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종단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2015년 11월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던 어느 할머니가 유명사찰 이름의 간판을 걸고 영업하던 유사포교당의 꾐에 빠졌다. 사연인즉 포교당 원장의 권유로 자식들 몰래 사망한 남편과 자신, 아들과 며느리, 손자 등 가족 전체에 대해 무려 2800만 원에 달하는 천도재 계약을 체결했다. 터무니없는 금액의 계약도 부당하거니와 대금은 제3금융기관을 통해 지불하도록 했다. 

쉽게 말하면 사채업자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자녀들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하려 했으나 ‘해약기간이 경과돼 계약해지가 불가능하고 돈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딸에게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입혔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유사포교당이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사례다. 지난 11월22일 열린 교구 호법국장 회의에서 접한 사건이다.

유사포교당 문제는 일반 방송사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도 보도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주로 순박한 노인들을 속여 싸구려 불상을 턱없이 비싸게 팔거나 천도재를 고가(高價)로 치르게 하는 것이 보편적인 패턴이다. 특히 대부업체와 연계해 그 빚이 후손들에게 상속되게 한다는 수법이 악랄하다. 공신력을 얻기 위해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이름을 도용하는 일 역시 사기꾼들의 전형적인 꼼수다. ‘대한불교○○○’, ‘○○○○조계종’ 이라 불리는 유사 조계종은 현재 30여 개를 헤아린다. 사실 숫자를 세는 것은 일견 무의미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사라질지 모른다.

심지어 종단의 정식 사찰에까지 마수를 뻗치는 경우도 있다. 총무원 호법부는 강력한 징계를 경고하며 “유사포교당이 계약을 제의해오면 아예 거들떠도 보지 말라”고 교구 본말사에 신신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포교당이 기승을 부리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죽음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에 기대고 있음을 감안하면, 근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한국불교 맏형답게 종단 사찰이 나서서 각종 불구(佛具)와 불사 가격에 대한 합리화를 이뤄야 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참된 삶’을 주제로 한 수익모델 창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계몽이 우선이다. “내생(內生)의 모습은 금생(今生)에 내가 짓고 있는 업에서 판가름 난다”는 <법화경>의 구절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불교신문3256호/2016년12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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