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충도

이인주 지음 실천문학사

어떻게 이런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인주 시인이 펴낸 첫 시집 <초충도>를 보면서 갖는 느낌이다.

“투영된 나무 그림자 솔바람에 휘모리진다 하늘에 닿은 절절한 발자국 땅 위로 끌어내려 본떠본다 그림자에 잠긴 행보, 깊이가 골똘하다 달빛이 뉜 나무의 진면목이 검은 토설을 하고 있다…달빛 보폭을 헤아린다 가늠할 수 없는 걸음을 재는 어리고 티없는 걸음…”(‘송하보월도’ 중)

 초충도는 풀과 벌레를 소재로 해 그린 그림에서 따왔다. 조선 신사임당의 조충도가 대표적이며, 아주 작은 풀벌레를 통해 인생의 멋을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그 그림의 세세한 부분을 시어로 엮는다.불교신문 2003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인주 시인이 ‘수월관음도’ ‘암자’ ‘송하보월도’ ‘심우도’ 등을 소재로 쓴 시를 책으로 엮었다. 일본에 보관돼 있는 수월관음도를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전시할 때, 그곳을 찾은 시인은 수월관음도의 세세한 부분을 글로 담아 시로 완성했다. 공관규 시인은 “다른 시집에서 보기 드문 낯선 방식이니, 아마 이 시집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개성이다”고 평가했다.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인주 시인.

“…수풀 아래 버려진 울음이 온밤을 적시도록 적막은 한지처럼 흔들렸다 캄캄한 먹물을 쏟아내어 울음을 그렸으나 여백 한 점 들키지 못했다 풀뿌리를 닮은 말들이 자꾸만 지하로 뻗어갔다 온몸으로 캄캄한 자에게 밝음이란 말은 상상화다…”(‘초충도’ 중)

시를 통해 이인주 시인이 불교 공부에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고산에 걸린 달이 차갑게 맑다 이미 오래전 경전을 작파하고 달 속으로 들어간 사람, 나오지 않는다…”(‘고산에 걸린 달’ 중)는 표현에서 시인의 신심을 엿볼 수 있다.

이인주 시인은 본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신라문화대상 수상, <서정시학> 신인상, 평사리문학대상과 목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불교신문3266호/2017년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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