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고유자산 사찰림, 잠재적 가치 개발해야죠”

조계종 사찰림 8만6000ha

남한지역 산림의 1.3% 달해 

공익적 가치만 1조2600억원…

선각자들이 수행하며 가꾼 

정각(正覺)ㆍ홍법(弘法) 도량 

생태문화 아우른 세계적 자산

현황파악 및 가치평가 통한

사찰림 보호방안 연구 비롯

사찰림 탐방ㆍ문화교육 진행中

사찰조경ㆍ자투리땅 나무심기 

생태계 안정화 생물다양성 제고 

생태 환경개선사업 추진

‘불교식물원 조성’ 사업 통해

사찰림 본원적 의의 복원 계획 

지난 5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사찰림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종수스님. 스님은 “부처님과 선지식의 향기가 깃든 사찰림의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림청이 ‘무단점유 국유림 임시특례 운영 개선지침’을 확정했다. 얼핏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불교계에 상당히 호재인 정책이다. 전통사찰 등이 무단점유한 국유림을 대부계약한 후 5년이 경과하면 교환도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산중에 위치한 특성과 과거 측량기술 부족 등으로 본의 아니게 국유림을 불가피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찰이 적지 않다. 이제는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장기적으로 국유림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아울러 사찰만 새로 지을 수 있던 사찰림에 앞으로는 납골당 등 봉안시설과 병원, 사회복지시설, 청소년수련시설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사찰림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한층 높아지리란 기대가 크다. 한국사찰림연구소 이사장 종수(宗水)스님 역시 정부의 결정을 반겼다. 무엇보다 “아직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찰림에 대한 관심이 종단 안팎에서 일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사는 깊다. 숲이 있어서다. 명산에 위치한 명찰들은 너나할 것 없이 울창한 삼림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사찰은 곧 사찰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찰림의 사전적 정의는 ‘사찰의 경내 풍치를 보존할 목적이나 또는 사찰운영상 필요한 운영비 및 자재의 조달을 목적으로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산림.’ 지난 2013년 설립된 한국사찰림연구소는 사찰림과 사찰 주변 생태계 등에 대한 연구사업, 사찰림탐방단 운영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종수스님은 일찍부터 ‘개명(開明)했다.’ 경주 분황사 주지 시절, 이제는 케케묵은 개념이 된 ‘전자(電子)불사’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한 인터뷰기사가 눈에 띈다. 1988년 컴퓨터 통신 ‘천리안불교동호회’의 운영자로서 전자수계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SNS 페이스북 친구를 상한(上限)인 5000명까지 가득 채웠다. 요즈음 스님의 화두는 사찰림이다. 대학에서 임학(林學)을 전공한 종수스님은 오래 전부터 사찰림의 가치를 눈여겨봐왔다. 사찰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놀랍다. 

“사찰림 면적에 대한 통계도 아직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산림청에서는 대략 6만5500ha 쯤으로 봅니다. 이를 근거로 한다면 남한 산림의 1%가 사찰림입니다. 현재 조계종 사찰이 소유하고 있는 사찰림은 약 8만6000ha로 남한 산림의 1.3%에 달합니다. 엄청난 면적이지요.” 현황파악 미흡보다 아쉬운 건 혜안(慧眼)의 부재다. 사찰림에서 오직 경제성만 볼 뿐 종교성은 뒷전인 형편이다. 

“보통 우리들이 말하는 사찰림은 생계나 풍경의 범주에 그칩니다. 이를테면 절에서 불상이나 전각 조성을 위해 필요로 하는 목재 또는 식용을 위한 버섯이나 나물, 아울러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 약재나 임산물을 얻기 위한 공간 정도로만 여겨집니다. 결국 이는 불교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수행과 전법포교로서의 공간적 의미가 생략된 정의라고 할 수 있지요.” 

사찰림연구소는 국내 사찰림의 현황파악 및 가치평가를 통한 사찰림 보호방안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매월 사찰림 탐방과 산림문화교육 등의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사찰조경과 자투리땅 나무심기 사업 △사찰림 생태계 안정화와 생물다양성 제고를 위한 생태 환경개선사업 △불교계의 숙원인 불교식물원 조성사업을 통해 사찰림의 본원적 의의를 복원하겠다는 원력이다. 

“지난 4월 산림청은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산림 643만ha의 가치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결과 임산물생산액이 7조8000억원, 공익적 가치가 126조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1%에 해당하는 사찰림의 가치를 단순 평가만 해도 임산물생산액이 780억원, 공익적 가치가 1조2600억원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예전부터 사찰분담금 이외의 수익창출 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하던 종단 집행부 입장에선 그야말로 ‘황금의 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2008년 12월 종단과 산림청이 체결한 ‘사찰산림의 보호 및 공익적 가치증진’을 위한 협약으로 사찰림에 대한 종합관리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2014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사찰림은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전 세계적 자산”이라며 “사찰과 숲을 가꾸기 위한 관련 업무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종수스님은 전통적으로 산을 관리하는 산감(山監)을 두고 임야를 관리하고 화재로부터 숲을 지키고 도벌(盜伐)을 막아온 승가의 역할이 늦었지만 제대로 인정받는 것 같아 흐뭇하다. 

스님은 법장스님이 총무원장이던 당시 총무원 기획실장과 호법부장으로 일했다. 사찰림 연구와 홍보에 매진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종단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서다. 여건이 되면 사찰림연구소를 종단이 맡아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찰과 사찰림은 별개가 아닙니다. 우리 선각자들이 그 숲에서 수행하였고 정각(正覺)과 홍법(弘法)을 이루신 곳입니다. 그러므로 불자들이 커다란 관심과 정성으로 가꾸고 다듬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바로 사찰림입니다. 우리는 한국 사찰림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활용가치를 새롭게 진작시키고 불교계가 지키고 가꾼 산림인 사찰림을 우리 민족과 미래 후세에 길이 남기길 발원합니다.” 

제11교구본사 불국사 문중인 종수스님은 불국사 조실을 지낸 월산(月山, 1912~1997)스님의 시자(侍者)로 3년간 살면서 가르침을 받았다. 종수스님의 집안은 몹시 가난했다.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월산스님에게 아들을 맡겼다. 철모르던 시절에는 부친을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망의 감정은 머지않아 불연(佛緣)에 대한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승을 가까이서 모시면서 자연스럽게 선(禪)에 대한 안목을 길렀다. 

어느 날 저녁공양을 마친 뒤 은사와 함께 불국사 경내를 포행했다. 월산스님이 갑자기 물었다. “종수야, 여기 가로등이 다 꺼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종수스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두워지겠지요.” “그러면 저 달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아주 깜깜해지겠지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빛이 전부 사라지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루 말할 수 없이 깜깜해질 것”이라는 말을 내뱉으려는 도중 퍼뜩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밝음이 없다면 어두움도 없다.’

‘밝음 가운데 어둠이 있거든 밝음으로써 만나려 하지 말고 어둠 가운데 밝음이 있거든 어둠으로써 보려 하지 말라. 밝음과 어둠이 상대됨은 마치 앞뒤의 발걸음 같은 것. 만물은 제각기 공능(功能)이 있으니 용도에 맞는 곳을 말해야 한다.’ 중국 당나라 석두희천(石頭希遷) 선사의 게송이다. 종수스님은 “밝음이란 개념이 있기에 어두움이란 개념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월산스님은 분별하지 않고 만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고 술회했다. 스님의 수첩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자비로운 마음, 같이하는 마음,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 조건 없이 주는 마음.’ 푸르른 사찰림 속에서 지혜를 얻은 격이다. 

[불교신문3258호/2016년12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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