들이 국제포교사 활동에 적극 참여할수록 보다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회원들도 보람을 느끼려면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포교사회 활성화를 위해 박 회장은 국제포교사 양성과정 운영, 청소년 대상 영문자타카 암송대회, 외국인 연등만들기 행사 등을 종단과 협조하여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기초불교영어강좌 개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법당지원 활동과 함께 월1회 토요법회, 경전공부, 팔리어 공부, 삼국유사 공부 등의 소모임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일반 외국인에게 한국불교를 알리기 위한 템플스테이 활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포교사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기 위해 국제포교사를 외국에 파견하여 교민이나 현지인을 상대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과학적ㆍ합리적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매력”

대학 때 불교인연, 매일 경전 암송

원활한 활동을 위해선 불교계뿐 아니라 일반 사회단체도 조직운영과 재정확보가 숙제이다. 박홍우 회장은 “회원들이 대부분 바쁘게 생활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업무를 서로 나누어 분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각 부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조직 활성화를 이룰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재정확충을 위해 이사들이 특별회비를 납부하도록 하고, 국제포교사 양성과정 지원자 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과제에 대해서는 “스님이나 국제포교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적극 활동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외국어 번역 자료가 많아야 한다”면서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되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홍우 회장은 “한국불교 세계화에 있어 종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적 물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꾸준히 뒷받침 할 수 있는 조직은 현재로서는 종단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하여 종단에서 만든 국제전법단이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스리랑카 조계종마을, 탄자니아 보리가람농업기술대학,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등에 종단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종단에서 국가나 지역 또는 대상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국제포교사회에서도 종단과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평생 법조계의 길을 걷고 있는 박홍우 변호사는 제10대 국제포교사회장을 맡아 ‘수행과 참여’를 통해 불교는 물론 사회를 위한 정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발원했다. 신재호 기자

서울대 총불교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신심이 깊은 불자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 따라 절에 다니면서 불교와 연을 맺었다”고 회고한 박홍우 회장은 경북고 재학시절 대구에서 열린 청담스님의 강연회에 참석하면서 불교와 가까워졌다. “전봇대에 붙어 있던 강연회 안내장을 보고 찾아갔습니다. 그때까지 불교하면 그저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스님 법문을 들으며 무슨 이야기인지는 잘 몰랐지만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것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시절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또한 서울 대각사에서 광덕스님을 친견하면서 불법(佛法)의 진수를 맛보았다. 1970년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틈틈이 불교 공부를 이어갔고, 지금도 주말에는 불광법회(佛光法會)에 다니는 불자이다. “요즈음 사무실에 출근하면 <숫파니파타>를 몇 쪽이라도 읽은 후 업무를 시작하고 취침 전에는 처와 함께 기도를 하면서 하루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대상에 따른 ‘맞춤형 전략’ 필요

종단과 함께 한국불교세계화 일조

수행과 참여로 재도약위해 노력

서울대 총불교학생회장 활동 당시 조계종총무원과 김상봉 회장이 매달 지원금을 주어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총무부장 스님이 직접 불교학생회에 지원금 주셨는데, 스님 법명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세운상가에 있는 신행단체를 맡고 있었던 김상봉 회장님의 지원도 너무 고맙습니다. 그분들께 늦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불교가 지닌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박홍우 회장은 “아인슈타인이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되어야 하고, 불교가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라고 말했다”면서 “불교의 장점은 부처님 가르침의 합리성에 있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신앙이 아니라 합리적이기 때문에 불교를 믿을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불교에서는 인간을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하는 불성(佛性)을 가진 존재로 보기 때문에, 불교의 가르침은 인간을 제약하기보다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한편 일상생활 속의 인간이 나약해졌을 때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보살사상은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있어서 더욱 좋다고 생각합니다.”

박홍우 회장은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내용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면서 “제가 힘들 때 희망을 갖게 하고, 편할 때 게으름을 경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광덕스님께서 우리 자신은 깨달은 존재로서 원만덕성(圓滿德性)을 갖추고 있고 일체(一切) 유위법(有爲法)은 꿈이어서 어떤 두려움도 병고도 고난도 그것은 모두 환(幻)일 뿐이라고 말씀하신 반야(般若) 법문을 평소 마음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사회는 물론 지구촌 곳곳이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모든 갈등과 대립은 탐심(貪心)에서 비롯된다”는 박홍우 회장은 “자기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 또는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다보니 갈등과 대립이 생기고, 주장하는 이익의 정도가 크면 클수록 갈등과 대립도 심해질 것”이라면서 “우리가 욕계(欲界)에 사는 이상 갈등과 대립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하는 연기적 관점에 입각하여 사물이나 사건을 바로 보고 바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새해를 맞은 불자와 국민들에게 박홍우 회장은 “어둠이 지나면 밝은 새벽이 오듯이 오늘의 (국내외) 혼란도 희망찬 내일을 위한 산통이라 생각한다”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복덕이 온누리에 충만하여 국민 개개인이 모두 행복하고 우리 사회도 더욱 아름다운 공동체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박홍우 회장은 불교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법(法)과 사법부의 법(法)이 지닌 공통점을 설명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둘 다 원칙을 표현한 것이고, 결국은 사람(중생)을 위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 걸어온 길…

1952년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헌법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코넬대에서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후 각급 법원 판사, 수석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를 역임했다. 의정부지방법원장, 서울행정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2016년 2월 대전고등법원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대법원 산하 헌법연구회 회장, 대법원 산하 형사법연구회 회장, 공법이론과 판례 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2016년 7월 황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서울대 총불교학생회장, 사법연수원 다르마법우회 지도교수, 서울대 총불교학생회 동문회장, 서초반야회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탄허불교문화재단 이사, 불광법회 부회장, 불교포럼 공동대표, 중앙신도회 부회장, 국제포교사회장,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법명은 현진(玄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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