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 쿤상 도르제 주지 스님 “한국과 네팔 불교 가교 역할 할 것”

'서울 네팔 법당'이 1월8일 문을 열었다. 네팔 출신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이 주지를 맡아 운영한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서울 강남 대청역을 나와 걷다보면 의외의 간판을 만난다. ‘서울 네팔 법당’. 대형 교회들 사이 자리한 주상복합 건물 1층, 한국어와 네팔어, 영어로 쓰인 빨간색 간판이 유독 눈에 띈다. 지하로 내려가 보면 100㎡(30평) 규모의 작은 법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한국에 있는 네팔인 불자 누구든 기도와 명상을 하며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곳입니다. 네팔 히말라야 불교와 한국 불교 두 곳이 교류할 수 있도록 양국 방식으로 법회를 진행해나갈 것입니다.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 네팔 불교를 알고 싶은 한국인, 누구든 환영합니다” 

오늘(1월8일) 서울 강남 일원동에서 열린 ‘서울 네팔 법당’ 개원식에서 주지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은 “이 장소가 한국과 네팔 불자들이 서로의 문화를 더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며 “어렵게 시작하는 만큼 아직 많은 것을 갖추진 못했지만 양국 불교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생활 17년차, 그동안 수행에만 전념해오던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이 법당 운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네팔을 떠나 한국에 온 스님은 2003년부터 남양주 봉선사 말사 보광사에서 12년 동안 한국 불교를 배우며 수행해왔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자연스레 고향을 떠나온 이주노동자들과 만나게 됐고, 기도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서울 네팔 법당' 주지를 맡은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
개원을 축하하는 네팔 불자들의 축원 기도. 서울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지상스님 등도 발걸음을 했다.
개원식을 찾은 네팔 불자들.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은 “한국에는 절도 스님도, 불자도 많지만 네팔 이주노동자와 불자들도 많다”며 “4만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 같은 불자라도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부처님 법을 지키며 살고 있는 양국의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개원 동기를 밝혔다.

‘서울 네팔 법당’은 서울 구룡사 등 한국 사찰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시작한 지하 셋방 법당이다. 그러나 개원 첫날인 이날, 스님의 우려와 달리 법당은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사람들로 빽빽했다. 개원 소식을 듣고 충주에서 두 딸과 함께 올라왔다는 라마 껄뮈 씨는 “같은 네팔 스님이 운영하는 네팔 법당이라는 점이 끌려 자주 오게 될 것 같다”며 “무엇보다 고향 사람들을 만나 힘든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반갑다”고 했다.

법당 개원을 기다려온 건 한국에 있는 네팔 스님과 불자들 뿐 아니다. 이날 후원금을 대며 개원을 도운 서울 구룡사 회주 정우스님은 축원을 위해 직접 발걸음을 했으며,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지상스님은 “네팔에서 온 불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는 축하의 말을, 기런 사껴 주한 네팔 대리대사는 “네팔인을 위한 법당이 생겨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서울 네팔 법당’은 일요법회를 비롯해 한국 불교와 네팔 불교 명절을 기념하는 특별 법회 등을 양국 방식으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생활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쉼터 역할도 모색하고 있다.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은 “양국이 서로의 문화를 보다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법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했다.

주지 라마 쿤상 도르제 스님이 개원식을 찾은 손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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