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수 백 년 된 문화재 외면, 현대문화에 치중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이 최근 발표한 2017년 주요업무계획이 도마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수상한 김연아 선수가 착용했던 스케이트를 문화재로 보호하겠다고 발표해 문화재 개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고, 궁능 위주의 정책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문화재청이 발표한 중점정책과제 가운데 하나가 지정문화재 중심의 문화재 보호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대표과제로 건설 제작 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근현대문화유산 보호제도’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담당자는 “50년이 지나지 않아 등록문화재 대상이 아니지만 멸실 훼손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추진한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근현대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책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수렴 및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재청의 이번 계획은 출발부터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재청이 제시한 근현대문화유산의 대표적인 예는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 같은 ‘문화재’이다. 김연아 선수가 신었던 스케이트는 2010년 국외 스케이트 제작회사에서 만들었다. 이 스케이트가 주목받는 것은 스케이트 부츠나 날의 뛰어남이 아닌 피겨 그랜드슬램을 이룬 김연아 선수의 위업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스케이트가 세계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게다가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가 문화재라면 ‘몬주익의 영웅’이라 불렸던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화를 비롯해 ‘스포츠영웅’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사용했던 각종 용품들도 문화재로 등록돼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회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제작된 문화유산들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문화재 상당수는 국보나 보물 지정이나 근대문화재 등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교성보도 예외는 아니다. 조계종이 진행한 사찰문화재일제조사에 따르면 이 시기 조성된 불교문화재는 10만 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200~300년 전에 만들어졌어도 문화재지정이 안 돼 제대로 보존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50년도 안된, 문화재로 지칭하기도 어려운 대상을 문화재로 등록해 관리한다면 이보다 더 앞서 제작돼 오랜 세월 전해져 온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문화재청이 전통문화유산을 보존계승하는 본연의 업무보다 ‘이미지 메이킹’에 주력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문화재청 담당자는 “구체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스포츠 영웅과 형평성 논란도 있어 제도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고민하고 있다”며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에 제작된 문화유산과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 문화재 보호라는 큰 틀에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으로 청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왕궁.능 중심정책 도마에 올라

또 궁능 문화유산 복원정비와 궁궐활용 프로그램 등 궁능 위주의 정책에 대해 사업이 편중돼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표한 ‘2015년 국가지정문화재 소유 및 예산분석’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직접 소관하는 궁 능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일반회계는 물론 문화재보호기금 상당액을 궁능, 유적관리소에 배정했고, 반면 민간문화재는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지원해 기우가 아님을 반증한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정현스님은 “일방적인 행정업무로 물의를 빚고 있는 문화재청이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고 계승해야 할 국가기관으로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에 오류가 있음을 반증하는 예”라며 재고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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