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처럼 신나게 포교하는 스님 많아져야”

진관사 참배 사찰음식 체험

바쁜 의정활동에 ‘청량제’ 

국회의원들 세심하게 챙길

정각회 지도법사 제도 필요

‘불자 감소’ 장기적으로 봐야 

“포교? 삶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 진관사에서 열린 정각회 정초사찰순례에서 주호영 강길부 윤종필 김성태 의원(왼쪽부터)이 주지 계호스님의 법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분위기로 어느 때보다 바쁠 국회의원들이 산사에서 머리를 식혔다. 불자 국회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의 신행모임인 국회 정각회가 지난 12일 저녁 서울 북한산의 명찰 진관사에서 진행한 정초(正初) 사찰순례. 정각회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해 진관사의 역사를 배우고 풍광을 만끽하며 지혜롭고 힘찬 새해를 발원했다. 특히 회장인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길부 김성태 윤종필 의원 등 현직 국회의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불자가 300만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로 불교계 내부가 침울한 분위기다. 조사방식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그래도 불자라면 자성이 먼저다. 종단 집행부는 ‘붓다로 살자’ 운동을 필두로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포교를 독려하고 있다. 진관사를 방문한 불자 의원들도 소식을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불자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이들에게서 포교 활성화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정각회의 정초사찰순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호영 의원의 관심과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9월 정각회장에 취임하면서 “법회와 성지순례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진관사 참배가 정각회 활성화의 신호탄인 셈이다. “불자 감소라는 표면적 사실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관점이었다. 무엇보다 실천으로서의 포교에 방점을 찍었다. 

주 의원은 “모양과 형식으로 전하는 포교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진실한 삶을 통한 감화일 것”이라며 종단 집행부가 앞장서 이웃과 사회를 향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원래 산사순례가 열린 시간엔 어느 종합편성채널이 주관하는 각 정당 원내대표 좌담회가 잡혀 있었다. 다른 당 원내대표에 양해를 구해 방송시간을 늦췄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주 의원이 작년 20대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 공천’으로 곤욕을 치를 때 공천을 호소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신심에 보답하기도 했다. 

김성태 의원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신진이다. 불교가 모태신앙이다. 원경스님이 운영하는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진짜 신심을 체험했다. “노숙인들을 위한 식사를 선물하면서 불자 정치인으로서의 보람과 책임감을 동시에 절감했다”는 김 의원은 “불교가 선비정신의 계승자”라고 짚었다. “행색이나 신분이 아니라 모두를 부처 그 자체로 존중하는 부처님의 마음이라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를 할 수 있다”며 “관건은 정치인들이 불교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산사순례의 백미는 진관사의 사찰음식이었다. 의원들은 비구니 스님들의 정성과 내공이 담긴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국군간호학교장(준장)으로 전역하고 초선 의원이 된 윤종필 의원은 “‘종교 이전에 문화’라는 진관사 주지 계호스님의 말에 십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사찰음식 명상 템플스테이 등 문화로서의 불교를 가지고 무종교인들에게 다가갈 때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란 주문이다. 

울주군을 지역구로 4선 경력인 강길부 의원 역시 진관사 스님들의 친절에 감동했다. 반면 웬만해선 주지 스님의 얼굴조차 보기 힘든 지방 사찰의 현실을 아쉬워했다. “불자임에도 정작 선거철에는 절보다는 교회에 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강 의원은 “특유의 소극성을 탈피해야만 불교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불교만큼 심오한 철학을 가진 종교가 어디 있습니까? 불교의 진수를 목사처럼 재미있고 신나게 가르쳐주는 스님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진관사 탐방에는 당초 7명의 의원들이 동참할 예정이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의정활동이지만 다들 불교공부를 목말라하는 눈치였다. 정각회엔 아직 지도법사가 없다. 

[불교신문3267호/2017년1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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