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문스님의 계율이야기]<65> 대승계와 보살계

대승불교운동 초기엔 십선계 강조

재가중심 교단이 한계를 보이면서 

다양한 계목 보살계법 필요하게 돼

실천덕목으로서 역할 너무도 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권에 속하고 <화엄경>과 <법화경>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대한불교조계종은 소의경전을 <금강경>으로 하고 <사분율장>과 <범망경>을 소의율장으로 삼고 있는 전통을 갖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소의율장 부분은 종헌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모든 종헌종법이 <사분율장>을 근거로 만들어져 있고 수계·결계·포살 등의 모든 제도가 이를 근거로 시행되고 있으나 소의율장을 <사분율장>으로 종헌에 명시하는 일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는데 이는 속히 보완해야 할 일이다.

대승계의 경우도 대승계와 보살계의 차이에 대한 고민 없이 수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대승계에 관한 내용은 <대승계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초기대승불교에서는 <반야부경전>이 성립되었는데 이때 중요시하는 대승계는 십선계(十善戒)이다. 즉 살생·투도·사음·망어·기어·양설·악구·탐·진·치의 10가지 악을 짓지 않고 적극적으로 선(善)을 실천하는 일이 강조되었다. 중기대승불교의 대승계경으로 <화엄경>과 <해심밀경> 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전은 십선계를 삼취정계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화엄경> 십지품 중 이구지의 경우 특히 삼취정계에 대한 상세한 언급을 하고 있다. 

그러나 후기 대승불교에 접어들면서 십선계는 보다 다양한 계목을 갖춘 보살계가 강조되었다. 범망경보살계·유가론보살계·우바새계경보살계 등이 그것인데, 범망경보살계는 범망경을 바탕으로 보살계법을 만들었으며 10중대계와 48경구계로 이루어져 있고, 유가론보살계는 <보살지지경>과 <보살선계경>을 근거로 만들어진 보살계법인데 4중 42범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바새계경보살계는 6중 28범사로 이루어져 있다. 범망경과 유가론이 출가와 재가가 함께 받을 수 있는 수계법이라면 우바새계경보살계는 재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보살계법이 한국불교에서는 삼국시대에 수용되어 신라영역에서는 범망경보살계가 크게 유행했고, 백제영역에서는 유가론보살계가 유행했으나 우바새계경보살계는 크게 유통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세 가지 보살계법 가운데 범망경보살계가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고 활용되었는데 이러한 여건이 마련된 결정적인 역할은 범망경보살계에 관한 다양한 저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불교의 경우는 천태교학의 입장에서 천태지자대사가 저술한 <범망경보살계의소>를 비롯하여 화엄경의 입장에서 저술한 현수법장스님의 저술이 대표적이며, 한국불교의 경우도 의적스님을 비롯하여 법상종에 소속되었던 여러 스님들의 저술을 통해 범망경이 널리 유통되었고 원효스님이 저술한 <지범요기>는 대단히 중요한 저술로 인정받고 있다.

대승불교운동이 시작된 후 초기에는 십선계가 강조되고 후기에 이르러 많은 숫자의 계목이 제정되었으며 다양한 방법의 보살계법이 활용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대승불교의 변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승가중심의 상좌부불교에서 대승불교운동이 일어나는 과정의 한 면을 볼 수 있는 것이 <법화경> 가운데 ‘법사품’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는 출가와 재가가 상당히 대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후 재가중심의 교단이 한계를 보이면서 출가중심으로 변하게 되면서 다양한 계목의 보살계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여건에서 유통된 보살계법이 바로 범망경보살계 등이다. 특히 <유가사지론>에서는 이러한 보살계법에 일체의 율장에서 언급한 성문계의 바라제목차까지도 실천덕목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승계와 보살계를 명확히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전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대승계경과 보살계법을 참고로 정리해보면 그 개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통해서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대승보살계법의 활용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승불교를 배우고 실천하는 대승불자에게 실천덕목으로서의 보살계법의 역할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불교신문3256호/2016년12월10일자]

덕문스님 / 통도사 영축율학승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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