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반가사유상’…삶의 무게를 담다

20년 넘게 설치·미디어아트 

작품세계 펼쳐온 현대예술가

‘국보 86호 반가사유상’ 필두로

‘인간 감정’ 초점 신작 선보여 

“내 작업은 타자와 소통하는

방식이자 정신고통 더는 수단” 

중견 설치작가 김승영 작가는 오는 16일까지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 ‘Reflections(리플렉션)’을 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슬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태자였을 때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을 담은 보살상인 반가사유상.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한 ‘우리 유물 100선’에 선정된 국보 제86호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 고대 불교조각사 연구의 출발점이자 6, 7세기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불교조각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국보 86호 반가사유상을 모티브로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를 표현한 전시회가 마련돼 불교계 안팎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여 년 동안 설치·미디어아트 작업을 벌여온 김승영 작가는 오는 16일까지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 ‘Reflections(리플렉션)’을 연다. 김 작가는 현대미술계의 시류에 흔들림 없이 자아성찰과 예술의 치유적인 실천을 통해 작가 고유의 시각언어로 타인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1999년 미국 뉴욕 P.S.1 레지던시에 참여한 이후 정체성과 기억에 대한 주제로 작업해 온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 신작 5점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을 모델로 한 신작 ‘슬픔’이 주목된다. 

‘Reflection’.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이 작품은 부처님의 흔들리는 심리상태를 작가의 개성 넘치는 시선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해탈과 초월의 존재인 부처님을 슬픔과 고뇌가 가득한 도상으로 탈바꿈시켰다. 작가는 “슬픔에 잠긴 불상에는 인간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정들과 이 시대의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에 의해 형성되는 아득함을 담고 있다”면서 “인간이면 누구나 내재하고 있는 보편적인 슬픔의 감정, 매순간 흔들림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쉽게 떨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와 더불어 검은 물이 담긴 우물에서 육중한 쇠사슬에 의해 끊임없이 끌어올려지고 내려가는 모습을 담은 ‘Reflection’도 눈여겨 볼만하다. 쇠사슬이라는 억압이나 속박을 상징하는 재료가 유기적인 변형이 가능한 물과 부딪히며 수면을 일렁이게 하는 현상을 통해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더욱이 우물을 형성하고 있는 벽돌에 새겨진 단어는 이러한 인간의 흔들림의 상징이다. 지난 1995년 첫 전시를 연 작가가 현재까지 작업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물은 생명이자 자기를 반영하는 거울,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에너지의 상징이다. 또한 ‘인간의 감정을 속박한다’는 의미로 쇠사슬로 제작된 ‘뇌’는 적지 않은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난 채 빛바랜 저울에 올려져 눈길을 끈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작가는 1990년대부터 물, 이끼, 숯, 돌, 낙엽 등을 비롯한 자연물과 빛, 사운드, 기계장치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나는 감정의 죄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고, 잊어야만 하고, 용서해야만 한다”면서 “그것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 루이스 부르주아의 말처럼 작업은 나와 타자와의 소통의 방식이자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수단”이라고 밝혔다. 

‘2011 해인아트프로젝트’를 비롯해 제3회 창원조각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과천30년 특별전, 국립한글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 파주 평화미술제를 포함해 국내는 물론 미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헝가리, 러시아, 일본 등 해외에서도 다양한 전시회를 열며 작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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