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대계본부’ 출범에 부쳐 

“탈종교화시대, 종교계가 설 자리는?” 이는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인구주택총조사 종교부문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각 종교마다 갖게 된 화두다. 인구주택총조사 시행 이후 처음으로 종교인구가 50% 이하로 조사돼 종교계에 큰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교와 가톨릭의 신자가 대폭 줄어들고, 개신교가 약진했다는 결과 또한 당초 예상과는 많이 빗겨남으로써 종교학자는 물론 각 종교마다 원인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실정이다. 

한국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은 세상과 공감의 지평을 넓혀가며 종단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해 나가기 위해 ‘백년대계본부’를 출범시켰다. 아울러 불기 2561년 종무기조를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갑시다’라고 천명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특권과 차별 없이 살아가는 새로운 세상을 발원했다. 

백년대계본부는 출범 이후 첫 행보로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자비나눔 실천사업을 선택했다. 지난 16일 백년대계본부 주관으로 빈곤문제 해소를 위한 1사찰 1단체 후원 결연식을 통해 서울 조계사 등 사찰과 불교단체, 스님이 결연을 맺은 장애인과 노숙자단체 등 14곳을 2년 동안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내외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데다가 경기마저 위축되고 강추위마저 한반도를 꽁꽁 얼어붙게 함으로써 장애인과 노숙자 등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이 겪는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결연식에서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주는 것도 고맙지만 무엇보다 스님들이 우리 손을 잡아줬다는 것,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이같은 형국을 반영한 결과인 셈이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탈종교화시대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불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이에 반해 타종교에 비해서는 시대 변화에 둔감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눈앞의 현안 해결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가슴에 불교가 완연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는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의 이야기처럼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에는 두려움과 반발이 있기 마련이다. 공청회 등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며 종단이 나아가야할 올바른 미래상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34대 조계종 집행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서두를 일이 아니다.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100년 후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는 어렵고도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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